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선대인경제연구소의 선대인 소장이 <선대인의 빅픽처>를 출간해 화제다. 출간 1주일 만에 교보문고와 YES24 종합순위에서 각각 8위까지 오르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저성장 시대의 생존 경제학’이라는 부제가 달린 <선대인의 빅픽처>는 경제의 큰 그림이 자산의 가치라든지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와 어떻게 연결되고 국제적인 유가나 금값이라든지 이런 흐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최대한 쉽게 설명하고 있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듣고 싶어서 지난 24일 서울 강남에 위치한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선대인 소장을 만나보았다. 다음은 선 소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선대인 선대인경제소장 ⓒ 이영광 기자

- 지난 10일 <선대인의 빅픽처>를 출간하셨잖아요. 2주 정도 지났는데 반응은 어떤가요?

“반응은 아주 좋아요. 출간 1주일 만에 교보문고와 YES24 종합순위에서 각각 8위까지 올랐어요. 지금까지 2만 부가 나갔고, 3만부 째 인쇄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제가 낸 책 중에 가장 반응이 좋은 것 같아요.”

- 주위에선 뭐라고 하나요?

“제가 그동안 제 책의 독자들이 부동산이나 세금을 비롯한 우리사회 구조, 정책과 제도의 문제 등 거시경제 흐름에 대한 메시지를 좋아해 주셔서 그런 얘기를 주로 했죠. 하지만 자기들의 생활 경제에 관한 답을 찾기엔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나 이번 책의 경우 경제의 큰 흐름이 우리 생활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가정 살림살이를 건전하게 꾸려갈 수 있는지 답을 줘서 큰 도움이 된다고 하세요.”

“건전한 가계경제 위해 경제의 큰 그림 읽어야”

- <선대인의 빅픽처>는 어떤 책인지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려요.

“현재를 저금리 저성장시대라고 하잖아요. 그래서 과거와 다른 경제 흐름이 전개되거든요. 예전 고금리 고성장 시대엔 어떤 사업이나 투자를 하든 웬만하면 성공할 가능성이 컸죠.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장사를 시작해도 몇 개월 지나면 문 닫는 경우가 부지기수잖아요. 또한, 은행 예금금리는 2% 수준으로 웬만큼 투자하려고 하면 투자 수익률도 낮은데,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높은 수익률을 얻으려면 리스크를 많이 져야 해요.

예전에는 경제가 활발하게 돌아가서 경제의 큰 흐름을 몰라도 웬만큼 살 수 있었어요. 그러나 이제는 큰 그림을 읽어야 가계 경제도 건전하게 지킬 수 있다는 걸 알려드리고 싶었어요. 경제의 큰 그림이 자산의 가치라든지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와 어떻게 연결되고 국제적인 유가나 금값이라든지 이런 흐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최대한 쉽게 설명하려고 했어요.

그와 더불어 빅픽처란 뜻이 경제의 큰 그림을 읽어야 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론 중의적 의미로 빅픽처의 머리글자가 지금 상황에서 일반인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10가지 기회입니다. 그 기회에 대해 어떤 식으로 봐야 하는지를 자세히 설명했어요.“

▲ <선대인의 빅픽처> 책 표지

“바이오-헬스케어와 중국…장기적 관점의 큰 기회”

- ‘빅픽처’가 10가지 기회라고 하셨는데 그 중 가장 큰 기회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단기적 관점 보다는 긴 호흡으로 본다면 가장 큰 기회는 바이오-헬스케어와 중국이라고 생각합니다. 먼저 지금 굉장히 빠른 속도로 고령화되고 수명이 길어지잖아요. 많은 사람은 그냥 오래 사는 게 아니라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죠. 그렇다면 급속한 고령화에 따라 정부나 개인은 관련한 의료 지출을 늘릴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관련 산업이 발전할 수밖에 없는데 그게 바로 바이오-헬스케어인 거죠.

