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어영 한겨레신문 기자는 더불어민주당(옛 새정치민주연합)의 상황과 관련 10.12 ‘민집모 토론회’를 언급하며 “지금 ‘야권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구당모임) 탈당 상황과 그날의 상황이 굉장히 유사하다”고 말했다.

하 기자는 28일 업로드된 팟캐스트 ‘정봉주의 전국구’에서 “갑작스럽게 이뤄졌지만 굉장히 빠르게 조직적으로 움직였고 마지막에는 기자들이 예상치 못한 인물까지 등장했다”며 이같이 되짚었다.

10월 12일 국회에서 ‘민주당 집권을 위한 모임’(민집모) 주최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 대해 하 기자는 “그간 민집모 모임이 제대로 되지 않았는데 당일 민집모 전체가 모였다”면서 “국정교과서 문제가 한창 불붙을 때여서 당직자들이 흥행을 걱정하니까 김한길 의원실 등이 ‘걱정말라, 무조건 흥행이다’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가 지난 10월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초점토론회 '새정치연합, 뭐가 문제인가?'에서 안철수, 김한길 의원 뒤로 참석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어 하 기자는 “기자들도 몰랐는데 김한길 의원이 나타났고 행사 거의 끝날 무렵 박영선 의원이 나타났다”고 ‘깜짝 등장 인물’을 설명했다.

또 구당모임이 이전에는 민집모라고 불렀는데 12월 7일 구당모임으로 이름을 바꿨다며 “12월 7일은 민집모 해소 선언을 한 날인데 이종걸 원내대표가 당무를 거부한 날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미 100일전 큰 그림은 그려져 있었다는 설이 굉장히 힘을 얻는 이유”라고 말했다.

구당모임 호남 의원들과 관련 하 기자는 “정서를 취재해보니 태도 보수라고 하더라. 명분이 중요하지 않다”며 “본인들은 태도에 있어서의 품격을 지키자고 하면서 친노들이 보이는 가벼운 행태를 지역에 가서 이야기한다”고 짚었다.

그는 이런 흐름은 “종편과도 맞물린다. 문재인 대표에 대해 강경하면서도 가벼운 이미지와 뉘앙스를 계속 준다”면서 “그러면서 본인들은 태도에 있어서의 품격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하 기자는 “이들은 지역에 내려가선 무조건 통합을 얘기한다, 그래야 친노와 대척점에 설수 있으니까”라며 “호남에 실제로 반문정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니 명분으로 통합을 들면 반문정서와 교묘하게 맞아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또 “호남에 내려가 보니 식당이나 가게에서 종편들을 많이 보는데 구당모임 사람들이 등장한다”며 “통합논리를 유포시키고 종편이 합리화시켜주는 것으로 자기 지역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이성적으로 판단하거나 논리적 정합성을 따지는 것과는 전혀 별개 문제다”라고 지역 정서를 전했다.

하 기자는 “실제로 구당모임 호남 의원들은 무소속으로 나가도 당선될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유성엽, 황주홍 의원은 지역기반도 탄탄하다”며 “무소속으로 된 경험도 있고 선례도 봐서 굉장히 자신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주요 언론들은 대권주자 중심으로 파악하는데 본인들은 지역구에서의 당선 여부로 본다”며 “여기에 기자들과 오차가 생기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 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야권 대통합을 위한 구당모임 회의에 참석한 새정치민주연합 비주류 의원들이 논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또 김한길 의원과의 관계에 대해 하 기자는 “지금까지 나갔다 들어왔다를 반복하면서 본인의 생존의 길을 분명히 찾아온 사람”으로 “구당모임 구성원들이 봤을 때는 저 사람만 따라가면 살수 있겠다, 배지를 달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내분 사태 관련해서도 하 기자는 “김한길 그룹과 수도권 의원들이 문 대표에게는 혁신전대를 얘기하며 물러나라고 하고 안철수 의원에게는 계속 탈당할 수 있다고 얘기하면서 문 대표를 외통수로 몰며 명분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도권 의원들의 상황과 관련해 하 기자는 “수도권은 전략공천 지역으로 결정되면 강자가 온다”며 “예를 들어 인천엔 송영길 의원이 있어 인천지역 의원들이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데 최대한 늦게 탈당하면 누가 전략공천으로 오더라도 조직적으로 호남 향우회를 움직일 수 없고 바람을 최소화할 수 있는 시간을 버는 것이다,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본인들 선거 전략을 짜는 것이다. 당이 중요한 게 아니다”면서 “그래서 정규전이 될 수 없다. 게릴라전술처럼 이말 저말을 하는 것이다, 외통수로 모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향후 안철수 의원과 구당모임의 관계에 대해선 “(두 그룹이) 얘기하는 명분에 결정적 차이가 있다. 굉장히 큰 딜레마가 된다”면서 “안 의원은 혁신을 내걸고 구당모임은 통합을 얘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박지원 의원을 안 의원이 받느냐 안받느냐를 갖고 구당모임과 얼마만큼이나 가까워질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고 덧붙였다.

정봉주 전 의원이 “안철수 의원이 총선에 올인하는 순간 정치생명인 끝이다”라며 기치로 내걸은 ‘혁신’ ‘새정치’가 사라지는 것을 우려하자 하 기자는 “구당모임은 그게 중요하지 않다”고 답했다.

하 기자는 “혹시나 4월 총선에서 살면 혁신과 통합으로 민주당에 다시 돌아오겠다는 것”이라며 “이 지점에서 안 의원과 구당모임이 갈라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