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희호-안철수 비공개 대화 녹음’에 대해 27일 “통비법은 “타인간의 대화 녹음”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바, 이는 범죄”라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이희호-안철수 대화 녹취 문제는 안철수 의원의 사과나 녹취를 했다는 안철수측 인사에 대한 당내 징계로 마무리될 사안만이 아니다”며 이같이 말했다.

▲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과 문병호 의원 등이 무소속이었던 지난 4일 서울 동교동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사저를 찾아 이희호 여사를 예방하고 새해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국민의당은 독대 녹취록 유출 파문과 관련해 “안철수 의원을 수행했던 실무진이 녹음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통신비밀보호법 상의 문제를 제기했다.

조 교수는 “단, 안 의원이 대화당사자의 한 사람으로 직접 녹취했거나, 녹취한 제3자가 이희호 여사와 대화 당사자였다면 처벌대상이 아니다”면서 “그러나 녹취록에는 제3자의 발언이 없다”고 지적했다.

월간중앙이 공개한 녹취록에는 이희호 여사 측 관계자만 있지 안철수 의원 수행원의 발언은 없다. 실무진이 안 의원과 이 여사의 지시나 허락을 받지 않고 녹음을 했다면 위법성이 제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한 페이스북 이용자가 “만약 제3자가 배석을 했고, 그 배석한 사람이 녹음을 했고 대화 중에 발언을 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말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면 대화에 참가한 건가요, 아닌가요?”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대화에 육성을 참여한 사람이 녹음할 때만 면책된다”고 답했다.

앞서 2005년 ‘삼성X파일 사건’ 관련 맨 처음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는 통비법 위반으로 유죄판결을 받았다. 노회찬 전 의원은 ‘삼성 엑스파일’ 일부를 입수해 ‘삼성 떡값 검사’ 7인의 이름을 인터넷에 올렸다고 국회의원직을 잃었다.

2012년 정수장학회 최필립 이사장과 MBC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비밀 회동을 내용을 보도한 한겨레신문 최성진 기자는 불구속 기소됐다. 2심 재판부는 최 기자에 대해 통비법 위반이라며 징역 6월 및 자격정지 1년형을 선고 유예했다.

그러나 해당 사례들은 권력 감시‧비판이라는 공익을 위해 공개한 사례로 통비법이 언론 자유 침해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이 나왔다.

한편 <뉴시스>에 따르면 독대를 녹음한 실무자는 이날 오전 사표를 제출했고 받아들여졌다. 해당 실무자는 안철수 의원실 소속 수행 비서로, 국민의당 창준위 당직은 맡은 맡지 않고 있었다.

국민의당은 독대 녹음 및 녹취록 유출에 대해 “실무진이 독단으로 한 것이고 안 의원이나 지도부는 몰랐다”며 ‘개인 일탈 행위’를 주장하고 있다. 

▲ 안철수 국민의당(가칭) 인재영입위원장이 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당사에서 이희호 여사와의 면담 녹취록 공개에 관련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