바이오 분야는 관련 분야 일을 하는 분이 아니라면 바이오 분야 기업들의 기술력 또는 경쟁력을 평가하기 쉽지 않잖아요. 면밀하게 살펴보고 접근해야 하는데, 그래도 길게 보자면 바이오 분야는 많은 사람이 주목해야 할 분야라고 생각해요. 다만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충분히 확신이 들 때 해당 기업에 투자해야지 해당 기업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잘 모르면서 ‘바이오가 대세라더라, 또는 테마라더라’ 이런 식의 분위기에 휩쓸려 투자하면 안 됩니다.

“중국 붕괴론? 질적 성장으로 가는 성장통일 뿐”

그리고 왜 중국을 꼽았냐면 마찬가지로 중국도 올해 들어 가파르게 치솟았던 중국 주가가 6월 이후 또 급락했어요. 중국 주가는 과도한 신용차입 주식거래가 급증하면서 급등했었는데, 급락 과정에서 신용차입이 거의 이전 수준으로 돌아갔어요. 그래서 주가 거품이 어느 정도는 해소된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들어요.

단기적으로는 여전히 중국 경기 불안에 따라 급등락이 있을 수 있겠지만, 큰 흐름에서는 주가가 어느 정도 조정을 거친 것 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쨌거나 중국 경기는 계속 둔화하고 있는데 중국을 여전히 주목해야 되냐고 말씀하실 분도 계실 거예요. 두세 달 전엔 중국 붕괴론 얘기도 언론에 자주 등장했잖아요.

근데 전 그게 너무 지나치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지금 중국의 경제 성장률이 과거 10%대 고성장에서 6~7% 중성장 단계로 접어든 건 맞아요. 하지만 그건 중국이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겪는 성장통이기도 하거든요. 예전에는 한국과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이 성장했어요. 그러나 중국도 이제는 내수 중심과 서비스업을 육성해서 동부 연안 지역뿐만 아니라 서부 내륙 도시들까지 경제 성장을 확산시키려 하고 있어요. 또한,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설립 등을 통해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국제적인 리더십을 확장해 가는 흐름을 보이거든요.

이런 과정에서 경제구조를 전환하다 보니 성장률이 떨어지지만, 속은 상당한 질적 변화가 나타나고 있어요. 성장률은 둔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매년 천만 명 이상씩 증가해서 여전히 9~10% 이상의 소득 성장이 일어난단 말이에요. 그런 나라의 경제가 쉽게 붕괴하리라고 생각지 않아요.

물론 중국에도 상당한 수준의 부동산 거품이 있고 그와 연결된 지방정부 채무 문제도 있고 기업 부채 문제도 심각하기 때문에 이런 리스크 요인들은 충분히 주목해야 해요. 하지만 길게 보면 여전히 중국은 앞으로도 계속 성장해서 거대한 경제규모를 자랑하는 나라가 될 거예요. 우리가 저금리 저성장시대인 국내에서만 만족할 순 없잖아요. 그렇게 봤을 때 우리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으면서 경제가 여전히 성장하는 거대한 경제권인 중국은 당연히 주목해야죠.”

“인도, 성장 가능성 있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 그러면 반대로 기회가 낮은 건 뭐죠?

“기회가 아니라면 안 썼겠죠(웃음). 10가지는 기회 요인 측면도 있지만, 경제 흐름 측면에서 들어 금리, 환율 등 꼭 살펴야 할 부분은 반드시 챙겨야 해요. 그리고 투자 수익을 추구한다면 리스크 또한 반드시 챙겨야 하죠.

기회 요인 중에 기회가 낮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한국인 입장에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건 인도라고 생각해요. 인도는 중국에 버금갈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인구도 중국을 능가할 정도로 대국이어서 계속 성장세가 이어질 나라이긴 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중국보다는 인도에 익숙하지 않아서 상대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나라죠. 또한, 중국은 올해 8월에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긴 했습니다만, 전반적으로는 위안화 가치가 미국 달러 흐름에 연동돼 있거든요. 기본적으로 달러 강세가 큰 흐름에서 이어질 텐데 달러 강세가 이어지면 중국에 투자했을 때 화폐가치가 손상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거죠. 그러나 인도의 경우는 아직 중국보다 더 초기 성장기 단계이다 보니 여전히 환율 변동이 중국보다 심한 편입니다. 경우에 따라 투자 자체로는 수익이 났는데 화폐가치가 떨어져서 결과적으론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조심해야 하거든요.

