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현직 장관‧청장들이 업무용 휴대전화(일명 보안폰‧삼성폰)을 드릴로 뚫어 폐기하거나 폐기할 계획이라는 보도가 나와 파문이 일고 있다. 박근혜정권 고위관료들의 조직적 증거인멸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1일 서울신문에 따르면 정부 부처 장관·청장들이 지난해 연말부터 업무용 휴대전화를 속속 폐기하고 있다. 전화번호를 바꾸고 기기를 폐기하거나 폐기를 계획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원이나 청와대 등 권력 기관에서 문서를 대량 폐기한 전례는 있지만 정부 부처 장관·청장들의 휴대전화를 폐기하는 건 처음이다.

정부 관계자들은 업무용 휴대전화 교체·폐기 지침이 있었다고 말했지만 그 지침을 내린 곳에 대해서는 함구했다고 서울신문은 전했다.

복수의 정부 고위 관계자는 “보안이 이유라면 전화번호는 살리고 기기만 바꾸면 되는데, 보안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전화번호도 없애고 기기도 망가뜨린 후 폐기처분하고 있다”며 “특검 수사와 정권 교체 후 사정에 대비해 문제의 소지를 없애려 하고 있다”고 털어놨다고 <서울>은 전했다.

앞서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첫 공판에서 검찰은 조직적 증거 인멸 계획 정황이 담긴 ‘압수수색 대응 방안’ 문건을 공개한 바 있다.

▲ <사진출처=SBS 화면캡처>

안 전 수석의 서울 자택에서 압수한 문건에는 ‘휴대폰 교체가 가장 중요하다’ ‘휴대폰 액정 우측 상단 3분의1 지점을 집중 타격해 부숴야 한다’ ‘휴대폰은 전자레인지에 돌려 물리적으로 복원이 불가능하도록 하는 방법이 안전하다’ ‘휴대폰은 위치추적 안 되는 강이나 다시 찾을 수 없는 장소에 폐기’ ‘연락처를 삭제해 카카오톡 자동 친구 등재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관련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지난달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청와대 압수수색 과정에서 증거 인멸 흔적이 있으면 수사해 법적으로 처벌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업무용 휴대전화는 이미 국정원에서 보안 칩을 심어놓았기 때문에 보안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설사 보안 때문에 휴대전화를 폐기 한다고 하더라도 왜 전화번호를 삭제하고, 휴대전화를 드릴 등으로 망가뜨린 후 폐기처분 하는 것인지 도저히 납득할 수가 없다”고 의문을 표했다.

박 대표는 “박근혜 청와대의 비서진이 최순실과 대포폰으로 통화하며 은밀하게 지시한 흔적을 삭제하기 위한 것인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박 대표는 “황교안 권한대행에게 촉구한다”며 “누가 왜 이러한 지시를 내린 것인지 실태를 밝히고, 박근혜정부의 대포폰 비상연락망을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이 가결된 지난해 12월9일 오후 박 대통령이 청와대 위민관으로 국무위원들과 간담회 위해 입장하고 있다. 대통령 직무정지로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았다. <사진제공=뉴시스>

고용진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현안 브리핑에서 “전대미문의 국정농단과 헌정유린에 이 정부 인사들이 너도나도 개입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고 대변인은 “아니면 자신의 처신이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숨기려 하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며 “대통령은 대포폰을 쓰고, 장관들은 보안폰을 부수기에 여념 없는 박근혜 정부의 말로가 한심할 뿐”이라고 말했다.

고 대변인은 “결국 드러난 진실은 드러나게 되어 있다”며 “핸드폰을 부순 관료들은 이 정권의 부역자임을 스스로 자처하는 것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SNS에서는 “스스로 구린 일들을 많이 했다고 자백하고 있네. 수사해서 증거들이 드러날까봐 정권 자체가 도둑 집단인 걸 인증하는 쇼다”, “전부 증거인멸로 미리 구속하라, 황교안도 바꿨나?”, “최순실 부역자들이 하도 많아서 선별 폐기를 할 수 없어서 전부 폐기하나? 박근혜 지시사항인가 아니면 황교안 지시사항인가”, “증거인멸 중하게 다뤄야겠네요”, “국세청장, 국정원장, 비서실장, 기무사령관, 경비원 실장, 검찰총장, 경찰청장, 보훈처장.. ㅠㅠ”,

“공무원 전체가 무슨 조폭집단이냐”, “관련부서인 행자부도 최종결재권자인 청와대도 모르면 귀신이 했겠죠. 참 가관이다.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니. 이래놓고 컨트롤타워 이야기할까”, “이건 국가와 국가기관을 전복시킨 내란이다”, “폐기자 전원 국가재산 파괴죄로 처벌하라”, “증거인멸에 해당한다. 현행범을 빨리 체포 구속하라”, “장관 자격 없다, 다 사퇴해라”, “현 정부의 관료들은 공동책임을 물어 모두 끌어내려야 한다” 등의 비난이 이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