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NN은 5일(현지시간) 아마존이 미국 시애틀 본사와 글로벌 사업팀이 있는 벨뷰 사무실을 폐쇄한다고 전했다. 아마존 대변인은 시애틀에 있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직원이 '코로나19' 양성판정을 받고 자가격리 중이라며 "모든 직원들에게 가능하다면 3월말까지 재택근무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은 4일 시애틀 아마존고 매장의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제가 사는 워싱턴 주의 모든 식당, 헬스클럽, 술집 등이 강제로 폐쇄됐습니다. 테이크아웃은 가능하지만, 들어가서 식사를 하는 건 이번 달 말까지는 금지입니다. 해당 업계는 말 그대로 손가락만 빨아야 할 처지가 된 겁니다. 그렇지만 조금 전에 들러본 수퍼마켓은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습니다. 만일 바이러스가 퍼진다면 여기서 퍼지겠구나 싶을 정도로. 그리고 지금까지 250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50명 이상 모이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강화했습니다. 우리 성당도 그렇고, 거의 모든 종교기관의 집회도 자연스레 두 주 동안 금지 및 폐쇄 조치가 내려진 셈입니다.

TV에서 주지사를 비롯, 카운티 익제큐티브(우리 식으로 말하면 군수 정도?), 시애틀 시장 등이 번갈아가며 질문을 받고 있었습니다. 생방송으로 비상사태를 알리며 주민들에게 협조해 줄 것을 당부하는 방송이 지금도 흐르고 있습니다. 어머니 집에 와서 마켓 다녀오는 심부름을 하며 바라본 사람들의 얼굴에 공포가 담겨 있는 것을 바라보는 것이 영 마음을 무겁게 만듭니다.

​당장 이렇게 되면 경제는 올 스톱일 수밖에 없습니다. 알래스카 크루즈의 모항이기도 한 시애틀은 4월부터는 크루즈 시즌이 되지만, 이게 살아날 것이라고 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전 세계가 이렇게 함께 공포에 절어보는 것은 처음이란 생각이 듭니다. 세계 각국에선 아예 대응을 포기하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어쩌면 미국도 이제 조금 있으면 그 부류로 들어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매장에서 마스크가 모두 팔려 선반대가 텅 빈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여기까지 오면, 도대체 이 사태가 왜 발생했는가를 근본적으로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우선은 사람들이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지금까지 야생으로 남아 있던 곳들에 계속해 들어가면서 인간과 만날 이유가 없었던 세균과 바이러스들이 점점 접촉면을 넓혀갔고, 그중 변종이 생긴 것이지요. 그렇게 생겨난 병원체는 전세계가 일일 생활권이 된 지금, 인간이 만들어 낸 이기들을 타고 퍼지기 시작한 겁니다. 비행기와 배 등, 사람들이 필요해서 만들어 낸 교통수단들은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온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뉴욕이나 파리 등, 대부분의 시민들이 생활 속 이동을 지하철에 의존하는 경우엔 그 확산 속도가 더 빠를 수밖에 없겠지요.

​그런 면에서 한국의 확진자를 조기 발견하고 차단하는 정책은 가장 옳은 것이었습니다. 자가 격리를 시키고, 대규모 집회를 막는 것은 가장 필수적인 조치였던 것이지요. 지금 한국은 이곳처럼 식당가의 영업을 강제로 중단시켜야 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조기 방역 조치들이 이뤄졌기에 그나마 가능한 일입니다. 이미 바이러스가 퍼질 대로 퍼지고 나서야 내려진 지금 워싱턴주나 캘리포니아의 조치들은 이미 때늦은 감이 있다고 할 겁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근본적으로는 자본의 논리가 앞서며 공공 의료를 축소시킨 나라들이 지금 뒤늦게 가장 크게 피해를 입고 있는 현상들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이탈리아는 물론, 유럽의 각국들도 자본의 논리를 앞세워 공공 의료를 축소시켜 왔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 결과가 이렇게 숫자로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미국은 뒤늦게 코로나 바이러스 검사를 무료로 하겠다고 밝혔고, 지금까지 시행된 검사 결과 확진자의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서운 건 역시 공포 그 자체입니다. 수퍼마켓의 선반들이 비고, 사람들이 각자도생하려는 모습을 보게 되는 건 슬픈 일입니다. 그것은 자본의 논리가 공공선을 앞서는 사회에선 어쩌면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릅니다. 한국에서 자가 격리자들에게 식료품을 배달해 주는 자원봉사자들의 모습이 ABC의 전파를 탄 후, 이것이 다시 유튜브에 퍼지고 미국에서 많은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나도 한국에 살고 싶다. 한국인이고 싶다"는 댓글들에 찬성을 누른 이들의 마음을 알 것 같습니다.

이것도 지나갈 겁니다. 아마 인류에겐 많은 상처와 교훈을 함께 남기겠지요. 그러나 그 교훈들 중 본보기가 되고 있는 것이 지금의 대한민국입니다. 마켓에 다녀와서 먹먹해진 가슴을 ‘국뽕’으로 치유하는 경험을 합니다.

​시애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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