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하 전교조) 제20대 위원장으로 전희영 전교조 경남 지부장이 선출되었다. 전교조는 위원장 러닝메이트를 사무처장에서 사무총장으로 변경해 실시한 이번 선거에서 기호 3번 전희영·장지철 후보조가 57.35%를 득표해 42.65%를 얻은 기호 2번 김해경·김병일 후보조를 결선투표에서 누르고 당선되었다.

45세로 최연소 위원장이 된 전희영 위원장은 양산중등지회장과 경남지부장을 지냈다. 당선소감과 함께 교육현안 등을 듣기 위해 그를 지난 28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전 당선인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전희영(왼쪽)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과 장지철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무총장이 지난달 1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본부에서 열린 '제20대 전교조 위원장-사무총장 당선 기자회견'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코로나19’ 시대의 학교 교육과 전교조의 역할

- 지난 9일 전교조 20대 위원장으로 선출되셨잖아요. 20여 일이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어요?

“여기저기 인사도 드리고요. 20대 전교조(집행부)에서 함께할 간부들 인선도 하고 여러 가지 사업에 대한 논의도 좀 진행을 하며 보냈습니다. 현재 경남지부장을 맡고 있는데요, 지부에서 추진해야 할 사업들도 아직 남아 있어서 그 사업 등을 진행하고 마무리도 하면서 바쁘게 보냈습니다.”

- 발표되고 느낌이 어떠셨어요?

“일단은 기쁘기도 했지만, 어깨가 무겁죠. 전교조가 무려 7년에 걸친 법외 노조 취소 투쟁으로 법적인 지위를 찾았잖아요. 법적인 지위를 찾고 나서 이루어진 첫 선거다 보니 새롭게 전개되는 전교조에 대한 기대도 무척 많아서 그렇기도 하고요, 코로나로 인해 지금 학교가 많이 어려운데 코로나19시대에도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위해 전교조의 역할을 많이 기대하고 있어서 부담되기도 하고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습니다.”

- 위원장 출마는 어떻게 하시게 됐어요?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회복하기 위해서 오랫동안 투쟁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법외노조 굴레를 벗는 데 집중하느라 교원노조로서 본연의 역할은 조금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을 해요. 참교육 실현을 조직하거나 여러 가지 교육 문제를 해소한다거나 참교육 정책을 생산하는 등 좀 부족했던 부분들을 다시 한 번 채워가면서 전교조의 존재감을 다시금 회복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위원장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 선거 과정에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나셨을 텐데, 어떤 이야기들을 하시던가요?

“일단 전교조가 교원노조인 만큼 교사들의 목소리를 잘 대변해주는 노동조합이었으면 좋겠다 는 게 하나 있었고요. 다른 하나는 우리 2, 30대 선생님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좀 낮은 편이라 2, 30대 선생님들이 가입하고 싶은 매력적인 전교조로 거듭났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많이 이야기하셨습니다.”

20~30대 교사들.. 전교조에 바란다

- 그럼 2, 30대 선생님들이 전교조 가입을 왜 안 한다고 보세요?

“설문조사를 해보면 2, 30대 선생님들은 ‘노동조합이 꼭 필요하다’에 거의 90% 이상이 동의하시거든요. 근데 ‘나에게 꼭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다’고 하십니다. 그만큼이나 노동조합이 교사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대변하고 든든한 힘이 되는 노동조합으로 좀 더 거듭날 것을 2, 30대 선생님들이 요구하신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부분에서 현재 조금 부족하지 않나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부족한 부분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세요?

“일단은 교사들의 목소리를 잘 들어야 할 것 같아요. 교사들이 지금 무엇을 요구하고 있는지, 그리고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위해서 교사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 학교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정부의 여러 가지 교육 정책들에 대해서 전교조만의 목소리를 잘 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어떻게 목소리를 들을 생각이신가요?

