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일 오후 사조산업 본사를 방문한 새정치민주연합 안전산업추진단 의원들이 오룡호 유가족들을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 ©go발뉴스(강주희)

“저희도 나름 진정성 있게 사과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조속한 시일 내로 유가족들과 원만히 해결하겠습니다.” (사조산업 김정수 사장)

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사조산업 본사 5층.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과 사조산업 김정수 사장간 공방이 벌어졌다. 사조산업 건물 앞에서 33일째 농성 중인 오룡호 유가족들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마련하라는 노 의원의 요구에 김 사장이 어물쩡 넘어가려 했기 때문이다.

새정치민주연합 안전사회추진단 노웅래 의원과 부좌현, 백군기 의원, 염국, 고영인 위원 등은 이날 오후 4시 30분 사조산업 본사를 방문했다. 의원들은 오룡호 유가족을 위로하고 사조산업 측에 적극적인 협상에 임할 것을 요구했다.

안전사회추진단은 사조산업 김정수 사장 등 관계자들과 유가족들의 요구사항인 ▶사고 발생에 대한 책임 있는 사과 ▶실종자 수색 재개 일정 공개 ▶희생자 분향소 설치 등을 두고 대화를 나눴다.

노 의원은 “36년이나 된 노후선박에 승선 자격이 없는 선원을 태우고 조업을 강행한 사조산업은 유가족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는커녕 최소한의 사회적 책임마저 외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의견 차이’ 때문에 협상 못 해? 유족에게 책임 돌리는 사조

노 의원은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법 이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노숙농성 중인 유가족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부좌현 의원은 “필요하다면 입법을 해서라도 이를 철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 사장은 “보상금 문제에 대해서는 회사도 최선을 다했다”고 해명했다. 김 사장은 “사고 직후 보상을 전담하는 팀을 꾸려 유가족들과 협상을 진행해왔다”면서 “합의하지 않는 일부 유가족들에게는 장학금 지원 등을 건의했지만 모두 거절했다”고 말했다.

▲ 김성수 사조산업 사장(가운데) ©go발뉴스(강주희)

김 사장의  변명에 의원들은 즉각 반발했다. “직원 53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그런 변명이 나오느냐”(노웅래 의원), “결국 돈 문제 때문에 유가족들을 내몬 것 아니냐?”(고영인 위원) 등의 질타가 매섭게 쏟아졌다.

진정성 있는 사과는 어디에.. 김정수 사장 태도 논란

이날 사조 측 대표로 나온 김정수 사장의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사장은 대화 도중 자켓 주머니에 손을 꽂거나 수차례 한숨을 내쉬었다. 분향소 관련 이야기가 나올 때는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어 의원들에 지적을 받았다.

김 사장은 실종자 수색에 대해서는 “기상악화로 어려움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배가 파도에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어떻게 구조를 하겠느냐. 회사 입장에서는 100억 원짜리 배를 잃어버렸으니 쉽게 수습이 될 수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조업을 할 때에는 러시아나 미국 등의 감시를 받으며 명태잡이를 하고 있다. (명태를) 많이 잡아야 국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나름대로 국가를 위해서 하는 일”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 ©go발뉴스(강주희)

유가족 “이번 설 제사상에 떡국 한 접시 올리고 싶다”

이날 협상에서는 분향소 설치가 쟁점이 됐다. 현재 농성 중인 유가족들은 희생자들의 억울한 죽음을 알리고자 서울에 분향소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조산업은 “이미 협상을 한 유가족들은 분향소를 요구하지 않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양측의 입장은 의원들의 중재에도  팽팽히 맞섰다.

유가족 마모씨는 “이번 설 제사상에 떡국 한 접시라도 올리고 싶다”며 호소했다. 마씨는 “유가족이 사조산업에 돈을 달라 하지 않았다. 그저 억울하게 죽은 가족을 편하게 보내고 싶을 뿐”이라며 결국 눈물을 보였다. 사조 관계자들은 분향소 설치에 난색을 표했으나 “조만간 논의해 결정 하겠다”고 답했다.

사조산업은 오룡호 침몰사고를 세월호 참사에 빗대며 유가족들에게 보상금 협상을 강요한 김모 상무이사에게 징계를 내리기로 결정했다. 또 보상 문제를 비롯한 향후 대책들을 오는 9일까지 마련해 안전사회추진단에 알리겠다고 밝혔다.

▲ 새정치민주연합 노웅래 의원이 사조산업 임원진과의 면담을 마치고 사조산업 본사 앞에 설치된 오룡호 유가족의 농성장을 방문했다. ©go발뉴스(강주희)

한편 해수부는 오룡호 침몰사고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조업 중 고의 또는 중과실로 다수 인명사고를 발생시킨 원양어선에 대해 정부가 배정하는 조업쿼터를 몰수하고 원양어업허가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