투자도 다른 경쟁이나 싸움에서와 마찬가지로 지피지기해야 하거든요. 그 가운데 지피란 건 경제의 큰 흐름을 잘 이해하고, 자신이 투자하려는 대상이 어떤 것인지 잘 알아야 하는 것이 핵심적인데, 인도는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단 거죠.”

<선대인의 빅픽처>.. “경제 정보 옥석가리는 심정으로 집필”

-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뭔가요?

“제 강의가 끝나면 사람들이 와서 ‘어려운 시대 어떻게 살아야 하나’라거나 심지어 ‘어디에 투자해야 되냐’는 질문들을 해요. 처음에 못 들은 척하거나 ‘전 큰 그림을 말씀드린 거고 판단은 큰 그림을 참고해서 개인적으로 하셔야 한다’고 원론적으로 답했죠. 그런데도 그런 질문이 그치질 않는 거예요. 이분들 말씀을 듣다 보면 탐욕이 느껴지기 보다는 불안감이 느껴져요.

이렇게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잘 판단하도록 믿고 신뢰할만한 정보 소스가 있으면 좋은데 대다수 언론에 나오는 내용을 보면 일반가계에 도움 되는 정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로 금융업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보가 많다는 거죠.

그런 정보를 걸러낼 안목이 있으면 문제가 아니지만, 일반인이 그럴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잖아요. 실제로 단기적인 투자를 했을 땐 대다수 일반인이 열 번 투자하면 여덟 번은 손해를 보거든요. 그래서 이런 정보들에 대해 옥석을 가리는 방법 정도는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썼어요.”

“자신의 재무 상황에 맞게 투자 포트폴리오 조정할 수 있어야”

- 부제가 ‘저성장 시대의 생존 경제학’이던데

“저성장 저금리 시대엔 고성장 고금리 시대의 상식이 통하지 않거든요. 당시 사람들은 큰 고민 없이 이른바 재테크라는 걸 할 수 있었던 거죠. 그리고 일자리와 소득이 꾸준히 늘어나는 시대라서 나름대로 회사에서 웬만큼 일하면 다 그런 건 아니지만 대체로 때 되면 승진해서 월급이 올라갔고 그 돈을 모아 주택청약저축을 들어놓고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언젠가는 집값 올라 웬만큼 사는 식이었단 말이에요.

그러나 세상은 달라졌지만 40~50대 이상의 많은 분은 여전히 과거 통념에 사로잡혀 있어요. 과거엔 경기가 후퇴해도 2~3년만 참으면 좋아졌는데 2008년 금융위기 후부터는 거의 확연하게 저성장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거든요. 그럼 지금과 같은 저성장이 일시적으로 끝나는 게 아니란 걸 인식하셔야 한다는 거죠.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이 생존하는 방법이 뭔지를 알려드리려는 건데 그건 경제의 큰 그림을 읽어야 하는 거죠. 개인적인 차원에서는 투자할 때 반드시 지피지기해야죠. 앞에서 투자 대상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투자하는 것이 지피라면 지기는 스스로를 안다는 거죠. 자신의 투자 성향도 알아야 하고 자신의 재무 상황에 맞게 투자의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의미해요. 이런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일반인들이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어서 부제를 이렇게 지었어요.”

“빚내서 무리하게 집 사는 건 위험”

- 머리말에 보면 “저성장 저금리 시대일수록 경제를 큰 그림으로 읽는 능력이 필수”라고 하셨던데 어떻게 하면 큰 그림으로 읽을 수 있나요?