“2, 30대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담는 기구로 ‘2030 주니어보드’라는 걸 설치하려고 해요. 2, 30대 선생님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전교조의 혁신 정책을 만들어내는 단위가 될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회장과 위원장과의 대화를 정기적으로 개최한다거나 작년에 했던 10만 교원 조사사업처럼 전체 교원들의 목소리를 듣는 설문조사 같은 것들도 수시로 하려고 지금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이미지 출처=EBS 뉴스 캡처>

- 결선 투표까지 가셔서 57.35%의 득표를 얻으셨는데, 노조원들이 본인을 선택한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학교에 방문하면 가장 공감해 주신 공약이 2, 30대 교사의 전교조 가입 확대 문제였어요. 2, 30대 교사들이 많이 가입하는 문제, 그리고 지속가능한 조직으로의 확장, 이런 공약에 대해 많이 공감해주셨고, 젊은 전교조로의 변화를 공약으로 제출했던 저희를 선택하신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인사가 만사’라고 하는 데 인사는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지역별로 지금 여러 간부를 추천받고 있습니다. 여러 선생님께 추천도 받고, 함께 본부에서 전임하실 선생님을 전체 조합원들한테 공개해서 모집을 한번 해 볼까 하는 고민도 현재 있긴 합니다.”

- 현재 경남지부장이시죠. 지부장과 위원장은 또 다를 거 같은데 어떻게 준비하고 계세요?

“사실 지부장은 제가 있는 경남 지역의 교육정책에 대해 고민만 하면 되잖아요. 근데 위원장은 전국적인 교육정책을 다뤄야 되니까 그만큼 어깨가 무겁기도 하지요. 하지만 전교조에서 추구하는 기본적인 교육정책의 방향은 일치하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봅니다. 여러 선생님들과 힘을 모아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대표 공약, ‘코로나19 교육3법’이란?

- ‘코로나19 교육3법’ 제정과 ‘2030 주니어보드 운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데 이중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은 뭔가요?

“저희가 첫 번째로 내걸었던 공약이 ‘코로나 교육3법’을 제정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코로나 교육3법’은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올해 대면 교육이 많이 이루어지지 못하다 보니 학생들의 교육격차도 심해지고, 심리적 결손도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고민했던 것이 ‘코로나 교육3법’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이것은 거리 두기가 가능하도록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수업일수와 수업시수를 조정해서 교육과정 적정화도 이루자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실 코로나 상황이 아니라 하더라도 수업의 질을 개선하고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는 등 교육이 가능한 학교를 만드는 데도 큰 의미가 있는 것이어서 가장 중요한 공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아이들이 매일 등교하도록 하는 건가요?

“현재 학교나 학급밀집도가 높아서 학생들이 등교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격주, 격일, 아니면 전면 온라인 수업 등으로 이루어지고 있지요. 그래서 밀집도를 낮추자는 것이지요.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하고, 거대학교도 해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학교와 학급밀집도를 해소해야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를 해서 제대로 된 대면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 그렇게 하려면 학교 건물도 필요하고 선생님도 필요해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요?

“정부에서 의지가 있으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은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고 등교수업이 가능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최근에 교원정원을 감축하겠다고 하고, 학급당 학생 수 감축을 위한 예산을 배정하지도 않았습니다. 물론 예산을 마련하기가 쉽지는 않겠지요. 하지만 코로나를 겪으면서 대면 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든 국민이 절감하고 있기에, 이를 위한 예산을 더 배정하는 것은 오히려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것이라 봐요. 그래서 정부가 코로나 같은 재난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등교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가능한 문제라고 봅니다.”

▲ <사진제공=뉴시스>

- 지금 학생들이 등교를 못 하니 학력 격차가 심해진다는, 이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온라인 수업이 장기화되다 보니 학력 격차가 더욱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대면 수업밖에 없다고 모든 교사가 입을 모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사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면서 정부가 내놓은 교육 정상화 방향이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정부에서 내놓는 교육 정상화의 대책이라는 게 거의 기술에 기반한 접근이잖아요. 이런 재난 상황에서도 학교가 안전, 교육, 복지 이런 것이 보장되는 공간이 되려면 코로나 시대의 대응하는 교육 환경으로서의 체질 개선이 필요한 거죠. 그래서 학급당 학생 수 20명 이하 법제화 문제나 학교의 규모의 적정화, 화장실 증설이나 교실에 세면대 설치와 같은 학교 공간 혁신 등 등교를 할 수 있는 안전한 학교를 만드는데 교육부가 우선적으로 정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

- 그럼 원격 교육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원격교육 자체가 나쁘다고 보지 않아요. 원격교육이 필요한 부분도 있겠죠. 근데 원격 수업만으로 충분한 교육이 이루어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격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한 각종 기반, 학습조력자 등도 동반되어야 한다고 보고요, 등교하면서 잠재적으로 배울 수 있는 공동체성, 사회성 등은 원격교육으로 이루어지기 힘든 중요한 교육적 영역입니다.”

