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 간 핫라인’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김만복 전 국가정보원장이 검찰에 고발됐다.

<뉴시스>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6일 국정원에 의해 국가정보원직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김 전 원장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고 배당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해당 사건은 사안의 성격상 공안부서가 수사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김 전 원장은 지난 2일 노무현 재단이 주최한 ‘10·4 남북정상선언 8주년 국제심포지엄’에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 의사소통 구조가 있었다”면서 “남측 핫라인은 국정원에 있어 24시간 상시 대기하면서 그 라인으로 온 것은 김정일 위원장의 뜻으로 알고 바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가 됐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형사고발과 함께 이달 5일 김 전 원장의 회고록 ‘노무현의 한반도 평화구상-10·4 남북정상 선언’의 판매금지 가처분을 서울중앙지법에 신청한 상태다.

김 전 원장은 이 책에서 “10·4 남북 정상선언의 최초 안에는 남북간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하는 내용이 포함됐었다”며 “하지만 우리 측 관계기관의 의견수렴 과정에서 삭제됐다”고 밝혔다.

검찰은 ‘핫라인’ 발언과 회고록 내용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지 검토하고 김 전 원장을 소환 조사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김 전 원장의 ‘가벼운 처신’은 응당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지만,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 논란을 빚은 국정원이 국정원법 위반을 이유로 김 전 원장을 형사고발하겠다고 나선 것은 “소가 웃을 일”이라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6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권영철 선임기자는 “그동안 국정원이 한 일을 보자”면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을 사조직화 했다. 심리전단을 만들어 선거에 개입하고 해킹을 시도했으며 특히 대선에 개입해 국민의 뜻을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또 “남재준 전 국정원장은 국정원의 대선개입 사실이 드러나자 이를 덮기 위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일반에 공개했다”면서 “그렇지만 국정원은 전직 원장에 대해 어떤 조치도 하지 않았다”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권 기자는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억지로 비밀등급을 해제하면서까지 공개한 국정원이 김만복 전 국정원장이 ‘핫라인’ 관련 사안을 언급했다고 형사고발하겠다니 이게 말이 되는 거냐”고 일갈했다.

▲ 원세훈(좌), 남재준(우) 전 국가정보원장 <사진제공=뉴시스>

그는 김 전 원장의 ‘남북간 핫라인’ 발언에 대해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에서도 핫라인이 언급되고 있다”고 전하면서 “새삼스러운 게 아니라는 김만복 전 국정원장의 주장이 나름 설득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권영철 기자는 아울러 “국정원이 대화록 전문을 공개해 논란을 확산시킨 이유는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을 덮기 위한 꼼수라는 것이 당시의 지배적인 평가였다”고 전하면서,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공개에 관여한 인사들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검찰이 김만복 전 원장을 기소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은 2014년 6월,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입수해 2012년 대선 선거유세 과정 또는 식당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유출한 새누리당 김무성 의원과 권영세 주중대사, 대화록을 일반문서로 재분류해 공개한 남재준 전 국정원장,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발췌본을 누설한 서상기, 조원진, 조명철, 윤재옥 의원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