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가 고교 한국사 교과서 8종에 대한 수정권고안을 최종 감수하는 전문가자문위원회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같은 결정은 2008년 금성교과서 파동 후 법원이 전문가위원회 명단을 공개하도록 한 결정과 엇갈린다는 지적이다.

18일 <경향신문>에 따르면 교육부는 교과서 8종의 수정권고 사항은 일괄 공개하지 않고, 각 출판사에 개별적으로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교학사 교과서를 뺀 7종의 교과서 집필자들은 공동 대응을 모색하고 있다.

이에 교육당국이 이달 말로 예정된 교과서 수정권고의 파장과 역풍을 줄이기 위해 편법과 꼼수를 총동원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김성기 교육부 창의인재정책관은 17일 “법적인 근거를 가지고 구성된 위원회라면 공개해야겠지만 전문가자문위원회는 순수한 자문위원회로 교육부가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수정보완이 끝나더라도 명단을 공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향>에 따르면, 그러나 2008년 금성교과서 파동 때 교육부는 6종의 한국근현대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권고단계부터 역사교과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해 수정 권고·명령을 내렸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 전문가 명단을 공개하라고 소송을 내자 못 밝히겠다고 버티다 올해 초 대법원에서 패소해 명단을 공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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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출판사 한국근현대사 교과서 저자인 김한종 한국교원대 교수는 “현재 진행되는 상황이 금성교과서 사태와 아주 흡사하다”며 “행정조치 정보를 점점 더 많이 공개하는 추세이며 교과서 문제는 사회적 논란이 큰 만큼 더욱더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은석 교육부 교육정책실장은 이날 “출판사별 권고 사항과 건수가 모두 공개되면 채택률에 영향을 주게 돼 출판사들이 반발할 것이 예상된다”며 “(8종 역사교과서의) 출판사별로 개별통보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경향>에 말했다.

이는 정부의 권고안에 대해 교학사를 뺀 7종 교과서 집필진이 공동 검토·대응하려는 움직임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교육부는 고교 역사교과서의 사실 오류뿐 아니라 사실에 기반을 둔 명백한 관점의 치우침도 수정권고 대상에 넣겠다는 방침을 검토 중이다.

이에 역사학계는 “사실상 국정교과서로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비상교육 교과서 저자인 도면회 대전대 교수는 “역사교과서가 좌편향됐다고 언론에 보도된 새누리당의 지적 중 많은 부분은 현재 사용되는 교과서에도 나오는 것들로 다툼의 여지가 없는 내용들”이라며 “사실관계에 문제가 없는 내용까지 수정권고한다면 받아들일 수 없다”고 <경향>에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