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사회는 물론 여야 정치권이 한 목소리로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서 우 수석의 ‘거취’에만 주목한다면 사태의 본질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중앙일보> 권석천 논설위원은 26일자 “우병우‧진경준, 비밀은 없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우병우-진경준 스캔들’의 본질은 ‘검찰정치’라며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에 동원됐던 ‘여론재판’ 방식을 우병우에게도 적용하는 건 결국 그에게 지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 <사진제공=뉴시스>

권 위원은 “우 수석이 수사와 인사에서 막강 파워를 행사할 수 있었던 건 검찰을 정치에 활용하려는 박근혜 대통령과 집권세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이라며 “그를 움직인 손은 대통령일까. 그를 천거하고 지원한 세력은 누구일까. 그로 인해 누가, 어떤 이익을 얻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했다.

또 권 위원은 “노 전 대통령을 벼랑 끝에 서게 했던 것도 검찰의 언론플레이였다”며 “또다시 현혹되지 않으려면 우리는 인간 진경준에 대한 분노를 넘어 그의 범죄가 어떻게 가능했느냐고 질문을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권‧수사지휘권에 기소권까지 틀어쥔 검찰 권력이 뒤에 없었다면 그에게 왜 주식을 주고, 해외여행비를 댔겠는가”라며 “우리는 검찰권을 구조조정하고, 검사들 천지인 법무부를 문민화하고, 검찰정치의 미련을 버리라고 요구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바뀌지 않는 한 제2, 제3의 우병우‧진경준은 계속해서 나올 것”이라며 “그들을 검찰정치의 아바타, 검찰권의 아바타로 만든 시스템의 책임도 끝까지 물어야 한다. 무대 뒤편에서 ‘시스템 복원’ 키를 만지작거리는 자들의 가면을 벗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실이 우병우 수석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온라인상에서는 ‘셀프감찰’, ‘짜고 치는 감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