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언론을 사회의 등불 혹은 빛과 소금에 비유한다. 즉 언론이 어두운 곳을 비추고 부패하지 못하도록 하길 바라고 있디. 그러나 한국 대부분의 언론은 빛과 소금이 되어 어두운 곳을 비추기는커녕 오히려 언론이 앞장서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럼에도 올해는 총선이라는 중요한 정치일정이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래서 지난 20일 김환균 언론노조 위원장을 프레스센터에서 만나 지난해 언론계의 평가와 올해 전망 등을 들어 봤다. 다음은 김 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김환균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 이영광 기자

- 먼저 <GO발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언론계나 사회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연말에는 노동 개악 문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죠. 그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고 해가 바뀌었는데 대한민국 국민, 이 땅에 사는 언론인들 그리고 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권력 비판엔 엄격한 칼날, 종편 삼류 콘텐츠엔 무한 관대”

- 지난 한해 언론 어떻게 평가하세요?

“크게 보면 언론 관련 이슈는 공영언론, 즉 KBS 이사회,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하 방문진), 그리고 EBS 이사회의 이사들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KBS와 EBS의 사장이 바뀌었죠. 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공추위)를 만들었어요. 공추위에서 추천한 분들이 여러분 KBS 이사회와 방문진, 그리고 EBS 이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정치권이 독점해 온 공영방송 이사추천 권한을 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시도했다는 점에서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흔히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표현하는 편향적인 공론장을 개선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KBS 이사회의 여야 7:4 구조, 방문진의 6:3 구조는 바뀌지 않았지요. 즉, 정부·여당의 입김이 태풍이 되어 공영언론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거지요.

민주주의에서 공정한 여론의 형성은 굉장히 중요한데, 정부 여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꿈쩍도 하지 않아요. 일정 부분 공영언론 이사 추천 하는 것에 대한 성과가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의 공감을 얻어내 그래서 개혁의 동력을 얻어내는 데는 미흡했습니다.

요즘 저널리즘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결과가 저널리즘의 붕괴로 나타난 것이지요. 언론의 질적인 문제, 지상파도 다 마찬가지입니다만 종편의 경우 훨씬 더 심각합니다. 저널리즘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최소한의 팩트 확인, 반론권의 보장도 거의 무시하는 거 같아요. 종편 같은 경우 토크 프로그램을 하면서 ‘저게 언론사에서 할 얘기인가?’ 싶은 이야기를 아무런 여과장치 없이 그냥 마구 떠들어 대잖아요. 권력의 비판에는 엄격한 칼날을 들이대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그런 종편들의 삼류 콘텐츠에 대해서는 관대하기 이를 데 없지요. 방송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책무가 있는 방송통신위원회도 이중잣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에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아요.” 

“朴 각본 회견, 용기없어 자꾸 거짓으로 덮으려는 것”

- 13일에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잖아요. 대통령 취임 후 3번째였는데 이번에도 짜인 각본에 의한 것이었어요. 차라리 박 대통령 연기력을 평가하는 게 낫겠다 싶어요.

“이번에 많은 논란이 됐었죠. 근데 안타까운 것은 이런 거예요. 사람들은 대통령이 모든 문제에 대해서 모든 질문에 대해서 답을 명쾌하게 청산유수처럼 잘 거라고 기대할까요? 아닐 거예요. 전 오히려 세세한 부분까지 너무 잘 알고 있다면 그게 대통령의 약점이 될 수 있다고 생각을 해요.

기자회견에 국무위원들이 배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세세한 부분에 대해서는 해당 국무위원이 설명하면 됩니다.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솔직하게 자기 자신을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는 것이지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어떤 정책을 구상하고 있는지 솔직하게 이해를 구하고 설득을 하면 되는 거죠. 그런데 이번 기자회견은 대통령은 모든 현안에 대해서 완벽하다는, 결코 사실일 수 없는 모습을 보여주려 했던 겁니다. 솔직하지 못했던 거지요. 결국, 기자회견에 대한 문제 제기는 국민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문제 제기라고 봅니다.

▲ 박근혜 대통령이 13일 오전 춘추관에서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백인 경찰을 ‘멍청이’라고 비난한 적이 있었습니다. 자기 집에 들어가려는 흑인 교수를 체포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백인 경찰은 발끈해서 대통령에게 사과를 요구했어요. 대통령에게 말단 경찰이 사과를 요구하다니, 우리라면 상상이나 할 수 있는 일입니까?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오바마가 공개적으로 사과한 겁니다. 백악관으로 그 경찰을 초청해 화해주까지 마셨지요. 이런 솔직함이 우리 정치지도자들에게는 왜 없는 걸까요?