“문재인 정부의 ‘교육개혁’…가장 아쉽다”

- 당선 기자회견에서 “문재인 정부가 교육개혁에 실패한 정권으로 끝나지 않길 바란다”며 “지금이라도 국정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씀하셨잖아요. 그럼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보세요?

“문재인 정부가 했던 여러 가지 중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들이 교육개혁 분야입니다. 특히나 문재인 정부는 국민 촛불로 출범한 정부이기에 더 기대가 컸겠지요. 그리고 그만큼 실망도 크다고 생각합니다. 교육개혁 관련해서 대통령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놓았던 부분들도 후퇴하거나 아직 시행도 하지 못한 것들도 많습니다. 특히 교육개혁에 있어 핵심주체인 교사들이나 학부모들과 함께 충분히 논의하지 못하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것들이 많아 우려스럽습니다.”

- 애초에 공약으로 내놓았던 부분들도 후퇴 또는 아직 시행도 하지 못한 것들도 있다고 하셨는데 뭔가요?

“대학 입시에 있어서 정시 비율을 축소하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확대했습니다. 그리고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과 내신 절대평가제 도입도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이었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었습니다. 내신 및 수능 절대평가 전환의 로드맵을 마련하여 시급히 시행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정시 확대 부분은 공론화를 거친 거 아닌가요?

“정부에서 공론화 위원회 같은 것들을 이용해서 교육 관련해서 국민 의견을 수렴했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사실 대학 입시 등의 교육 문제는 이해관계가 많이 얽혀있는 부분이기도 하고 철학적 차이도 큰 영역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이것을 짧은 시간에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입 정시확대 부분과 관련해서도 엄청나게 많은 교사 그리고 학부모들이 반대했어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밀어붙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 충분하게 국민들의 여론을 그리고 해당 교육 주체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다고는 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전희영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법적 지위 되찾은 전교조.. 단체교섭 재개

- 임기가 2년인데 앞으로 2년 전교조 어떻게 이끌어 가실 계획이세요?

“조합원 선생님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전교조에 기대하는 바가 큰 거 같습니다. 당면해서는 코로나 상황에서 교육 가능한 학교를 만들기 위한 여건 조성에 힘을 쏟아야 할 거 같아요. 학급당 학생 수 감축 문제, 수업일수나 수업시수 조정 등 이런 부분에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전교조가 노동조합으로서 법적인 지위를 찾은 상징적인 것이 단체교섭 재개입니다. 교육 및 근무 여건 개선, 교육격차 해소를 위한 정책과 제도의 개선, 조합원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에 관한 사항 등 7년 만에 재개하는 단체교섭을 승리 적으로 잘 마무리해야 할 과제가 있습니다. 그리고 2, 30대 교사들이 많이 가입하는 ‘젊은 전교조’로 거듭날 것에 대한 고민도 많습니다. 새롭게 전교조가 출발하는 만큼 많이 격려해 주시고 충고도 많이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단체교섭에서 중점을 둔 부분은 뭔가요?

“교육부에 보냈던 단체교섭 요구안의 내용이 7년 전에 내용이라 새롭게 달라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교사들의 사회경제적 지위 향상을 위한 문제들이 있을 것이고요, 수업과 학생지도에 집중하기 힘들게 하는 불필요한 행정업무 등을 해소해서 교사들이 학생들을 위한 교육 활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교육 여건을 만들 수 있는 단체교섭을 진행해보려 합니다.”

- 일반 시민 중에는 전교조가 초심을 잃었다는 평가도 있는데.

“전교조는 초심을 한 번도 잃어버린 적이 없다고 생각을 해요. 학교 현장이 30년 동안 수차례 바뀌어 오고 사회가 30년을 거치면서 많이 바뀌었던 것처럼, 30년을 거치면서 전교조 활동의 내용과 방식이 다양해지고 변화한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위한 참교육을 실현하겠다고 전교조를 만들었던 89년 그때 그 마음은 한 번도 변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려요.

“<GO발뉴스>는 사회의 부조리한 부분을 바로잡고 국민들에게 공정하고 정확한 내용을 전달하기 위하여 애쓰는 언론으로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잘 짚어주시기를 부탁드리고요, <GO발뉴스>를 사랑하는 독자분들께는 전교조를 언제나 애정어린 시선으로 대해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이영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