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주광덕(우) 의원이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고등검찰, 서울중앙지검 등에 대한 국회 법사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윤석열(좌) 서울중앙지검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고발사건과 관련 “9년 동안 아무것도 안했다는 것은 사실상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윤 지검장은 23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주광덕 자유한국당 의원의 “시민단체가 고발한 노 전 대통령 일가의 640만 달러 수수 의혹 사건이 각하 된 사유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윤 지검장은 “종전의 대검중수부의 처리를 뒤엎을 만한 단서가 없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주 의원은 “시민단체”라고 했지만 ‘박근혜를 사용하는 모임’(박사모) 측이 고발한 건이다. 정광용 회장은 지난 2월 640만 달러 뇌물수수 혐의로 권양숙 여사 등을 고발했으나 검찰은 9월 중순 각하 처분했다. 

윤 지검장은 “당시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 대해 공소권 없음으로 처분하고 가족에 대해서는 별다른 처분을 하지 않았지만 9년 동안 아무것도 안했다는 것 자체가 당사자에게 어떤 신뢰의 원칙이 있는 것이고 사실상 검찰이 불기소 처분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밝혔다. 

윤 지검장은 “드러나지 않았던 것이 9~10년만에 공소시효를 앞두고 드러났다면 당연히 수사해야 되지만 8~9년 전에 다 드러났고 검찰이 수사를 전부했는데 더 이상 진행을 안 시켰다”고 말했다. 

이에 주광덕 의원은 “성역을 둬서는 안 된다, 국민들이 진상을 알고 싶어하는 사안이면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지검장은 “형사 1부의 각하 취지가 그런 뜻이었다는 것이고 오늘 제기한 부분은 검사들과 깊이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같은 당 김진태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정치적으로 거의 사망선고를 받았는데 세월호까지 추가 기소하자고 하고 있다”며 “노 전 대통령 본인이 돌아가신 것으로 유족들이 78억 상당의 이익을 계속 누리고 있어도 내버려 둬야 하는가”라고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자유한국당 소속 권성동 법사위원장은 “노 전 대통령 640만불 수수는 수사 기록을 까보면 다 나온다”며 “일반 공무원도 단돈 500만원만 먹어도 다 구속되는데 아무리 돌아가셨다고 하지만 그대로 놔둬서 되겠는가”라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문재인 정부가 적폐청산을 한다고 얘기했기 때문에 그런 것”이라며 “잘 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오신환 바른정당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 640만 달러에 대한 것은 새로운 내용들이 발견되지 않았기에 할 수 없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윤 지검장은 “할 수 없다는 말이 아니라 형사 1부의 각하 처분 과정을 얘기하면서 과거 그 사건의 주임검사였던 분이 청와대 민정수석을 다년간 하셨는데 그 과정에서 그 사건이 재개가 안됐다”고 우병우 전 민정수석을 지적했다. 우 전 수석은 2009년 대검 중수 1과장으로 ‘박연차 게이트’ 수사실무를 맡았다. 

윤 지검장은 “재개가 안 되면서 상당기간 지난 것 자체가 검찰에서 사실상 불기소 처분한 것과 다를 바 없는 시각에서 각하했던 것”이라고 재차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 지검장은 “지금 야당 의원들이 다시 문제를 삼고 강력한 수사를 요구하기에 잘 검토해보겠다”고 덧붙였다. 

야당들의 이같은 공세에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황당하다”며 “언론에 보도된 박연차 회장의 확인되지 않은 일부 진술을 가지고 12년이 다 되서 확정된 사실인 것처럼, 결정적인 물증이나 증거가 나타난 것처럼 규정하고 수사를 요구하는 것이 적절한 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사건 이후 민주당이 다시 정권을 재창출했나, 그 다음에 다시 민주당이 정권을 창출했는가”라며 “이명박 전 대통령 5년 동안 묶여 있었다”고 반박했다. 

또 “박 전 대통령은 2012년도에 노 전 대통령의 정신적‧정치적 계승자라는 문재인 대통령과 싸웠고 대통령으로 당선됐다”며 “이게 정말 문제가 됐다면 박근혜 정부가 가만히 있었겠나”라고 되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