솔직하다는 것은 용기가 있다는 겁니다. 용기없는 사람들은 자꾸 거짓으로 덮으려고 하지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라든지, 노동개악,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해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어요. 그렇지 않다는 명백한 증거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쳇말로 ‘쌩깝니다.’ 이건 솔직하지 않고 용기가 없는 겁니다. ‘대통령의 연기력’이라고 하는 것은 바로 그런 걸 꼬집는 겁니다.” 

- 당시 기자들은 질문자가 누군지 알면서 여러 명 손들었단 거죠, 그건 기자가 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할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못합니다. 만약에 이 기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질문 순서가 정해져 있고, 정해진 질문 순서를 바꿔서 다른 기자에게 질문할 기회가 주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마치 자유로운 질의·응답이 이뤄지는 것처럼 연출이 됐고, 기자들이 그 연출자의 의도에 맞게 ‘연기’를 했다면 코미디죠. 그러나 그것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알아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언론노조 위원장 되신지 1년이 지나는데 지난 1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제일 어려운 게 자기 스스로 평가하는 거잖아요. 곤혹스럽지만, 질문하셨으니 답을 하자면…, 사실은 위원장이 되어 제가 계획해서 한 것보다는 계획하지 않은 일들, 어디선가 터져나오는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응하고 수습하느라 보낸 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워낙 현안들이 많았습니다. 일일이 기억할 수 없을 정도인데, <연합뉴스> 박노황 사장, 방문진의 고영주 이사장, KBS의 고대영 사장, 언론사의 이사장, 사장이라는 분들의 발언과 태도는 우리 사회가 유신 시대로 돌아가고 있구나, 이런 부류의 사람들이 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해 과장된 언행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씁쓸한 일이지요.

지난 연말에 터진 MBC의 노조 전임자 업무 복귀 같은 것은 명백하게 노동조합의 정상적인 활동을 가로막는 행위입니다. 개인으로나 집단으로나 브레이크 없이 마구 내달리는 게 지난 한 해 언론계의 특징이라고 할까요? 체면이고 염치고 다 내던져버렸다는 생각밖에는 안 듭니다.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 예상합니다. 상식이 무너지고 말이 신뢰를 기반으로 하지 않을 때 대화와 토론이 무슨 의미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과연 언론 노동조합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가 고민하고 깨달은 한 해였던 것 같아요. 언론운동과 노동운동은 따로 가기도 하고 함께 걷기도 하는데, 지난 1년을 겪으면서 깨달은 것은 ‘당분간은 노동조합을 튼튼하게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탄압이 가해질 때 버텨낼 힘이 없어요. 노동조합의 토대를 튼튼하게 구축하는 것이 올해의 목표입니다. 작년을 돌아보면 아쉬움이 많습니다. 2012년 이후에 언론사 노동조합들의 힘이 많이 빠진 상태라 그것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은 했어요. 그런데 충분하다고 보기는 힘들 것 같아요.” 

- 그럼에도 잘한 점은 뭘까요?

“언론 노동조합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에 대해서 조합원들의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부분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 쑥스럽지만 제가 생각해도 잘했습니다. 별 이견 없이 언론노조가 하고자 하는 사업에 대해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었습니다.

공영언론이사추천위원회도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렸지만, 공추위는 시민단체들과 함께 만든 겁니다. 우려도 컸습니다. 또 실제로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발생했죠. 그렇지만 정치권이 전리품을 나누듯이 공영언론 이사들을 정파의 이해에 따라 나눠 갖도록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시민단체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단 말이에요. 그것을 한데 모아서 실제로 그러면은 정치권이 아니라 어떻게 시민의 목소리로 담아낼 수 있는지를 실험해 본 거죠. 그런 점에서는 성공적이었다고 생각을 해요.

작년에 애썼던 것 중의 하나는 노동 개악에 맞서서 언론노동자들의 이해를 구하고 노동 개악에 맞서서 행동하도록 조직하는 일이었습니다. 전국의 지부 조직을 순회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조합원과 이야기를 나누려고 했습니다. 저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언론노조 위원장이라면 서울의 한 복판인 프레스센터에 있는 시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그래서 현장의 조합원들과는 유리된 거지요. 현장의 조합원들은 언론노조 위원장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위원장인 저는 또 현장의 조합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요. 근데 짧은 기간이었고 조합원들 중에 일부이지만, 저기 게시판에 써 붙여 놓은 것처럼 ‘숨소리가 들리는 소통, 움직이는 언론노조’(2016년 언론노조의 캐치프레이즈이다), 먼저 조합원들과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사실 노동조합이 위기는 밖으로부터 오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오기도 해요.

