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전북 교육청은 전교조 전북지부 전임자 2명을 직권면직했다. 이에 전교조 전북지부는 “직권면직을 강행한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전북교육청과, 교사의 노동기본권을 유린한 박근혜 정권 및 교육부를 규탄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 또한 지난 7월 1일 재선 2주년 기념 기자회견에서 전임자들의 직권면직을 가장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사실 김 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 교육감으로 꼽히고 있다. 때문에 전교조와 진보적인 시민단체의 충격은 더 컸다.

부끄러운 결정이라고 하면서도 왜 직권면직을 했는지가 궁금해서 지난 11일 김승환 교육감을 만났다. 김 교육감은 직권면직에 대해 “정부는 속칭 진보교육감들이 직권면직 처분을 하라는 것에 끝까지 버텨주기를 기대했을 것”이라면서 “나도 나를 희생해서 전교조 전임자들을 지킬 수 있다면 고민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내가 날아가도 누군가는 했을 것이라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전임자 세 분에 대해서 직권면직 처리를 하게 됐다”고 솔직한 심경을 털어놓았다.

김 교욱감은 지난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 논란이 있을 때 역사 보조교재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가 유일하게 손 대지 않은 것이 역사인데 현 정권은 손을 댔다”면서 “복면 집필이란 신조어가 생겼다. 이렇게 부끄러운 작업을 왜 하느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이어 보조교재 개발에 대해서는 “계획은 올해 12월이면 시안이 나올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10월 정도 나온다고 하니 시안을 전북을 포함한 4개의 지역에만 공개할 것이 아니고 전 국민에게, 모든 언론에 다 공개할 것이고 내년 2학기부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나향욱 전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민중은 개, 돼지’라는 발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발언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면서 “그도 아주 평범하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나쁜 짓 하지 않고, 잘 자랐을 것이다. 하지만 학교에서 반드시 갖춰야할 비판적 사고를 빠트렸기 때문에 학교 교육이 그렇게 만든 것”이라고 꼬집었다.

다음은 김승환 교육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김승환 전라북도 교육감 <사진제공=주현웅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 재선 후 2주년을 맞이했어요. 1기 때와는 또 다를 것 같은데 지난 2년 스스로 평가하면 어떠세요?

“지난 2년간의 자체평가는 실책이라고 할 만한 것이 거의 없다고 봐요, 그리고 2기 들어서면서 구호로 내세웠던 것이 세월호 사건을 거치면서 아이들 안전을 둘러싼 대한민국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많이 하게 됐기 때문에 ‘안전한 학교 만들기’였습니다. 대한민국이 당분간은 아이들의 안전을 위해서 동력을 최대한 기울일 것인데 전북교육청에서도 아이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했어요.

그래서 취임 한 달여 만에 전북교육청 내에 학생안전원보장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어요. 우리 아이들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일차적으로 자신의 힘으로 그 위험한 상황을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죠.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북도교육청에서는 그래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생애주기별 안전체험훈련을 시키고 있습니다. 교육감 저 자신도 그 훈련을 투철하게 받았고, 간부들 교장 선생님들 전부 그 훈련을 받기로 했습니다. 유치원에서 한 번을 받고, 초등학교 때 2학년과 5학년 때 한 번씩, 그리고 중학교 1학년과 고2 때도 받습니다. 그래서 전북에선 유치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생애주기별 안전체험교육을 총 5번 받습니다. 아이들에게 안전이 몸에 배어 들어갈 수 있도록 그렇게 교육을 시키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학교라고 하는 것은 언제 생각해도 가슴을 뛰게 하는 곳, 즐거운 곳, 삶의 보금자리로 다가가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 전북교육청은 생각을 ‘아침이 행복한 학교’, ‘저녁이 자유로운 학교’ 식으로 했습니다. 때문에 아침에 아이들을 미리미리 학교에 불러들여 잠도 제대로 못 자고, 아침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상태로 학교에 모여들게 하는 그런 건 옳지 못하다는 생각에 ‘등교 시간 늦추기’를 해왔고 현재 96%가 여기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저녁 시간에 아이들을 자유를 묶어 놓는 것이 아이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보충수업을 시키고 야자를 시키는 것은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돌리도록 하고 있습니다.”

- 1기 때와 다른 점은 뭔가요?

