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혐의로 참여연대에 의해 고발돼 검찰 수사를 받아온 KT 이석채 회장이 결국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3일 전체 임직원에게 보낸 전자우편에서 “최근 일련의 일로 KT를 대표하는 수장으로서 현 상태를 지속하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다”며 “임직원 여러분들의 고통이 이어지는 것을 보고, 아이를 위해 아이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솔로몬 왕’ 앞의 어머니 심정으로 (사퇴)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 ⓒ 민주당 유승희 의원(왼쪽)과 KT 이석패 회장(오른쪽) 홈페이지

<한겨레>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조사부는 10월22일, 10월31일~11월1일 두 차례에 걸쳐 이 회장과 김일영·김홍진 사장 등 그룹 수뇌부의 자택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회장은 검찰수사에 부담을 느끼고 있던 상황에서 최근 무궁화 위성 2,3호를 정부 허가 없이 ‘헐값매각’한 사실까지 드러나 사퇴를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지난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2009년 1월 KT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하고 지난해 초 연임돼 2015년 초까지 1년 남짓 임기를 남겨두고 있다. 이 회장은 취임 첫해 아이폰을 도입하는 등 ‘개혁 전도사’를 자임했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독단·낙하산 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최근에는 이동통신시장 점유율이 떨어지는 등 경영에도 위기론이 거론돼 내부적으로도 압박을 받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이 회장은 후임 최고경영자가 정해질 때까지 현직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그간 논란이 돼 온 고배당 정책을 일시 중단하고, 고문과 자문위원 제도도 올해 안으로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유승희 의원은 3일 성명서를 내고 “이석채 회장의 사퇴가 배임횡령 의혹의 면죄부가 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유 의원은 이 회장의 사의표명에 대해 “만시지탄”이라며 “당초 국민기업을 이끌 능력도 도덕성도 없는 사람이 KT를 사리사욕과 사익편취의 대상으로 삼고 쇄락의 길로 올려놓은 책임은 그 무엇으로도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유 의원은 이어 KT 이사회에 “이석채 회장의 사퇴를 즉각 수용하라”고 촉구하는 동시 “이 회장의 전횡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한 이사회의 책임도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유승희 의원은 “박근혜 정부에서도 역시 KT 대표이사 자리가 더 이상 정권의 전리품이 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석채 회장 문제의 본질은 낙하산 CEO에 있었다는 사실을 명심히라”고 꼬집었다.

한편, KT 새노조와 참여연대도 공동논평을 내고 “(이 회장이) 배임과 인공위성 헐값 매각에 대한 국민적 의혹에 어떤 해명도 없이 마치 정치적 외압에 의한 희생자이고 회사를 사랑해서 떠나는 것처럼 얘기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며 “사퇴와 무관하게 검찰은 고발된 배임혐의는 물론 인공위성 헐값매각, 비자금 조성 등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어 새롭게 선출될 CEO는 “정치권에 줄대기에 기초한 낙하산이 아닌 통신 전문가’, ‘단기 실적주의에 빠져 자산을 마구잡이로 매각하는 수익경영이 아니라, 통신공공성을 중심으로 하는 통신전문회사로의 비전을 갖춘 인사’, ‘노동인권을 존중하는 CEO’”가 돼야 한다며 “이를 위해 각계각층과 연대하여 이사회, 주주총회, 국회 등에 호소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