▲ 지난 2015년 6월30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 프레스센터에서 '공영방송 이사회 활동 평가와 과제'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내부에서 오는 위기는 뭔가 소통 부족입니다. 그것은 서로 얼굴을 맞대고 하는 아날로그적인 소통이 없는 겁니다. 요새는 SNS가 아주 잘 돼 있고 편리하잖아요? 그래서 대부분 소통을 SNS에 의존합니다. SNS로 보내고 나면 그걸로 끝입니다. SNS를 쌍방향이라고들 생각하지만, 약점이 있는 쌍방향이죠. 한번 나를 돌아봅시다. 하루에도 수십 건에서 수백 건의 메시지가 들어옵니다. 저부터도 ‘그래, 알았어’ 하면서 제대로 읽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의도한 대로 수용자에게 가 닿지만, 의도한 대로 수용되지는 않는 거지요. 그런데도 보낸 사람은 보냈으니 소통한 거로 생각합니다. 이게 함정입니다. 보낸 사람은 받은 사람들이 다 읽었을 거고, 진지하게 고민할 거로 생각합니다. 받은 사람은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이것부터 바꾸자, 그래서 조직의 토대를 튼튼하게 만들자, 언론노조가 많은 단위에서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맞대고 조합원들과 이야기를 하고 다시 노동조합의 활동을 현장중심으로 되돌리려고 했습니다. 필요한 일이었고 한 만큼 조합원들도 호응해 주었습니다. 올 한 해도 그런 기조로 언론노조가 움직였으면 하고 바라고 있습니다.” 

- 그럼 점수를 주시면 몇 점이에요?

“진짜 짓궂네(웃음). 더 많이 주고 싶지만 제가 스스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기 때문에 60점이요.” 

“해고 언론인들 원상회복, 권력 저항 움직임 이끌어내야”

- 지난해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으로 해직자의 원상 복귀를 꼽으셨잖아요. 그러나 아시다시피 대법원에서 이상호 기자에게 해고 무효 판결을 내려 복귀했으나 MBC는 재징계했어요. 그리고 나머지도 2심까지 무효 판결이 나왔지만, 꿈쩍도 안 하는데.

“가장 지키고 싶은 공약, 부당하게 해직된 동료들을 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거죠. 저에게 복직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기 때문에 그런 분위기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의지의 표현이기도 했습니다. 언론노조 조합원들이 부당하게 제자리에서 쫓겨난 우리 동료들을 절대로 잊어서는 안 된다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지금 MBC 해직 조합원들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계속 승소했지요. 대부분이 대법원에 넘어가 있는 상황이지요. 이상호 기자는 이미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이겼지요. 그런데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다 하더라도 사측에서는 또 다른 핑계를 잡아 또 징계하는 거죠. 결국은 법이 어떤 판단을 하더라도 올곧은 목소리를 냈던 언론인들을 괴롭히는 것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거죠. 그 이야기는 결국 뭐냐면 올바른 소리하지 말라는 거거든요. 입 다물고 노예처럼 살라는 거거든요.

▲ MBC는 2015년 8월3일 인사위원회를 열고 복직 20여일 만에 돌아온 이상호 기자에게 정직 6개월의 중징계를 확정, 4일 발표했다. 사측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고 짐을 싸고 있는 이상호 기자 <사진출처=MBC 노조>

그래서 해고 언론인들을 원상회복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다른 말로 표현하면 ‘우리는 절대로 우리의 목소리를, 우리가 옳다고 생각하는 목소리를 어떤 위협과 탄압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이고 그 의지와 힘을 조직해 내는 것입니다. 현장에서 많이 위축되어 있어요. 법도 원칙도 무시하는 사람들, 단체협약도 무시하는 사람들, 이렇게 막 가고 있기 때문에 이게 과연 민주주의인가, 이것이 이 정권이 이야기하는 법치인가 싶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막가는 권력이 벽을 만나지 않은 경우는 없습니다. 권력에 저항하기 위한 움직임을 이끌어내야 합니다. 언론노조가 창립될 때가 1988년이었는데 그때 분위기가 지금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목소리를 내기 어렵고, 진실을 보도하려는 언론인들은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그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을 만들었거든요. 우리가 민주화되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무너져서 허망하긴 하지만 다시 세울 수 있습니다. 언론노조와 조합원들이 그것을 잊지 않고 ‘움직이는 언론노조’, 즉 노동조합원 개개인, 각자가 움직이고 실천할 때, 해고된 동료들을 우리 곁으로 데려올 수 있을 겁니다.” 