“하나의 동일한 교육감 체제하에서 계속 가는 교육청이기 때문에 1기와 본질에서 다른 건 없습니다. 하지만 정책이 좀 더 깊어지고 다양화된다는 차이가 있을 겁니다. 제가 1기 때 가장 중점을 두었던 정책이 혁신학교였습니다. 처음 21개로 시작해서 지금은 149개의 혁신학교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혁신학교에 머무르지 않고 모든 학교가 혁신하도록 하겠다는 슬로건 자체를 ‘모든 학교의 혁신’으로 세웠습니다. 현재 전북에서는 혁신학교 정책이 잘 뿌리를 내려서 혁신학교가 아닌 학교에도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설마 수많은 교육감 다 날리겠냐고?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정권”

- 전교조 전임자들을 직권면직하셨어요. 기자회견 때도 이걸 가장 부끄러운 결정을 했다고 하셨어요. 김 교육감은 대표적인 진보 교육감으로 꼽히죠. 그래서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었는지 아쉬워요.

“전교조 전임자 직권면직의 단초가 되는 것은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입니다. 교원노조법 제2조에 노동조합 조합원의 자격을 해고된 조합원은 조합원이 될 수 없다고 했어요. 여기에서 제기되는 문제가 크게 법 이론적으로 2가지입니다. 하나는 교원노조법 제2조 단서가 헌법에 합치하는 것이냐는 거죠. 헌법 제33조 제1항은 공무원들의 자유로운 결사를 보장하고 있습니다. 조합원 가입 자격조건을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것은 국가가 규범으로 개입하는 것이 아니라 조합원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바로 이 정신이 우리 헌법의 정신임과 동시에 ILO 규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국회는 제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헌법을 위반하고 ILO 규약에도 명백히 위반하는 교원노조법 2조 단서를 만들어 놓았던 것입니다. 그동안 이 단서는 전혀 활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현 정권에 들어서 고용노동부가 느닷없이 이 조항을 들고 나와 전교조의 규약개정을 요구했던 겁니다.

▲ 전북 교육청 전경 <사진제공=주현웅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은 실제로 9명입니다. 전교조는 자체 조합원들의 의사를 물었고, 의사를 물은 결과 규약을 개정하지 않겠다고 나온 겁니다. 헌법상 기본권 제한의 원칙 중에 중요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최소침해의 원칙이라고 하는 겁니다. 6만여 명의 조합원을 가지고 있는 조합에 단 9명의 해고 조합원이 있었던 것이 그 단체 전체를 법 바깥으로 내몰 정도로 중대한 것이었냐면 그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헌재는 이 조항에 대해서 분명히 위헌결정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습니다만 천만뜻밖에도 헌재는 합헌결정을 내렸어요, 우리 헌법 제6조에 헌법에 의해 체결 가능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규와 같은 효력을 가집니다. ILO 규약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헌재는 이 사건을 심판하면서 제6조는 안 봤냐는 겁니다. 저는 그게 굉장히 의심스러운 거예요. 자신들이 헌법재판관들이라고 자부한다면 최소한 헌법이 이 사건에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반드시 참고해야 될 그런 조항을 읽었어야 된다는 것이죠.

그 다음에 현실로 돌아옵니다. 현재 권력을 가지고 있는 측에서는 현재 이 상황을 전교조를 완전히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기회로 삼고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전교조는 이 법외노조 처분이 헌법위반, 법률위반, ILO 규약 위반이라고 헤서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그런데 1심이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줬고, 2심도 고용노동부 손을 들어줬습니다. 또한 헌법재판소 합헌이라고 결정을 내버렸습니다. 더 이상 빠져나갈 길이 없는 겁니다.

정권이 노리는 최고의 수는 속칭 진보교육감들이 직권면직 처분을 하라는 것에 끝까지 버텨주기를 기대했을 겁니다. 사람들은 ‘설마 그 수많은 교육감을 다 날리겠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정권은 가리지 않는다. 자기들의 야욕을 위해서는 그 어떤 수단도 가리지 않는 정권이다’고 단연코 말합니다.

만약에 교육감 자리를 날리게 되면 전교조 전임자를 살릴 수 있다는 계산이 확실하게 섰다면 저는 제 자리를 희생시키면서 3명의 전임자를 살릴 것인지에 대해서 상당히 깊이 고민했을 겁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제 자리를 날리는 한이 있더라도 이 전임자 3명을 살릴 길이 없고 제가 떠나도 누군가는 할 것이라 생각한 겁니다. 그래서 부끄러운 일이지만 제가 아끼고 전북교육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전임자 세 분에 대해서 직권면직 처리를 하게 된 것입니다.”

▲ 전국교직원노조가 1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법외노조 탄압-부당해고 자행한 교육부 규탄 및 해고 35일 투쟁선포' 기자회견을 열고 부당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 매해 연말이면 무상보육 문제가 뜨거웠어요. 그러나 20대 국회는 여소야대 정국이라 누리과정 문제가 달라질까요?

