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를 자세히 보면 연구를 하는 본원, 예타하는 공공투자관리센터, 학교인 대학원,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돼 있는데 사람들이 이걸 잘 모르는데 윤희숙 의원이 처음에 2000년도 초반에 KDI 입사할 때 공투로 입사를 했어요. 그래서 공투로 입사해서 처음에 예타를 담당하는 박사였습니다. 그러니까 예타가 어떻게 돌아가고 공투의 관리체계가 어떻게 되고 그런 것은 생각보다,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잘 알고 있었을 거예요.”

3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과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라고 전제 한 뒤 윤 의원의 KDI 재직 시절 부친의 세종시 땅 투기와 관련된 이해충돌 의혹에 대한 배경을 설명해 나갔다. 

▲ 부친의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지기 위해 대선 경선을 포기하고 국회의원직을 사퇴한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으로 들어서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우 교수는 “(부친이 세종시 땅을 매입한)2016년도 자체가 윤희숙 의원이 연구원 내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인 연구활동하고 매니지먼트의 일부였기 때문에 그런 의심은 해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밖에서 봤을 때 혹시 그런 네트워크를 통해서 뭔가 아버지 투자에 도움 준 것 아니냐 이런 의심을 충분히 해볼 수가 있다”면서도 이렇게 덧붙였다. 

“KDI라는 조직 자체가 칸막이가 그래도 그나마 잘 돼 있어요. 예전에는 그게 막 섞여서 돌아갔는데 2016년도 되면 칸막이가 잘 돼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좀 의심은 해볼 수 있는데 너무 많이 가는 것이고 지금 원장님이 홍장표 교수님이시거든요. 경제수석하셨던 홍장표 교수님이시니까 적당히 알아서 잘 하시지 않으실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당을 중심으로 KDI 전수조사 주장이 나오는데 대한 전망이라 할 수 있었다. 같은 경제학자로서 윤 의원의 KDI 재직 시절을 잘 아는 우 교수 역시 의혹 제기 자체의 정당성은 인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의원이 앞서 지난 27일 2차 해명 기자회견에서 윤 의원이 'KDI에 재직한다고 예타 조사에 대한 정보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은 것과는 다소 결이 다른 설명이었다. 

국민의힘도 이에 대해 윤 의원 부친의 땅 매입 시점인 2016년과 국토교통부가 세종스마트 국가산단 후보지를 선정한 2018년, KDI가 예비타당성조사 용역을 진행한 2019~2000년은 시간차가 존재한다는 설명은 내놓은 바 있다. 

이처럼 2차 해명 기자회견 이후에도 윤 의원을 둘러싼 의혹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 가운데 30일 민주당 의원들은 윤 의원에 대한 공세를 이어갔다. 문재인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을 지낸 민형배 의원은 이날 <윤희숙 의원님, 주변정리를 하는 게 어떨까요?>란 페이스북 글을 통해 윤 의원의 2번에 걸친 기자회견을 ‘사퇴쇼’로 규정했다. 

윤희숙 의원이 기다릴 것은 사퇴가 아닌 수사 

“정청래 의원께서 잘 지적했듯이 국회의원 사퇴는 쉽지 않습니다. 국회의장 상정 후 본회의 결, 또는 비회기 중 국회의장의 수리 두 가지 방법밖에 없습니다. 부당한 권력에 의한 악용을 막으려고 어렵게 만들어 놓았을 겁니다.

이걸 알고 윤 의원께서 ‘사퇴쇼’를 벌인다는 비난이 적지 않습니다. 쇼가 아니길 바랍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사퇴가 어려우니 윤의원님께서 추가적 조치를 취하셔서 “쇼가 아니다”는 본인의 진정성을 증명하면 좋겠습니다. 사퇴에 준하는 주변 정리를 하는 것입니다. 두 가지만 하시면 됩니다.”

