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공천 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 씨가 지난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결과를 만들기 위해 표본을 뻥튀기한 정황이 드러났다.

20일 <한겨레21>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 등이 한창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되기 위해 경쟁하던 시점인 2021년 9월29일 명씨는 미래한국연구소 직원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여론조사 결과를 조작할 것을 지시했다.

여론조사 표본이 600개가량 조사됐을 시점인 이날 오후 3시33분 명씨는 강씨에게 “스톱하고, 연령별하고 지역별하고 다 맞춰갖고, 여성하고 맞춰갖고, 곱하기 해갖고 한 2천개 만드이소”라고 지시했다.

명씨는 이후 “(600개가량 조사하는 데) 돈이 얼마 들어갔어요?”라고 물었고, 강씨는 “40만 원정도 들어갔어요”라고 답했다. 그러자 명 씨는 “그럼 됐어요. 보고서 바로 해요”라고 지시했다.

한겨레21은 “자동응답시스템(ARS) 조사 기준으로 1천 명을 조사할 때 통상 10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는 점을 고려하면, 40만원은 1천 명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규모”라고 짚고는 “(앞서) 뉴스토마토가 보도한 녹취록을 통해 여론조사 결과를 윤석열 후보에게 유리하게 조작한 정황을 알 수 있었다면, 한겨레21의 녹음 파일을 통해서는 표본을 600개만 조사해놓고 2천 명이 응답한 것처럼 속인 구체적인 여론조사 결과 조작 정황이 드러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씨는 또 제20대 대선을 열흘 정도 앞둔 시점인 2022년 2월28일 강씨에게 여론조사를 지시하며 “연령별 가중치 나중에 줘서 하라”, “사전투표할 거냐, 후보 누구냐, 정당 지지율 3개만 물어라”라며 여론조사 문항과 방식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한겨레21은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23건의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언론을 통해 공표된 여론조사 결과에도 미심쩍은 부분이 있다”며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4월18일부터 2022년 3월2일까지 피플네트웍스리서치(PNR)에 의뢰해 58차례 여론조사를 진행했는데, 이 가운데 2차례만 이재명 후보가 지지율 1위로 나타났”고 “나머지 56차례는 윤석열 후보가 1위를 하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라며 “백분율로 환산하면 96.6%의 승률”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하지만 같은 기간 한국갤럽의 정기조사를 보면, 20번 가운데 윤석열 후보가 7번, 이재명 후보가 11번 1위를 나타냈고, 2번은 동률로 집계됐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윤석열 후보의 승률은 35%였다”라고 덧붙였다.

한겨레21은 “그렇다면 미래한국연구소와 PNR은 어떤 방법으로 결이 다른 여론조사를 계속 생산할 수 있었을까”라고 물음표를 찍고는 “특정 지역, 특정 세대에 국한하지 않고 각 지역과 연령별 대표성을 띠는 표본을 조사해야 하는데, 윤석열 후보 지지층이 많은 지역이나 세대, 집단을 임의로 다수 넣어서 조사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실제로 미래한국연구소는 “2021년 재보궐·지방선거 여론조사 표본 대표성 미확보 등 이유로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로부터 3차례 경고를 받았고, 2019~2022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4차례 고발당했으며, 과태로 처분과 경고 처분도 각각 1차례, 3차례씩 받았다“고 전했다.

▲ <사진출처=JTBC 화면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