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으로 투병 중인 박승일 전 모비스 코치가 한국농구연맹(KBL) 명예직원을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사실상 정리해고 조치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매경닷컴>에 따르면 박 전 코치는 지난해 8월 15일 KBL 명예직원으로 위촉됐다. 박 전 코치는 당시 프로-아마 농구 최강전 첫 경기가 열렸던 잠실학생실내체육관을 직접 찾아 명예직원 위촉식에 참가했다. 202cm의 큰 키로 침대에 누워 있던 박 전 코치로서 위촉식 참가는 쉽지 않은 길이었다. 당시 위촉식에는 한선교 전 KBL총재와 KBL 관계자들이 찾아 박 전 코치를 격려하고 KBL 사원증과 위촉패를 전달했다.

KBL 관계자는 “KBL 입장에서 박 전 코치를 명예직원으로 위촉하는 것이 농구의 지속적인 관심과 위상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며 명예직원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KBL은 박 전 코치에게 각종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매달 50만원의 급여를 적용하기로 했다.

그러나 박 전 코치의 KBL 명예직원 자격은 소리 소문없이 박탈됐다. 자격 박탈에 대한 사유도 모른 채 매달 지급됐던 월 급여마저 뚝 끊었다. 박 전 코치가 KBL로 부터 받은 월급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6월까지다.

▲ ⓒ YTN

박 전 코치는 <매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루게릭병 환자 중 나와 같은 중환자들은 살아 있는 시체라고 말하고 싶다. 말도 하지 못하고 움직일 수도 없으며 숨도 기계로 쉰다. 이러니 반시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런 중병에 걸린 환자를 두고 장난을 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며 “나에게 그 돈은 돈 이상의 가치가 있다. 난 아직도 내가 왜 해고를 당한지 모른다. 이해를 할 수 없다. 아무 소리도 못하고 따라야 하는 건지 장애인도 사람이라고 외쳐야 하는 건지 혼란스럽다”고 밝혔다.

박 전 코치의 누나인 ‘승일희망재단’ 상임이사인 박성자씨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전 코치가 KBL 측으로부터 명예직원을 박탈당한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상황을 파악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한편, KBL측은 박 전 코치의 월 급여가 중단된 사실 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KBL 관계자는 ‘go발뉴스’ 와의 통화에서 “올해 실행 예산이 확정이 되지 않아 지원금이 중단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지원을 안 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경영관리 팀에서 현재 예산 작업 검토 중이며 작업이 끝난 후 박 전 코치 지원에 대한 KBL의 입장을 명확히 표명할 수 있다”며 “박 전 코치에 대한 예산만이 아닌 KBL전체 예산을 다루는 작업이라 시간이 오래 거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전 통보도 없이 명예직원 지원을 중단한 이유에 대해서는 “과정 중 착오가 발생한 것 같다. 박 전 코치에게 죄송스럽다”는 말만 반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