- MBC가 지난달 노조 집행부에 복귀명령을 내려서 현재 집행부는 휴가를 써서 업무를 보는데 어떻게 보세요?

“사실 놀라지 않았어요. 노조 집행부들에 업무복귀명령을 내렸을 때 ‘지금 MBC 사측이라면 충분히 이 정도는 하겠지, 그렇지 않으면 김재철의 후예가 아니다’고 생각했어요. 아마 다음 수도 뭔가 남아 있을 거로 생각합니다. MBC 사측은, 우리가 ‘이건 차마 못 할 거야’ 했던 것을 계속했어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뛰어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놀라워해선 안 돼요.

MBC 사측은 MBC가 어떻게 되든, 대한민국이 어떻게 되든 아무 상관 없는 듯합니다. 정권에 충성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도 그들의 본질은 아닙니다. 어느 정권이든, 그들은 자기들의 목숨을 연장하기 위해 어떤 일이든 할 겁니다. 불행한 일이지만 그것이 서늘한 진실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MBC 본부가 잘 버티고 있습니다. 조능희 본부장과 집행부뿐만이 아니라, 본부 노동조합원들이 정말 잘 버티고 있습니다.

때로는 무섭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런 탄압이 올 때는 노동조합에 남아 있는 게 나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생각해 볼 만해요. 그래서 별로 도움 안 된다면 탈퇴할 수 있겠죠. 하지만 MBC 조합원들은 그렇지 않아요. 그냥 묵묵히, 아무 소리 않고 그냥 버티고 있는 거거든요. 전 이게 무섭다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런 힘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하세요?

“김재철 사장 이전의 MBC 모습이 MBC 구성원들의 머릿속에는 계속 남아 있다고 봐요. 김재철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들을 하는 거죠. 구성원들한테 자율성이 주어지고, 능력에 따라서 평가받고, 정치적으로 줄 세우지 않는 등의 문화가 MBC엔 그런 문화가 있었거든요. 근데 어느 틈에 ‘누구 편이야?’ 같은 걸로 편을 가르기 시작했어요. 김재철 이전의 MBC가 어땠는지 잘 기억을 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이 이렇게 가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가 힘이 없어서 어떻게 버티고 있지만 언젠가는 MBC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2015년 4월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정영하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 외 43명이 MBC를 상대로 낸 징계무효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받은 후 정영하(오른쪽) 전 언론노조 MBC본부장 등 관계자들이 기뻐하며 법정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총선보도감시연대, 후보검증 활동 계속 해나갈 것”

- 올해는 총선이라는 국회의원 선거가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 언론의 역할이 중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총선보도가 기레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던데.

“지금 야당이 사분오열 되어서 답답하죠. 대통령이 노동 개악법을 처리해야 한다고 하면서 서명 운동을 독려하질 않나…. 국회라는 게 엄연하게 존재하고 있고 법을 만드는 것은 국회의 소관인데,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입법부의 영역에 대해서 이렇게 하는 건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러나 여당은 물론 야당도 거기에 대해서 어떤 대응도 못 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답답합니다.

올해의 언론노조 목표가 있어요. 정치, 특히 총선과 관련해서 이미 발족했지만 ‘총선보도감시연대’를 통해 모니터 활동을 계속해 나가고 후보 검증 활동을 계속해 나갈 겁니다. 그래서 유권자들이 어떤 후보자를 선택해야 할지 근거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겁니다. 언론노조는 조만간 총선보도와 관련해서 지침을 정할 텐데,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의 정책을 제대로 보고 제대로 투표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는 데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 될 겁니다. 여든 야든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유권자들이 정책을 보고 투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게 언론노조가 2016년에 해야 할 일입니다.

‘기레기’라는 비난 참 아픕니다만, 저는 언론인이라면 그 누구라도 기레기이고 싶은 사람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나 기레기를 양산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이 있는 거고 그 구조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 나가는 데에 올해 모든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