“정치는 아주 가변성이 심한 생명체와 같아서 여소야대 정치 상황이 논쟁 중인 누리과정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야 당이 누리과정 정책에 관한 법과 원칙을 철저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를 하는 교육자들이 몇이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야당의원들을 만나보면 아주 쉽게 잘 쓰는 말이 ‘정치는 현실이다’라는 것이다. 저는 거기에 대해서 ‘정치는 현실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데, 그 현실은 법과 원칙 틀 내에서의 현실이 아니다 그렇지 않으면 현실이 결국 법과 원칙을 전복시키는 그런 불행한 사태가 일상화되어 버릴 것이다’란 말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여소야대가 누리과정 예산 논쟁에 상당한 정도의 영향력을 끼칠 것이다, 저는 거기까지 기대하고 있진 않습니다.”

“‘복면집필’ 부끄러운 작업…보조교재 작업중, 전 국민에 공개할 것”

- 지난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국민 대다수가 반대했음에도 정부는 강행했잖아요. 이게 김 교육감께서는 역사 보조교재를 만든다고 하셨는데 어떻게 진행되는 중인가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들이 자기들 마음대로 하고 모든 것에 손을 댔을 때, 유일하게 손을 대지 않은 것이 딱 한 가지가 바로 ‘역사’입니다. 역사에 대해서는 최고 권력자가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역사 자체가 하나의 생명체라 권력자들의 것이 아니고 온 국민들의 것이고 동시에 모든 세계 시민의 것이라는 암묵적인 합의가 분명히 있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봐도 역사에 손을 대는 왕이 아무도 없었습니다. 연산군, 태종 이방원도 손대지 않았습니다. 영조는 사도세자 사건 때 사관에게 제발 좀 나가 있으라고 하는데도, 사관은 끝까지 나가지 않고 계속 기록을 해나갔습니다. 이게 역사에 대해서 우리 민족이 강하게 유지해왔던 가치관이라고 볼 수 있는 겁니다.

헌법 제31조 4항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반드시 보장하라고 돼 있습니다. 이건 교육의 영역에 정치는 개입하지 말라는 강한 경고 메시지입니다. 여러 교과목 중에서 정치화할만한 우려가 가장 크고 권력자들이 가장 많은 유혹을 받는 교과목이 역사입니다. 불행하게도 현 정권은 역사에 손을 데 버렸습니다. 그것도 철저한 비밀주의로요.

▲ 지난해 12월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국정교과서반대 청소년행동'이 집회를 열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역사교과서가 내년 1학기부터 시작되려면 지금쯤 이미 역사교과서 시안이 나와 있어야 그걸 보고 역사부도를 만든다고 합니다. 근데 안 나와 있습니다. 역사부도를 만든다는 사람들이 상상집필을 하는 겁니다. 국정교과서 집필진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 나온 신조어가 바로 ‘복면 집필’입니다. 이렇게 부끄러운 작업을 왜 하느냐 하는 거예요.

전북교육청은 다른 3곳의 교육청과 함께 역사 교과서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전환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힘을 모아서 역사교과서 보조교재 편찬작업을 하고 있어요. 원래 계획은 올해 12월이면 시안이 나올 것으로 계획을 잡고 있었는데, 지난주 보고를 받아본 결과 10월 정도면 나온다고 합니다. 그 시안을 전북을 포함한 4개의 지역에만 공개할 것이 아니고 전 국민에게, 모든 언론에 다 공개할 겁니다.

사람이 한 거니 오류가 있겠죠. 그 오류를 잡고 내년 1학기에 국정교과서가 나오면 거기에서 또 뭔가 문제가 나올 것이니, 거기에 보완할 내용을 집어넣을 겁니다. 그래서 내년 2학기부턴 학생들 책상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그렇게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 지난 6일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 교육부의 감사자료 요구에 응하지 않은 혐의로 검찰이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는데.

“학교폭력 가해자들 학생부에 학교폭력 사실을 기재하고 그걸 가해 학생이 대학에 입학이나 취업할 때 제출하라고 한 장관의 훈령이 있었죠. 그 장관의 훈령은 헌법상 기본권을 제한한다고 생각해서 전북교육청은 거부했죠. 그러자 교육부에서 전북교육청에 대한 감사를 한 겁니다. 감사관이 했던 것은 단일학교로 가서 교장 선생님들에게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지만 교장 선생님들이 제출하지 않았어요. 그 전에 교육감 명의로 ‘교장에 관한 징계권한은 교육감에게 있으니 교육부 감사반이 어떤 협박을 하더라도 거기에 넘어가지 말고 소신대로 하시라’는 내용의 공문이 나갔습니다. 전북에서는 3개의 학교는 교육감 지시에 따르지 않고 장관의 지시에 따랐지만 나머지 학교는 교육감 지시대로 했죠. 그 행위가 검찰이 볼 때는 형법상의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에 해당한다고 하는 겁니다. 직권남용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권한을 초과해서 행사하는 것이고 권리행사 방해는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는 것이죠. 검찰은 그 죄에 해당한다고 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절대 해당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징역 8개월이면 상당히 무거운 형량을 지금 구형을 한 건데요, 8월 19일에 법원의 판단이 나오겠지만 저는 특별히 어려운 부분은 없을 거라고,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 지난주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민중은 개, 돼지다”라는 말을 해서 논란인데.

