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다. 4차 핵실험을 한지 7개월만이다. 북한은 1차에서 4차까지 핵실험을 3~4년 주기로 한 것은 이례적이었다. 이것은 언제나 그랬듯 우리 사회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드렸고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진영에서는 핵무장론 등 강경한 발언들이 쏟아져 나왔다.

북한의 5차 핵실험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해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지난 19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극동문제연구소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5차 핵실험을 하자 북한의 으름장이라고 진단했다. 이 의미에 김 교수는 “북한은 ‘미국에 협상을 구걸하지도 않을 거고 국제사회에 협상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테니까 우리는 협상이 없는 동안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내 능력을 최대한 키워서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8개월만에 핵실험을 한 것에 대해서는 “북한 프로그램의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 한다. 4차를 넘어서면 기술적으로 몇 년을 기다릴 필요도 없는 거예요. 이미 상당한 기술이 축적되어 있고 상당히 능력이 고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하면 자기의 능력을 검증하고 기술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 짧게 주기를 만들어서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을 비롯한 보수 일각에서 주장한 핵무장론과 관련해서 김 교수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성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본다”면서 “오히려 선거용 의미가 강할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핵실험을 하자 박근혜 대통령은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호칭도 붙이지 않은 채 통제 불능 상태라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나 뉴욕타임스 등은 지극히 정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이에 김 교수는 “박 대통령이 볼 때는 분명히 김 위원장이 자기 말을 듣고 굴복하거나 생각을 바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자기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가기 때문에 자기 입장에서 통제 불능이라고 한 거다”고 추측했다.

북한은 이제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었다. 그럼 그것을 인정해야 할까? 아니면 핵 포기를 유도해야 할까? 이와 관련해 김 교수는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우리가 아직 포기해선 안 되고 그 입장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도록 하는 것도 정부가 포기하면 안 된다”고 답했다.

▲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 이영광 기자

다음은 김근식 교수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지난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했어요. 이름 북한의 으름장이라고 하셨던데.

“으름장 의미는 더 이상 협상을 안 해도 좋다는 거죠. 즉 북한은 ‘미국에 협상을 구걸하지도 않을 거고 국제사회에 협상해 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을 테니까 우리는 협상이 없는 동안이라고 한다면 오히려 내 능력을 최대한 키워서 갈 때까지 가보겠다’는 것이죠. 북한과 미국의 관계에서 훨씬 더 북한이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지점에서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기 때문에 오히려 북한이 자기 능력을 키워나간다는 의미에서 마이웨이식 으름장이라고 볼 수 있는 거죠.”

- 북한은 지난 5월 당 대회를 열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이뤄진 건가요?

“그렇다고 봐야죠. 5월 당 대회에서 핵 보유를 일단 명시적으로 선언했고 경제와 핵 병진 노선을 항구적인 전략 노선으로 채택했죠. 그래서 5월 7차 당 대회 이후 김정은 위원장의 대외전략이라는 것은 일단 핵무기를 사실상 보유한 국가로 계속 가겠다는 것이에요.

올해 초 4차 핵실험 이후에 5월 7차 땅 대회 그리고 최고인민회의를 거쳐 일단은 김정은 시대에 대외전략에 있어서는 핵무기를 실질적으로 보유하고 실전 배치까지 가능해서 미국이나 한국 심지어는 중국까지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어떻게 타격할 수 없도록 만드는 확실한 억제전략으로서 사실상의 핵보유국으로 일단 최고도로 끝까지 간다는 전략이기 때문에 그건 김정은 시대 7차 당 대회에 입각한 계획적인 프로그램이라고 봐야죠.”

“미국 평화협정 반대 이유, 朴 ‘대북강경론’ 요인 크다”

- 그럼 더 이상 대화하지 않겠다는 의미예요?

“북한이 지속해서 요구했던 평화 협정 논의는 북한이라는 나라를 인정하고 김정은 체제를 인정해달라는 법적, 제도적 장치로써 얘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화 협정 이야기를 하지 않고 비핵화만 얘기한다든지 핵 포기 등을 요구하는 한 대화는 없죠. 대신 그 기간 나중에 대화가 이뤄지더라도 자기들이 유리하게 할 수 있도록 핵보유국으로 자기 능력을 최대한 키워 놓겠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북한이 원하는 평화 협정이나 평화 문제에 대한 대화의 아젠다를 미국이나 남쪽이 수용하지 않는 한에 있어서는 북한은 대화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봐야죠.”

- 미국은 왜 평화협정에 응하지 않는 거죠?

“미국도 장기적으로 보면 북한과 평화협정 논의를 할 수는 있어요. 이미 클린턴 정부 때 물밑에서 얘기한 적이 몇 번 있고 참여정부 때 이른바 종전선언이라고 해서 평화협정 전 단계를 얘기하기도 했어요. 그리고 지난해도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상황에서도 뉴욕 채널을 통해 북미 간에 평화협정 이야기를 물밑에서 한 적도 있어요. 미국은 북한과 신뢰가 생겨서 담판을 짓는 형식으로 평화협정 이야기를 한다면 미국이 끝까지 안 할 이유는 없죠.