앞서 지난 25일 같은 당 정청래 의원은 윤 의원의 1차 기자회견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회의원은 당선되기도 어렵지만 사퇴하기도 어렵다”며 “이전에 수많은 국회의원들이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의원직 사퇴를 천명했지만 성공사례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아울러 민 의원은 윤 의원에게 세비 전액 반납 등 실질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먼저, 국회의원 세비를 전액 반납하는 것이 어떨까요. 가능하면 윤희숙 의원과 처지가 같은(?) ‘임차인’을 위해 써달라는 호소까지 곁들이면 좋겠습니다. 둘째, 의원실을 비우고, 보좌관 비서관 등 함께 일하는 직원들도 내보내시는 게 좋겠습니다. 그 분들이 직장을 잃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지만 발단은 윤 의원에게 있으니 윤 의원께서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국회는 나오지 마시고 집에서 조용히 압수수색과 소환을 기다리십시오. 저의 제안이 엉뚱하거나 가혹하게 여겨질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제안의 근거는 윤 의원께서 발표한 8월27일 성명문에 있습니다. 그대로 되돌려 드립니다.”

그러면서 민 의원이 예를 든 윤 의원의 발언은 “지금 저희 집도 압수수색 하십시오”라거나 “평범한 시민이 받는 수사를 받을 것”, “이게 기득권 없이 국민의 눈높이를 지키는 제 정치입니다(중략). 저 자신을 벌거벗겨 조사 받겠습니다” 등 자극적 언사들이었다. 흥미로운 것은 윤 의원의 사퇴 선언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는 사실이었다. 

윤희숙의 1보 후퇴 2보 전진? 

“개인적으로 윤희숙 의원 사퇴 기억이 지금까지 이번 포함하면 한 세 번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예전에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공익위원을 했었는데 그때도 이제 최저임금위원회 돌아가면 것 보니까 이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사임을 한 번 하셨어요. 공익위원은 보통 정부가 임명하는 건데 사퇴해서 조금 당황스러운 적이 있었고 두 번째는 KDI 재직시인데 후배 박사들하고 약간 분쟁이 있었어요. 

그런데 그때도 사퇴한다고 강수를 뒀죠. 원래 그때는 연구위원, 본원에 연구위원을 하면서. 보직이 두 가지인데 연구위원을 하면서 동시에 KDI 스쿨에 교수직도 갖고 있었는데 두 개 다 물러난다고 이제 하고 출근을 안 하셨죠. 두 번째 사퇴이고 이번은 세 번째인데 앞에 두 번의 사퇴 결과를 보면 윤희숙 의원 측면에서 보면 결과가 나쁘진 않았어요.”

▲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윤희숙 의원을 찾아와 눈물을 흘리며 사퇴를 만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날 MBC라디오에서 우 교수가 소개한 윤 의원의 화려한 과거(?)다. 최저임금위원회와 KDI 재직 시절 모두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때 직을 던지는 것으로 위기를 모면했다는 윤 의원. 이를 두고 우 교수는 “분쟁의 문제를 해결하고 복잡한 논의를 거쳐야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단칼에 사퇴를 해버리니까 문제가 원하는 쪽으로 잘 해결됐죠”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선출직 공무원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 할 수 있다. 개인의 비리 의혹을 타개하기 위해 지역구인 서초갑 유권자들과의 약속을 저버린 윤 의원은 이제 어떤 지역구에서 정치를 할 수 있을까. 우 교수의 설명을 좀 더 들어보자. 

“그래서 아마 이번에도 그런 생각이 아니었을까, 좀 복잡한 상황들이 많았을 건데 개인적 명예도 해결해야 되고 그리고 나는 내 문제가 아니고 우리 아버지 문제인데 그리고 소명도 됐는데 난 사퇴를 한다. 그러면 도덕적인 선명성도 부각시킬 수가 있거든요. 

그리고 지금 논의의 중심에 섰죠. 그래서 야당 내에서 아주 상징적 인물로 부각됐으니까 사실은 대선국면에서 후보로 뛸 때 8인으로 처음에 압축되지 않습니까? 그때 사실 들어갈지 말지 불확실한 상황이었는데 지금 8인에 진입하는 것보다 더 큰 정치적 자산을 쌓은 거고.”

그러면서 우 교수는 “정치를 사퇴한 것이 아니고 의원직을 사퇴한 거”라고 풀이했고, 진행자는 “화려한 후진”이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윤 의원의 노림수가 과연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은 경제학자의 눈에만 보이는 걸까. 

2차 기자회견에서 국민들을 향해 분노를 표출한 윤 의원이 개인의 영달을 위해 직을 때려치웠다는 것을 과연 일반 국민들은 눈치 채지 못했을까. 이에 대해 다수의 국민들은 사퇴를 찬성하는 국민의힘과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민주당 중에서 어느 쪽 손을 들어줄까.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