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후 언론은 ‘기레기’로 전락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더 이상 언론을 신뢰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28일 개막하는 제 17회 전주 국제영화제에 EBS에서 <지식채널e>를 연출했던 김진혁 PD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초청되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들어 언론 장악이 가장 먼저 시작된 YTN 노조 해직언론인의 투쟁기를 시작으로 MBC 해직 언론인의 투쟁기를 다루고 있다. 영화 제작 뒷이야기가 궁금하여 지난 19일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에서 <7년-그들이 없는 세상>을 연출한 김진혁 PD를 만났다. 다음은 김 PD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前EBS ‘지식채널e’ 김진혁 PD ⓒ 이영광 기자

“해직언론인들, 생각보다 상처가 훨씬 깊었다”

- 해직 언론인들의 일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되어 10일 후면 관객들을 만나는 기분은 어때요?

“의뢰를 받은 지 2년 됐었는데 아무래도 예상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어요. 그래서 좀 더 빨리 만들지 못한 것에 대한 송구스러움이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쨌거나 최선을 다해서 담을 수 있는 내용을 제 나름대로 담아 내서 완성하기 때문에 다행이에요,”

- 이경호 전 언론노조 부위원장의 권유로 제작을 시작하신 것으로 아는데.

“2014년 이 부위원장께서 연락을 주셨어요. 그때 마침 EBS에서 퇴사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예요. EBS에서 ‘반민특위’를 제작하다 중단되었기 때문에 반민특위 다큐를 개인적으로 다시 시작하려고 준비하던 중이었어요. 근데 해직언론인 문제 역시 너무 중요하잖아요. 특히 언론 상황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거절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하게 된 거죠.”

- 해직언론인을 취재하면서 생각이 달라진 부분이 있나요?

“달라진 건 없지만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상처가 깊더라고요. 또한 해직되진 않았지만, 징계를 받거나 혹은 징계를 받지는 않았더라도 함께 싸우다가 좌절된 동료 언론인의 수가 굉장히 많고 그분들도 상처가 되게 깊어요.

그리고 언론사 내부에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싸움이 생각보다 굉장히 치열했고 그분들이 결코 그냥 사장 바뀌었다고 싸우다 만 것이 아니라는 거죠. 그러나 외부에서는 다 똑같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러나 그렇지 않았다는 것과 지금까지도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막연히 예측하던 것에 비해서 훨씬 자세하게 알게 됐어요.”

- 영화에 담지 못한 것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처음엔 영화가 4시간 정도 나왔어요. 그걸 줄여야 하잖아요. 일단 제가 모든 분을 인터뷰를 안 했더라도 다른 분들이 찍은 게 있잖아요. 그런데 시간을 반으로 줄여야 하기 때문에 몇 분에 한해서는 많이 빠졌고 비중이 약간 높은 분 위주로 편집했어요.”

“복직이 본질 아냐…공정방송 위한 싸움 옳다는 것 인정받아야”

- 한 인터뷰에서 애착이 갔던 인물로 조승호 YTN 해직기자(현 <뉴스타파> 기자)를 꼽으셨던데 어떤 부분이 인상 깊으셨어요?

▲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스틸 사진

“다른 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특히 조승호 선배 같은 경우는 공정방송이라는 것을 해야겠다고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정말 다예요. 거기에 다른 의도나 복잡한 생각이 있는 게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그 모습이 전부예요.

그리고 그분이 해직되어 겪게 되는 모든 과정이 다른 분들도 겪었지만, 대표적으로 겪는 걸 솔직하게 하세요. 그런 솔직함이 조승호 선배가 해직언론인이 어떤 삶을 겪느냐는 부분에서 가장 정확히 드러내 주는 분이라고 생각했어요. 해직언론인을 대표할 수 있는 분이라고 느꼈어요.” 

- 끝부분에 조승호 기자의 내레이션이 나오는데 인상 깊었는데 어떻게 받아들였어요?

