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훈 유서 대필’사건에 대해 대법원이 24년만에 무죄를 확정했다. 민주화 운동 중 자살한 동료의 유서를 대필했다며 억울한 옥살이를 한 강기훈씨의 누명이 마침내 벗겨졌다.

14일 대법원 주심 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강씨의 유서대필 사건 재심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강씨가 유서대필 사건으로 기소된 지 24년만이며, 만기출소 후 재심청구한 지 7년 만이다.

강씨는 1991년 노태우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자살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 간부 김기설씨의 유서를 대신 써 준 혐의(자살방조)로 기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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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자살한 김씨의 양복 상의에서 발견된 유서 2장이 강씨가 작성한 것이라며 자살방조혐의로 기소하고, 이적표현물 소지 등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추가기소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는 김씨 유서와 감씨 진술서 등의 필적이 같다는 감정 결과를 내놨다.

강씨는 1‧2‧3심에서 두 혐의 모두 유죄로 인정돼 징역 3년에 자격정지 1년 6개월을 선고 받고 1994년 만기출소했다.

그러나 2005년 경찰청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는 “강씨가 김씨의 유서를 대신 작성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며 “김씨가 스스로 유서를 작성하고 나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는 취지의 결정을 내렸다.

또 과거사위는 “유서의 필적이 강씨가 아닌 자살한 김씨의 필적인 것으로 보인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필적 감정이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않다는 의문이 있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강씨는 이러한 과거사위의 결정을 토대로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지난 2008년 5월 법원이 강씨의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자 검찰은 이를 불복, 항고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2012년 10월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고 재심개시결정을 확정했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 10부(권기훈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강시의 자살방조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유서의 필적이 강씨의 필적과 다르고, 자살한 김씨가 유서를 직접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필적 감정을 주도했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문서분석실장이었던 김형영씨가 작성한 필적 감정결과들이 모두 신빙성이 없다고 보았다.

그러나 검찰이 서울고법의 재심결과에 불복해 상고한지 1년 2개월이 지난 이날 대법원의 최종결정이 나면서 24년만에 무죄 확정을 받았다.

‘강기훈 유서대필’사건은 필적이 유사하다는 이유로 반역죄에 몰린 1890년대 프랑스 장교 드레퓌스 사건과 유사해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 불렸다.

▲ 강기훈씨 유서대필 사건이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이 나자 심상정 의원이 트위터에 진실이 승리한 사필귀정의 판결이라고 평했다. 심상정의원 트위터 화면 캡쳐.

이에 대해 정의당 심상정 원내대표는 자신의 트위터에 “민주주의를 위해 함께 싸운 동료이자 후배 강기훈씨 마침내 무죄 확정됐다”며 “진실이 승리를 거둔 사필귀정의 결과이며, 민주주의가 다시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계기다. 통한의 24년을 감내해온 그에게 격려와 위로를 전하며, 하루빨리 건강을 되찾길 바란다”고 전했다.

강씨는 간암과 간경화로 현재 건강이 좋지 않은 상태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