그러나 미국이 반대하는 이유는 미국 요인 보다는 한국 요인이 크다고 봐야죠. 박근혜 정부 입장이 ‘정대 평화의 평자도 꺼내지 말고 대화의 대자도 꺼내지 마라. 지금 김정은과 무슨 대화를 하며 평화체제를 얘기하냐’며 워낙 강경하기 때문에 한국 정부를 제치기도 어려울뿐더러 오바마 정부가 임기 말 레임덕 상황과 대선 국면에서 북한이 원하는 평화협정을 얘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상황이죠.”

▲ 미국 전략폭격기 B-1B(가운데)가 13일 오전 괌 기지를 출발해 경기도 오산 공군기지 상공을 지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3~4년 주기로 핵실험을 했어요. 그러나 이번 핵실험은 4차 이후 8개월 만이에요. 그럼 이게 북한의 계획 하에 한 건지 아니면 우리 대북 정책이 영향을 준 것일까요?

“그건 북한 프로그램의 일정에 따른 것이라고 봐야죠. 1~3차 핵실험까지는 나름대로 북미 간 협상이 있었고 6자 회담이 진행되다가 협상이 결렬되거나 미국이 북한 말을 듣지 않으면 북한이 협상장을 뛰쳐나가서 핵실험을 하는 방식이었다면 올해 4차 핵실험과 5차는 협상과 상관없이 북미협상의 과정에서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벼랑 끝 전술로 핵실험이 아니죠. 4차나 5차 같은 경우 북한식 핵 마이웨이 핵보유국으로 가는 일정이라서 기술적으로 준비만 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거예요.

또 하나는 4차를 넘어서면 기술적으로 몇 년을 기다릴 필요도 없는 거예요. 이미 상당한 기술이 축적되어 있고 상당히 능력이 고도화되어 있기 때문에 그때그때 필요하면 자기의 능력을 검증하고 기술을 확인해 보기 위해서 짧게 주기를 만들어서 할 수 있기 때문에 이것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핵 보유 전략으로 가기 위한 북한 주도의 신속한 스케줄에 따른 것으로 봐야죠.”

- 그럼 사드 배치 영향도 아니에요?

“사드 문제는 핵실험이 굳이 아니더라도 사드 배치가 결정 난 후 SLBM을 쏴 올렸고 오히려 박근혜 정부 사드 결정에 대한 북한식 반응은 SLBM을 빨리 성공시켜서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거죠. 사실 사드라는 건 SLBM 앞에서는 무력한 것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 사드에 대한 대응은 핵실험이 아니라 SLBM의 신속한 발사 성공으로 봐야 합니다.”

“핵무장 불가능…전작권도 없고 NPT 탈피시 강력한 경제제재 못 견뎌”

- 우리나라는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핵무장론이 나와요.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만, 도덕적으로나 현실적으로 가능성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봅니다. 유는 첫째 북이 핵을 가졌는데 남도 핵 무장을 하면 남북이 서로 각각 가슴에 핵무기를 갖고 돌진하는 형국이란 말이에요. 분단체제에서 정치적 군사적 대치가 계속되어 굉장히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는데 핵무기까지 가지고 대결하면 민족이 공명할 수 있는 끔찍한 재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죠.

그리고 그동안 우리는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고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우리가 제재를 했던 것은 우리가 핵을 가지지 않는다는 원칙이 있었기 때문에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었어요. 만약 우리가 핵무장을 하게 되면 북한에 대해서 비핵화를 요구하거나 북한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우리가 앞설 수 있는 도덕적 정당성이나 우월성을 포기하게 되기 때문에 상당히 남북 간의 핵 문제에서는 새로운 국면이 열려서 위험해요,

셋째 현실적 측면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핵무장을 하려면 NPT 체제를 벗어나야 합니다. NPT 체제를 벗어나면 IAEA를 비롯해서 국제 사회의 아주 강력한 제재를 받아야 해요. 경제 제재를 우리가 과연 세계 12위의 경제 대국이라는 대한민국이 견딜 수 있느냐에서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이건 감정상으로 하는 소리지 실제로 이것을 실행하기에는 엄청난 부담이 있기 때문에 쉽지 않죠.

그리고 미국이 반대할 가능성도 굉장히 크죠, 미국이라는 나라는 자기가 주도하는 세계 질서 속에서 자기가 아닌 다른 나라 그게 비록 동맹국이라 하더라도 그 나라가 자체 핵무장을 하는 걸 불안해해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은 북한 핵 위협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 핵우산을 제공할 테니 걱정 말라는 거지 대한민국이 핵무장 하는 걸 미국은 결사반대할 것이죠.