“그 부분을 약간 설명을 붙이면 그냥 복직되는 건 의미가 없고 하던 일을 다시 하는 게 의미가 있다는 거예요. 조 선배가 싸운 이유가 올바르다는 판단을 받고 돌아가야만 의미가 있다는 얘기잖아요.

저는 이게 해직언론인의 핵심적인 정신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자기가 복직되어 회사로 다시 들어가서 월급을 받는 게 복직의 본질이 아니라 공정방송을 위해 싸웠던 이유가 모든 사람에게 올바른 것이라고 인정을 받아야만 한다는 거죠. 그것이 해직언론인들이 자기가 해직되면서까지 싸웠고 지금까지 지키는 거죠. 그래서 저분들은 그걸 위해서 해직을 감내하는 거죠.

그들은 ‘우리가 싸웠던 것은 옳은 이유지 노조 이익을 위해 싸우거나 이념을 위해 싸우거나 혹은 우리가 원하는 게 그냥 복직만 되면 된다는 게 아니라 우리가 싸운 이유는 올바른 것이고 공정방송이라는 가치가 옳은 것’이라는 거예요.”

▲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스틸 사진

“해직 언론인들 제자리로 돌아가야 공정방송 이뤄지는 것”

- 다시금 공정방송이 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맞아요. 이분들은 그걸 7년 동안 생각하셨잖아요. 사람들은 ‘이젠 언론이 공정하지 않다’고 포기하고 욕했잖아요. 하지만 적어도 이분들은 그걸 단 하루도 잊지 않은 분들이어서 이분들이 단순하게 해직되어 불쌍하니 복직되어야 하는 게 아니에요. 이분들은 공정방송의 상징이기 때문에 상징이 다시 당당하게 원위치로 돌아가야만 공정방송이 이뤄지죠.

그렇지 않고 정권 바뀌었을 때 ‘그래 정권 바뀌었으니 니들이 좀 해 우린 물러나 있을게’라고 거래하듯이 되고 해직자들은 동아투위처럼 복직 안 되고 시간만 흐르는 거예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에서 공정방송은 추상적인 의미가 아니라 해직된 언론인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가야만 그게 공정방송이라고 얘기를 할 수 있다는 거죠.”

- 취재하시며 가슴 아프셨을 것 같아요.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은 뭔가요?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너무 당연하겠지만, 이분들이 해직된 자체보다 너무 일하고 싶어 하시는 거예요. 뭐냐면 해고를 당해서 억울함보다 이들은 기자고 언론인이잖아요. 자기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을 못하게 할 때 그 고통이 너무 가슴 아팠어요.

돈 문제는 아니에요. 이들에게 일은 사랑할 뿐만 아니라 취재를 해서 방송을 하기 때문에 자기잖아요. 그런데 그걸 못하게 하는 것이잖아요. 그래서 이들이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생각하니 가슴 아팠죠.” 

- 영화는 주로 YTN에 집중하셨던데 아무래도 YTN이 이명박 정부에서 첫 해직자가 나와서인가요?

“맞아요. 그렇지만 제가 YTN을 더 부각하려고 했던 것은 아니고 순서가 YTN이 가장 먼저예요. 보시면 알겠지만 시간순서거든요. 그래서 YTN 비중이 조금 더 많아 보이는데 MBC의 2012년 파업 같은 경우도 넣었지만, YTN이 훨씬 길어요. 물론 MBC도 미디어 악법 투쟁이나 공정방송 투쟁을 2008년부터 하긴 했지만 그래도 YTN의 싸운 기간이 훨씬 길다 보니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죠.”

▲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스틸 사진

- YTN 파업 초창기의 모습을 보며 느끼는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그걸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이 들었어요. 한가지는 치열하게 싸워서 대단하다는 거였어요. 반면에 저 때가 꿈같은 거예요. 지금 보면 싸우기는커녕 아무것도 못 하잖아요. 그래서 두 가지 감정이 동시에 느껴졌어요.”

