임권택, 박찬욱 감독 등 한국 영화계의 거장들이 부산시의 영화 ‘다이빙벨’에 대한 정치공세와 ‘이용관 위원장 사퇴 종용’ 논란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다.

특히 박찬욱 감독은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이 훼손된다면 “영화제에 출품하지 않겠다”고 선언해 부산시와 BIFF간의 갈등이 영화제 보이콧 사태로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박찬욱 감독은 10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미래비전과 쇄신안 마련을 위한 공청회에서 “신작 촬영이 3달도 안 남아 정신없는 가운데 이런 자리에 나와야 하는 상황이 통탄스럽다”며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국사회가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그나마 그럴듯하게 잘 굴러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분야 중에 하나가 부산영화제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여기마저 무너지고 있어 이 나라가 어떻게 되고 있나 싶다”고 개탄했다.

박 감독은 이날 다이빙벨 논란에 대한 개인적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다이빙벨 이념 논쟁 때문이 아니냐’는 개탄도 있지만 내 개인적인 생각은 이념을 채색하는 것은 부산시라고 생각한다”면서 “영화를 프로그래머가 골라 영화제 관객에게 선보이는 과정에서 어떤 특정의 성향의 영화만 골랐던 것은 아닌데 여태 해왔던 프로그램일 뿐인데 그런 걸 문제 삼아 공세를 펼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념이다.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문제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부산국제영화제에 있어 프로그래밍에 간섭하는 것만은 용인해선 안 된다”고 강조하며 “만일, 그러한 결과가 된다면 저 혼자만이라도 다신 부산영화제가 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만든 영화 또한 출품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임권택 감독 또한 “과거 북한영화도 상영한 적이 있는데, 이념의 문제라고 볼 수도 없는 세월호 관련 영화(가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며 “영화의 소재 등에 제한을 두는 등 간섭을 하는 영화제에 누가 오느냐. 개운치 않은 결과를 내면 부산국제영화제는 망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부산시가 영화제를 죽이는 일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고는 “평지풍파는 한 번 지난간 걸로 하고 부산시도 잘 가던 영화제를 망쳐 놓은 시로 알려지는 일을 그만두고, 영화인도 거기에 밀려 자존심 상하는 일을 안 당하게끔 서로 노력하고 잘 타협해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 ⓒ 서병수 부산시장 트위터

한편, 이날 공청회에 참석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자신이 ‘공동집행위원장을 제안했다’는 보도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공동위원장을 제안했다는 말은 오해다. 제가 물러나겠다(자진사퇴)는 얘기였다”며 “서병수 부산시장에 (내가) 물러나되, 영화인이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을 위원장으로 모셔오라는 내용이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 저 하나 물러나는 것으로 끝내달라고 얘기했다”면서 “그리고 독립성을 보장해 달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