“저는 그 발언을 현재의 공직사회 내에서 돌출발언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언제든지 나올 수 있는 발언이고 그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수도 없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나라의 불행이라고도 생각합니다.

▲ "민중은 개·돼지"라고 발언해 물의를 빚은 나향욱 교육부 정책기획관이 11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나 정책기획관도 가정적으로 굉장히 잘 행복하게 이끌어 나갔던 그런 가장이었을 것이고 자랄 때도 아주 평범하게 선생님 말씀 잘 듣고, 나쁜 짓 하지 않고, 잘 자랐을 겁니다. 우리의 교육이 그런 인재를 만들어냈던 겁니다. 반드시 한 인간이 갖춰야 할 것을 빠트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학교교육과정에서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를 길러주지 못한 점입니다. 모든 사람이 가는 길이고, 모든 사람이 하는 말이지만, 이것은 내 것으로 할 수 있냐에 물음표를 찍게 하는 것이 비판적 사고거든요. 이것이 우리 학교 교육에서 길러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또 하나 우리 학교 교육에서는 아이들에게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게 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생각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아침에 간부회의를 하면서 제가 넬 나딩스가 쓴 ‘21세기 교육과 민주주의’라고 하는 책을 간부들에게 읽어 드렸습니다. 책이 11개 장으로 되어 있는데, 9번째 장에 보면 한나 아렌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거기서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에 대해서 ‘아이히만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라고 나옵니다. 아내에게 아주 잘하고, 아이들을 끔찍이 사랑하는 그런 평범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그런 상황에서 그런 악행을 저질렀다는 하는 말인데요. 그래서 그런 인간은 우리 도처에 얼마든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저 자신도 그런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이들 함부로 대해선 안돼…국가 권력자들 위해 존재하는 것 아냐”

- 남은 임기 2년간 주안점은 어디에 두실 건가요?

“시스템의 공고화예요. 전북 교육청은 청렴도가 상당히 높고 청렴도가 흔들린 없이 계속 유지되고 있거든요. 또한 교육행정이 투명해지고 공개주의를 원칙으로 하고 있고, 예측 가능한 측면이 있어요, 그리고 학교 운영 자체도 단일학교 자율성을 보장해줘서 우리 아이들의 삶 자체가 배움과 성장을 통해서 아이들이 마음껏 자신들의 꿈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돕고 있거든요.

이 시스템 공고화의 뜻은 무엇이냐면, 사람이 바뀌어 시스템 전체가 흔들리면 안 된다는 것이죠. 사람은 있다가 흘러가도 이 시스템은 그 자리에 계속 머무르면서 전북 교육청 전체를 이끌고 나가야 되죠, 그래서 앞으로 2년 동안은 그 시스템이 흔들리지 않는, 방향으로 뿌리내리도록 하는 데에 온 힘을 기울이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가 마땅히 지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놓치고 있는 것들이 굉장히 많잖아요. 2013년 6월로 기억하는데, 그때 홍콩에 있는 정치경제 컨설턴시에서 아시아 17개국을 대상으로 청렴도 평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여론조사의 대상은 17개 국가에서 기업을 하는 외국인들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해서 홍콩의 정치경제 컨설턴시가 ‘아시아 최악 부패국가’라는 말을 했습니다. 이런 건 좀 바뀌면 좋겠어요.

또 국가 권력자들이 우리 아이들한테 정중해졌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은 아이들에게 너무 함부로 대한다는 거예요. 그 함부로 대하는 대한민국 속에 교육부가 들어있다는 거예요. 대한민국의 교육은 대한민국의 아이들은, 국가를 위해 존재하고 교육부와 교육부 관료를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버렸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은 자기 삶을 살기 위해 태어난 것이지, 특정 가치에 종속되기 위해 살아가는 게 아니라는 거에요. 지금 수많은 나라가 그렇게 가고 있잖아요. 왜 대한민국만은 아직도 맑고 곧게 자라야 되는 우리 아이들을 권력자의 수단으로 전락시키냐는 거예요. 권력자들이 자신들의 사욕을 채우기 위한 것이라면 아이들은 앞으로도 얼마든지 수단으로 전락 시킬 수 있어요. 이런 나라에 어떤 미래가 있고 애국할 수 있겠냐는 거죠, 그래서 정말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나라. 아이들이 감동하는 나라. 제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교육감으로서 가장 바라는 것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