“한마디로 얘기할 수는 없어요. 책 전체에서 설명해 드리고 있죠. 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결국 경제의 큰 흐름은 연결된 것들이 많다는 거예요. 근데 큰 그림을 보지 못하면 많은 분이 오판하기 쉽죠. 예를 들어 제가 볼 땐 지난해 하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어서 일시적으로 주택거래가 늘고 집값이 뛰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흐름으로 봐요.

큰 그림으로 보자면 ‘금리 바겐세일 기간’이라는 착시에 빠져서 지금 빚을 내서 무리하게 집을 사는 건 위험할 수 있어요. 이제 곧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거든요. 그럼 국내에 있는 외국인 투자자금들이 빠져나갈 수가 있어서 주가가 떨어질 수 있죠.

또 환율은 올라갈 수 있죠. 부동산 시장도 그런 식으로 사상 최대의 주택 담보 대출에 의존했기 때문에 금리 부담이 높아지고 그 때문에 정부도 이제 금융업체들의 대출심사를 강화하려고 하잖아요. 이게 경제의 큰 흐름이란 말이에요. 그런 경제의 큰 흐름이 우리 생활과 동떨어져 있는 것처럼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나하나가 가계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그런 식으로 경제의 큰 그림을 읽고, 그런 큰 흐름이 서로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보여주려는 거죠. 그래서 그게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느냐를 책에서 자세히 설명하고 있어서 아마 책을 읽으시면 적어도 일반인들이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경제의 큰 흐름은 짚으실 수 있을 거예요.”

“정부, 세금혁명으로 복지 강화…기업, 구조전환 시급”

- 항간에는 제2의 외환위기가 올 것이란 전망도 있던데 현재 한국경제는 어떤 상황인가요?

“한국경제는 지금 만성 골병이 다 들어 성한 데가 없죠. 그리고 한국의 주력 산업의 실적은 악화하고 있어요. 가장 큰 요인은 세계 경기 침체도 있지만, 중국이 과거엔 일방적인 수출 대상국에서 이젠 수출 경쟁국으로 부상했고,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던 분야에서 빠르게 대체산업이 성장해 더는 한국 수출품이 필요 없어지는 상황이 되는 거죠.

그런데 한국은 재벌 독식 구조로 일관하다 보니 미국처럼 새로운 혁신 기업들을 키워내지도 못해서 전반적으로 한국의 주력산업은 가라앉고 우리가 미래를 의지할 수 있는 신흥 산업들은 충분히 성숙하지 않은 상태인 거죠. 그런 상태에서 가계와 기업 부채가 심각하잖아요.

가계 부채의 경우에는 주택 담보 대출 문제, 자영업 대출문제가 심각하고, 또 기업부채 측면에서는 돈 벌어서 이자도 못 갚는 ‘좀비기업’들이 속출하는 상황이잖아요. 미국 금리가 인상되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위험한 상황도 맞을 수 있지만 제2의 외환위기로 이어질 거라고 속단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그게 외환위기 수준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상당한 충격을 받을 수 있을 만큼 우리가 너무 많은 문제를 쌓아왔다는 겁니다. 한국 정부는 펀더멘털이 탄탄하다고 하지만 실제는 일반인들이 대부분 느끼듯이 엄청나게 골병든 상태이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간 상당히 충격을 받을 수 있죠. 그래서 가능성에 대해서는 보수적으로 우리가 충분히 잘 대비해야죠. 그런 의미에서 가능하면 충분한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어요.

한편으로는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도 찾고자 하면 기회는 분명히 있어요. 정부 차원에서는 세금 혁명을 통해 복지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가능하면 정부가 좋은 정책과 제도로 좋은 사회경제 구조를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편하게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좋죠. 그리고 기업들 차원에서는 과거 재벌 독식 구조 속에서 국내 소비자들에게 바가지 씌우면서 성장하는 방식은 한계에 이르렀다는 걸 인식해야 합니다. 그래서 기업 경영에서도 비상한 각오를 하고 뼈를 깎는 구조 전환이 필요합니다. 새로운 사업 모델 수립과 구조전환을 통해서 새로운 산업에 투자해서 빨리 사업을 재편하고 구조를 전환해야 하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