“해직언론인들, 먹먹‧억울함, 그럼에도 포기 못하는 고통”

- 해직 언론인 일부는 영화를 봤잖아요. 반응이 어때요?

“YTN의 경우 7주년 행사 때 영화 내용 중 YTN에 해당하는 부분만을 보셨죠. 영화에서 표현되었듯이 굉장히 가슴 아파들 하셨어요. 본인분들, 동료분들 모두. 제가 거기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어떠냐고 여쭤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게 꼭 슬픔만이 아니라 먹먹함이고 억울함이고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는 고통 같은 거로 생각합니다.”

- 지난주 세월호 2주기였잖아요. 세월호 참사로 언론은 기레기라는 말을 들어야 했어요. 2년이 지났지만 언론은 기레기에 머물러 있는데.

“기레기 맞죠. 그러나 제가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모두가 기레기는 아니에요. 영화 보시면 아시겠지만, 해직언론인은 계속 싸우잖아요. 그런 분도 있지만, 언론을 기레기로 만드는 이유를 영화에서 넣었다가 구체적으로 설명 안 해도 영화를 보면 알 것 같아서 뺐어요.

영화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기자를 기레기로 만드는 구조는 상층부 몇 명이 장악에서 인사발령 내버리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똑바로 취재하던 사람을 다른 부서로 보내면 방법이 없죠, 그렇기 때문에 기레기인 것은 맞지만, 언론 전체를 너무 포기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좋겠어요.

두 번째는 그렇다 하더라도 그렇게 보는 시청자들에게 호소할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해야죠. 최승호 PD가 마지막에 ‘안에서 싸워야지 안 그러면 나중에 아무것도 안 된다’고 말하는데 전 두 가지를 말하고 싶었어요. 시청자들은 너무 절망적으로 보지 말면 좋겠고 안에 있는 언론인은 좀 더 분발해야죠. 그래야 세월호 참사 때 일어난 보도 참사가 다시 안 일어나죠.“

- 그럼 언론은 지금도 희망이 있나요?

“그럼요. 희망 있죠. 해직 언론인이 희망이잖아요. 그분들이 희망인데 희망인 분들을 어떻게든 원래 있던 자리로 되돌려 놓아야죠.”

“총선 결과로 내‧외부 할일 많아…내부동력 갖고 공정방송 요구해야”

- 20대 총선이 새누리당 참패로 끝나면서 언론 정상화에 대한 기대감이 있어요.

“물론 당연히 나아지겠죠. 왜냐면 지금 언론사 간부들 같은 경우는 정치권의 영향을 많이 받거든요.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하고 결국엔 언론이 공정방송을 하려는 의지를 가진 사람들로 대체되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언론사 내·외부에서 해야 할게 많아요.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제일 중요한 건 어쨌든 언론사 내부에서 상황이 나아졌잖아요. 그러면 상황이 나아진 만큼은 뭔가 스스로 변화를 보여줘야죠.”

▲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스틸 사진

- 변화라는 건 어떤 걸 의미하죠?

“데스크나 어떤 보도를 할지 고민하는 사람들이 지난 총선 전처럼 마구잡이식 새누리당 편향 보도를 못 할 거예요. 겁나거든요.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예를 들어 어떤 걸 보도해야 한다고 했던 목소리가 눌리고 억압받아 통과 안 됐잖아요. 하지만 이젠 상황이 나아서 좀 더 적극적으로 데시를 하고 언론노조에서도 내부적으로 동력을 가지고 공정방송 요구를 해야죠. 그걸 안 보여주면 정말 기레기 됩니다.”

“인사발령으로 기레기 만드는 구조…아닌 이들 제자리 돌아오게 응원해달라”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성 언론이 밉고 실망스러운 건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알아요. 그러나 여러분들이 사랑하고 아끼던 언론인들이 지금 이렇게 만드는 건 아니에요. 그들 대부분 쫓겨나서 보도를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는 거죠. 그러니 이 영화를 보시면서 무조건 다 기레기라고 하지 마시고 기레기가 아닌 사람들이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오도록 응원해주시고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