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화 국회의장 <사진제공=뉴시스>

‘국정원 강화 악법’ 논란을 빚고 있는 테러방지법에 대해 정의화 국회의장이 23일 직권상정 가능성을 시사하자 SNS에서는 거센 비난 여론이 일었다. 시민단체는 국회에 제출할 테러방지법 반대 시민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의화 의장은 이날 출근길에서 기자들과 만나 테러방지법에 대해 “직권상정 요건을 갖췄다고 본다”며 “계속 고민 중이다. 가능성은 반반”이라고 말했다. 정 의장은 전날 이병호 국정원장을 국회로 불러 비공개 면담을 가졌다.

이에 대해 전우용 역사학자는 “경제가 위기니 노동자 해고 쉽게 하는 법 제정해야 한다”, “안보가 위기니 테러방지법 제정해야 한다”는 박근혜 정권의 주장을 나열한 뒤 “집권 8년만에 경제와 안보를 전부 ‘위기’에 몰아넣은 사람들이 할 일은, 더 많은 걸 요구하는 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경영을 맡은 지 8년만에 회사 안팎을 모두 ‘위기상황’에 몰아넣고도 이것저것 요구하는 것만 많은 경영진을 그대로 신임하면, 그 회사 앞에 남은 길은 ‘망하는 것’ 밖에 없다”며 정권 심판을 촉구했다.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전날 비공개 면담을 지적하며 “국정원장이 국회의장을 만나 북한이 테러를 준비한다는 첩보를 보고했다고 하지요. 그렇습니다. 그러니 테러방지법이 필요없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테러하려고 내려온 간첩이 자기 주민번호로 통신사에 핸드폰 가입하겠나, 은행 가서 계좌를 터서 자금을 받겠나”라며 “이 법으론 테러용의자를 잡지 못한다, 대한민국 국민을 잡는 법이지요”라고 말했다.

정진후 정의당 원내대표는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우리나라가 마치 테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기라도 한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며 국민의 불안감만 부추기고 있다”면서 “과잉과장광고가 도를 넘고 있다. 그러면서 테러방지법이 만병통치약이라도 되는 양 국민에게 강매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 원내대표는 “테러방지법의 실효성에 많은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국정원법과 중복된다는 지적도 타당하다”며 “효과는 불확실한 반면, 인권과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우려는 훨씬 더 구체적이고도 분명하다”고 반대 의견을 밝혔다.

서주호 정의당 서울시당 사무처장은 “정의화 국회의장님! 무슨 판단으로 민주주의 심각하게 후퇴시킬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요건이 갖춰졌다는 건가요?”라며 “군대와 국정원 등이 있고 테러대책기구가 있는데 공포마케팅으로 테러방지법 통과시키라고 노골적 협박하는 이유가 영구집권 의도 말고 도대체 뭔가요? 야당은 단호히 거부하라”라고 맹비난했다.

참여연대는 “시민사회단체와 국가인권위, 유엔, 국제단체가 지난 십여 년 강력하게 반대해온 법을 이렇게 밀어붙이나요?”라며 “이번주 국회에 제출할 테러방지법 반대 서명을 받는다”고 밝혔다.

관련 민주주의법학연구회, 인권운동공간 ‘활’, 인권운동사랑방,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는 “‘테러방지법’ 통과되면 비밀경찰 국정원 권한만 더 강해진다”며 “시민서명으로 막아달라”고 22일부터 온라인 서명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테러방지법’의 실질적 내용은 국정원이 개인의 금융정보, 통신기록을 마음대로 볼 수 있도록 과도하고 포괄적인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무소불위 국정원의 권한만 확대”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해외정보 수집에는 무능하고 정치개입과 여론공작을 일삼은 국정원을 해체하고 북한·해외정보를 전담하는 기구를 만드는 것이 국민안전을 지키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서명은 22일~28일까지 진행되며 시민들의 서명을 모아 국회에 전달할 예정이다.

네티즌들은 “테러방지법은 정권교체방지법이다. 정의화 의장, 이 법안을 직권상정하면 최악의 국회의장 반열에 오를 것이다”(chan******), “청와대와 새누리가 테러방지법 통과시키려 한다면 모든 야당은 일제히 총사퇴하고 총선도 포기해야. 이법이 통과되면 정권교체는 불가함”(sug***),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국민사찰용 만능키’로 국민의 ‘선거권’을 위협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는 사실을 부정하는 것이다”(man********), “직권상정 하는 순간 정의화 이름 석자는 최악의 국회의장으로 역사에 남을 것입니다. 있는 법도 모르는 총리가 왜 테러방지법을 강추할까요? 입법부 수장의 건강한 역할을 기대합니다”(peter*********)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앞서 이재화 민변 사법위원장은 지난해 12월 <오마이>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대통령 선거 때도 국정원 댓글 사건이 있었다”며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댓글도 ‘테러방지용으로 했다’고 하면 합법화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그뿐만 아니라 정부에 비판적 활동하는 시민이나 단체를 감시하고 뒷조사할 수 있게 된다”면서 “이렇게 된다면 앞으로 정권교체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