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의료체계 위기설에 대해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해 완강히 거부하는 사람들의 주장”이라며, 실제 현장에 가보면 비상진료체계가 원활하게 잘 굴러가고 있다고 일축했다.

윤 대통령은 29일 진행된 두 번째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조선일보 기자의 관련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앞서 이날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는 “의료 현장에선 의대 증원 문제를 이유로 의사들이 수개월째 현장에 나오지 않는 상황이 계속 누적되면서 의료가 한계에 다다른 게 아니냐, 코로나까지 최근 재유행하고 추석을 앞두고 여러 가지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현장의 관리는 잘 되고 있다고 안심시키는 메시지를 내고 있는데, 의료 현장의 체감과 대통령실의 메시지의 차이가 큰 이유가 궁금하다”면서, 아울러 “의사들을 다시 복귀시키기 위해 전향적인 메시지로 대화에 빨리 나서야 된다는 의견에 대한 입장도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 같은 질문에 “의료현장을 한번 가보시는 게 제일 좋을 것 같다”고 하면서 “비상진료체제가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고 현장의 의사, 간호사 또 간호조무사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들께서 정말 헌신적으로 뛰고 계시기 때문에 저는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려움이 있지만 답은 현장에 있고 디테일에 있는 것이고 정부는 헌신적인 의료진과 함께 의료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며 의료붕괴 위기에도 윤석열 정부의 의료개혁을 계속 추진해나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30일 주간조선은 ‘응급실 뺑뺑이’로 국가유공자도 사망했다며 공공기관 역시 의료공백이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보훈병원도 뚫렸다…‘응급실 뺑뺑이’로 국가유공자 사망”이란 제목의 주간조선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A씨는 위장 출혈 증세로 서울 강동구에 위치한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을 찾았으나, ‘소화기내과 의사가 없다’는 이유로 내시경 지혈술을 받지 못하고 3시간 여만에 G종합병원으로 전원했다. 이때 시각은 오전이었으나, A씨는 G종합병원에서도 12시간 넘게 대기하고 다음날 자정이 되어서야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A씨의 유족은 “대기하는 동안 인근의 K대학병원 등 다른 응급실에도 수없이 문의를 했으나 수용 가능한 곳이 없었다”고 했다.

A씨는 지혈 수술을 받은 날 새벽 혈변을 누고 고열, 고혈압이 지속되는 등 상태가 즉시 악화됐다. 다음날 수술이 잘 된 것인지 등 구체적 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검사를 진행하고 조치를 취하려고 했으나, 그 과정에서 사망했다고 주간조선은 전했다.

A씨의 유족은 “혼자 운전해 병원에 가셨고, 이후 전원할 때 ‘보호자가 필요하다’고 직접 전화를 하셨을 정도로 멀쩡한 상태였다”며 “기존 데이터가 있는 중앙보훈병원에서 신속하게 치료를 받았다면 돌아가시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중앙보훈병원도 의료공백이 심화된 것을 느낀다. 국가유공자 분들은 대부부 고령층이니 더욱 위험하다. 가족 중 국가유공자가 한 분 더 계신데, 그분은 더 이상 보훈병원으로 모시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28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앞에 진료 지연 안내 배너가 세워져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같은 날 한국일보는 “응급실 아우성 커졌는데 의료현장 문제없다니…”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런 ‘응급실 뺑뺑이’가 필수의료 인력 부족에 따라 이전에도 있었을 뿐 의정갈등 탓이 아니라고 말한다”며 “의료진은 지쳐 쓰러지고 문을 닫는 응급실이 쏟아지는데 언제까지 이런 확신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말 윤 대통령 귀에는 현장의 아우성이 들리지 않는 것인가”라고 성토했다.

사설은 “지난 총선에서 여당에 큰 악재가 된 ‘대파 파동’을 기억할 것”이라며 “민생현장을 찾겠다며 할인 매장을 들러 ‘대파가 875원이면 합리적 가격’이라고 발언한 것이 민심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혹시 이번에도 상대적으로 대비가 잘 된 병원 응급실만 찾아가 상황을 오판하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기 바란다. 여당의 제안마저 단박에 거절할 만큼 퇴로조차 열어놓지 않으면 정말 감당하기 힘든 상황이 닥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