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사건을 다룰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를 구성한 가운데 새누리당이 국정원의 불법 행위를 적극적으로 감싸온 의원들을 특위 위원에 대거 선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NLL 포기’ 발언의 최초 제기자인 정문헌 의원이 특위 위원으로 선임됨에 따라 ‘공범이 용의자를 조사하는 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한겨레>에 따르면, 28일 발표된 새누리당 국정조사 특위 위원은 간사를 맡은 권성동 의원과 이철우, 김재원, 정문헌, 조명철, 윤재옥, 김태흠, 김진태, 이장우 의원 등 9명이다.

MB정부 때 청와대에서 법무비서관을 지낸 권성동 간사는 국정조사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그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국정원 국정조사에 대해 “여야 원내대표가 법을 위반해 정한 합의이기 때문에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또 정문헌, 이철우 의원은 지난 대선 때 ‘노무현 전 대통령 NLL 포기 발언’을 정치 쟁점화한 주역이다. 이명박 정부에서 통일비서관을 지낸 정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이 2007년 정상회담에서 북방한계선(NLL)을 양보했다’는 주장을 처음으로 제기했으며, 국정원 출신의 이 의원도 “문재인 후보도 영토주권 포기에 깊숙하게 개입돼 있다”고 주장했다.

공안검사 출신인 김진태 의원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수사 검사의 학생운동 경력을 들어 수사내용을 공격하는가 하면 “종북세력의 활동에 맞서는 사이버대응이 필요하다는 국정원장이 잘못됐다는 것인가”라며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노골적으로 감싸기도 했다.

원내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태흠 의원의 경우, 검찰 수사 발표 뒤에도 “국정원 사건의 본질은 국정원 직원에 대한 인권 유린이자 민주당이 국정원 전․현직 직원을 교사해 선거에 이용한 국기문란사건”이라고 말해왔다.

민주당 특위 위원은 위원장에 신기남 의원을 비롯, 법사위의 박영선, 박범계, 신경민, 전해철, 정보위의 정청래, 김현, 안전행정위의 진선미 의원 등 8명이다. 비교섭단체 몫의 특위 위원에는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정됐다.

박영선 의원과 신경민 의원 등은 오랫동안 국정원의 정치개입 문제를 파헤쳐왔다. 박범계, 전해철, 정청래, 김현 의원 등도 당내 국정원 특위 위원으로 활동해왔다. 특히 진선미 의원은 올초 국정원 직원의 인터넷 계정과 원세훈 전 원장의 지시․강조 말씀을 잇따라 폭로해 검찰 수사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김태흠 새누리당 원내대변인은 “국정원 여직원에 대한 감금 의혹으로 고발된 김현, 진선미 의원이 특위에 참여하면 법적 저촉이 발생해 특위 구성이 이뤄질 수 없다는 걸 분명히 말한다”고 밝혔다.

▲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 ⓒ 'go발뉴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에 “새누리당 특위 위원의 면면을 보니 국정조사가 아니라 조사 방해가 목적인 것 같다”며 “당 지도부가 국정원 국정조사를 제대로 하고 싶은 뜻이 없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지적했다.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도 자신의 트위터(@DrPyo)에 “새누리는 당과 정권의 이익을 위해 국민 분노를 부르고 정국혼란을 야기할 계획이군요”라고 꼬집고는 “지켜보겠다”고 경고했다.

트위터리언 ‘@yis****’는 “국정조사특위의 새누리당 명단이 화려하군요. 험난한 길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아무리 그들이 억지를 부린다 해도 이미 드러난 증거들의 왜곡은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겠지요. 무엇보다 분노하는 시민들이 이 모든 역사적 현장을 함께 지켜볼 것입니다!”라는 글을 게시했다.

이밖에도 네티즌들은 “대화록 최초 논란을 일으키며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하던 놈이 자진사퇴는 안하고 국정조사특위위원이란다. 천인공노할일 조사대상이 조사를 한단다. 어이없다!”(lsg***), “새누리당의 국정조사 합의는 발등의 불을 잠시 끄기 위한 눈가림임이 확실해졌네요. 특위위원들의 면면을 보면 경악합니다”(na****), “재판장에서 범죄자가 자기 죄의 혐의를 판결하는 거랑 뭐가 달라”(gra*****), “국민들이 우스운가 보네요”(75*****), “범죄 저지르고 셀프 감금당하고, 셀프 조사하고 셀프 발표? 이게 무슨 미친...?”(uk***), “공범이 용의자를 조사하는 웃지못할 연극이 나오겠군요”(동네***)라며 비난을 쏟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