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이 ‘육군 5163 부대’라는 이름으로 해킹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정원이 삼성의 스마트폰 ‘갤럭시 S3’를 이탈리아 ‘해킹팀’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는 보도가 더해져 파문이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전방위적 ‘사찰’ 포착 정황과 관련해 국정원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14일 <한겨레>에 따르면, ‘5163부대’는 2013년 1월 당시 출시한 지 7개월이 지난 갤럭시 S3 단말기를 이탈리아 ‘해킹팀’에 보내 분석을 의뢰했다. 국정원은 또한 지난달에 “매우 중요한 기능”이라며 ‘갤럭시 S6’에 대한 해킹을 의뢰하는 등 국내 스마트폰이 새로 출시될 때마다 해킹을 문의해왔다.

국정원의 해킹 프로그램 구매를 대행한 ‘나나테크’와 ‘해킹팀’이 2013년 2월에 주고 받은 이메일에는 “‘갤럭시 S3’를 보낼 테니 음성 녹음 기능이 가능한지 확인해달라”는 요청과 “보내준 갤럭시 S3를 잘 받았다. 곧바로 테스트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겨레>는 전했다.

▲ <이미지출처 = 국가정보원>

국내 보안전문가들은 굳이 해당 모델을 국내에서 구입해 이탈리아로 보낸 것과 관련, ‘국내에서 사용하는 제품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외국 판매분과는 다를 수 있는 만큼 (국정원의) 감시 대상이 정확히 국내용 스마트폰 분석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해킹팀’이 직원들끼리 주고받은 전자우편 내용을 보면, 에스케이에이(SKA·국정원 지칭)가 집요하게 국내 최신 스마트폰에 대한 공격 기능을 요구한 정황이 확인된다.

메일에는 “에스케이에이의 요구가 까다롭다”며 “삼성 갤럭시 탭2, 삼성 GT-I9500, 삼성 SHV-E250S 등에 대한 해킹이 필요하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또 다른 메일에서 국정원은 지난 2월 3일 “설치한 에이전트가 안랩의 브이3 모바일 2.0(V3 Mobile 2.0)에 의해 악성 프로그램으로 검출됐다”고 불안해하며 분석을 의뢰했다. ‘브이3 모바일’은 국내 보안업체 안랩이 개발한 모바일 백신이다. ‘해킹팀’은 “유럽에서는 당신이 말한 백신을 구할 수 없다. 백신을 보내달라”고 고객(SKA)한테 요청했다.

<한겨레>는 지금까지 드러난 내용을 종합하면, 삼성의 최신 스마트폰과 ‘카카오톡’, 안랩의 ‘V3 모바일’에 대해 국정원이 이탈리아 해커들에게 해킹을 의뢰한 셈이라고 전했다. 신문은 이탈리아 해커들에 의해 보안상 취약점이 파악된 이 제품들은 이번에 ‘해킹팀’이 해킹당하면서 공격 코드가 외부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점점 불거지는 국정원의 ‘사찰’ 정황에 네티즌들은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한 네티즌(네**)은 “휴대폰에 보안앱 깐 것 다 무용지물이라니. 악성코드 해킹 때문에 짜증나고 맨날 털려서 별의별 곳 전화와서 환장하는데 국정원도 해킹하는 곳들 중 하나”라고 비판했고, 또 다른 네티즌(나**)은 “중앙정보부 부활이네. 이래도 자유민주주의 이름 입에 올릴래, 인민공화국이면서”라고 비꼬았다.

이 밖에도 “결론은 디도스 악성코드 공격의 근원지는 걱정원 아닐까”(개솔**), “심부름 센터 수준에 꽤 설치고 다녔군 걱정원”(화룡**), “살다 살다 별꼴 다 본다. 이 정부야 말로 막장이네”(hyg****). “정말 한심한 나라에 내가 살고 있다”(ha**), “아이폰은 뚫리지 않았는지?”(sun*******) “해킹을 막아야 할 정부가 해킹하고 있다니 대단하십니다”(젠**) 등의 반응들이 잇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