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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항쟁 도화선’ 故 이한열 열사 새 기념비 모교서 제막“28년 전 6월, 열사가 남긴 메시지 기억.. 민주주의 역사 이어가자”
강주희 기자  |  balnews2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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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5.06.09  18:15:25
수정 2015.06.09  19: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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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한열 열사 © go발뉴스(강주희)
그 해 6월은 무더웠다. 습기 가득한 바람이 불었고, 햇살은 뜨거웠다. 캠퍼스는 맵싸한 최루탄 연기가 빠질 날이 없었다. 뒹구는 화염병을 보는 일은 그리 어색하지 않았다. 경찰은 버젓이 캠퍼스를 활보했고 장발의 대학생들은 ‘민주화’를 외쳤다. 스물 두 살의 이한열도 그랬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말이다.

1987년 6월 9일 전두환 군사정권 규탄 시위에서 최루탄에 맞고 숨진 고 이한열 열사의 정신을 기리는 새 기념비가 모교 교정에 세워졌다.

이한열기념사업회는 9일 오후 3시 이 열사의 모교인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한열 동산에서 제막식을 열고, 새로 제작된 기념비를 세웠다. 민주주의를 이룩한 열사의 열정을 기억하자는 취지에서 ‘기념비’라는 명칭이 붙었다.

이날 공개된 기념비는 높이 1.4m, 길이 3m로 크기로 제작됐다 충남 보령에서 가져온 5t 짜리 검은색 오석을 원석으로 삼았다. 앞서 1988년 세워졌던 추모비는 20여년이 지나자 곳곳에 균열이 생겨 지난 1월 연세대 백양로 사업으로 한열동산이 훼손되면서 철거됐다. 철거된 기념비는 연세대 박물관에 영구보존된다.

새 기념비에는 ‘198769757922’라는 숫자가 새겨졌다. 이 열사가 쓰러진 날짜인 1987년 6월 9일, 사망일인 7월 5일, 국민장이 치뤄진 7월 9일. 당시 그의 나이 22세를 뜻한다. 기념비 왼쪽에는 이 열사의 모습을 토대로 한 실루엣도 새겨졌다.

   
▲ 배은심 여사와 김학민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 등 제막식에 참가한 인사들이 기념비 제막에 나섰다. © go발뉴스(강주희)
   
▲ 9일 공개된 이한열 열사 기념비. 기념비에 새겨진 숫자 ‘198769757922'는 이 열사가 쓰러진 날, 사망날짜, 국민장 날짜, 당시 열사의 나이를 뜻한다. © go발뉴스(강주희)
추모에서 역사로 ‘198769757922’

기념비 바닥은 브이(V)자 형태로 구부러지게 설계됐다. 이 열사의 죽음과 6월 민주항쟁으로 역사의 물줄기가 바꿨음을 상징한다는 게 기념사업회의 설명이다. 뒷면에는 기념비 제작에 도움을 준 후원자들의 이름을 새길 예정이다.

이날 제막식에는 이 열사의 어머니인 배은심 여사와 당시 연세대 총학생회장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 우상호 의원,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정갑영 연세대 총장, 백기완 통일문제연구소장 등이 참석했다. 연세대 학생 50여명도 참석해 이 열사의 뜻을 기렸다.

발언에 나선 배은심 여사는 마이크 앞에서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 28년 전 기억이 스쳤는지 열사의 어머니는 마른 입술을 깨물고, 흐르는 눈물을 닦았다. 그는 “아들이 눈 앞에 걸어다니는 것 같아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우리 애기가 기념비가 됐다”라며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다.

연단에 선 배 여사는 떨리는 목소리로 87년 6월을 회상했다. 맨 앞 줄에서 앉아있던 우상호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군화발이 이 동산까지 올라왔습니다. 저는 학생회관 3층에서 내다보면서 저 사람들이 우리 한열이를 발로 차지 않을까 노심초사 했습니다. 발을 동동 굴렸습니다. 그때는 경찰들이 이 동산 위에서 진을 치고 있었으니까요.”

   
▲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가 발언에 나섰다. © go발뉴스(강주희)
“이한열..우리 아들은 기념비가 됐어요”

아들의 죽음으로 겪은 고통과 원망도 털어놨다. 배 여사는 “이한열을 죽인 작자들은 호시탐탐 살고 있다. 내 아들을 죽인 그 살인마는 연희동에서 잘먹고 잘 살고 있는데 우리 아들은 기념비가 됐다. 아들을 망월동에 묻어놓고 27년째 그리며 살고 있는데 우리 아들은 기념비가 됐다”라고 울부짖었다. 배 여사의 호소에 제막식장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김학민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오늘을 기점으로 이한열 추모비가 기념비가 됐다”며 “이는 이한열 열사가 현실에서 역사의 한 페이지로 넘어가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28년전 6월 백양로에서 열사가 남겼던 메시지를 기억해 민주주의 역사를 이어가자”고 덧붙였다.

한편, 이한열 기념사업회는 오는 9월 25일까지 마포구 신촌로 이한열기념관에서 이 열사가 최루탄에 맞아 쓰러질 당시 신고 있었던 운동화를 일반인들에게 공개한다.

9일 오후 8시부터는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백주년 기념관 백양 콘서트 홀에서 이 열사의 동문인 연세대 86학번 동문 합창단, 피아니스트 최진리 등이 출연하는 ‘이한열 문화제 : 꽃이 피네’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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