또 우리가 핵을 가지고 있어도 전시에나 쓸 수 있는데 전작권도 없잖아요. 그거라도 가지고 있어야 미국과 협조해서 미국과 합의하에 핵무기를 써야 하는 건데 사실 우리 핵무장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강경한 어조로 ‘우리도 우리의 카드로 북한에 본때를 보여주겠다’고 얘기를 하지만 그럼 먼저 전작권을 가져온 다음에 우리의 단호한 대북 억지력과 북한에 응징의지를 보여주는 게 필요하죠. 응징할 수 있는 제도가 없는데 무슨 핵무기를 가지면 누가 쓰겠어요? 그래서 핵무장론은 종합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한 이야기고 오히려 선거용 의미가 강할 것으로 보죠.”

- 선제 타격론도 마찬가지예요?

“이건 우리 내부에서 아직 공식적으로 나올 수는 없고 최근 미국에서 얘기가 나온 건데 미국이라는 나라는 큰 나라기 때문에 자기 적국이 미국이라는 나라를 위협하거나 공격할 수 있는 현저한 실존하는 위협이 있을 땐 선제타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미국이 선제타격론에 입각해서 하더라도 북한을 타격하기는 어렵죠. 왜냐면 지금 문제 되는 북한이 핵무기를 실험하는 데가 풍계리고 플루토늄 재처리하는 데가 영변인데 북한이 가지고 있는 핵시설이나 미사일은 거의 중국으로부터 100km 안쪽에 있는 지역입니다. 사실 중국과 가까운 인접 지역에 핵시설이나 핵 관련 시설이 있기 때문에 만약 미국이 만에 하나 선제타격론에 의해 타격한다면 중국과의 전쟁을 감수해야 하는 거예요. 다른 나라와 달리 적어도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은 중국을 상대로 한 세계 전쟁을 각오하는 자세로 해야 하기 때문에 지금의 미·중 관계 속에서는 미국이 말로는 선제 타격론이 가능할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죠.”

“‘김정은 굴복 기대했는데’...朴 입장에서는 통제불능”

- 9일 박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통제 불능한 상태라고 했어요. 그러나 11일 뉴욕타임스는 지극히 정상적이라고 했는데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죠?

“박 대통령이 공개석상에서 김 위원장의 호칭을 안 부르잖아요. 이름 부르고 통제 불능의 정신상태라고 하는 것은 굉장히 도를 넘어선 것입니다. 그러나 미국 언론이나 정상적인 학자들은 오히려 김 위원장의 핵전략이 굉장히 자기들 스스로의 치밀한 전략에 의해 계획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설명하는 사람도 많아요. 하지만 박 대통령이 볼 때는 분명히 김 위원장이 자기 말을 듣고 굴복하거나 생각을 바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자기 생각과 다른 방식으로 가기 때문에 자기 입장에서 통제 불능이라고 한 거죠.”

- 안보리에서는 북한에 제제할 것으로 보여요. 그러나 지금까지 제재를 했지만, 핵실험을 했잖아요. 그럼 제제가 소용없다는 의미 아닌가요?

▲ 박근혜 대통령이 22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왼쪽부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박근혜 대통령. <사진제공=뉴시스>

“대북 제재라는 건 여러 가지 목표를 노리고 하는 것인데 제제를 통해서 북한이 굴복할 것으로 보는 것은 지금까지의 북한 제재 결과를 보면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봐야 할 것 같아요. 가장 큰 건 중국과의 관계죠. 북한에 제재를 해서 북한이 참을 수 없어서 굴복하려면 중국이 완전히 제재에 적극적으로 동참에서 물 샐 틈 없는 제제를 해야 하는데 지금 사드 배치로 중국의 심사가 좋지 않고 중국도 여전히 미국에 견제 심리가 있기 때문에 북한 정권을 완전히 죽이는 제제에 중국이 동참할 이유가 없잖아요. 중국입장에서 북한을 혼내 줄 수는 있지만, 북한을 망하게 하는 건 절대 반대거든요. 그래서 아프게 하는 제제는 동참해도 죽이는 제제는 동참 못 해요.

또 하나 제제만을 통해 북한이 굴복하고 나온다는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에요. 제제는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한 제재여야 합니다. 박 대통령은 굴복시켜서 완전히 셈법을 바꿔 놓는다고 그러는 데 그게 아니라 제제와 협상은 같이 가야죠. 그래서 2270호의 제제 안에도 뒤에 ‘6자회담을 통해 협상을 빨리 시작하라. 919 공동성명에 따라 대화를 빨리 시작하라.’는 조항이 들어 있는 거죠. 그러나 우리나라는 제제 만능으로 빠졌어요. 그런 식의 제제는 먹히지도 않고 실질적인 효과도 못 내요.”

- 오늘이 9.19 공동성명 11주년 되는 날이잖아요. 9.19 공동성명의 현시점에서 9.19 공동성명이 의미 있을까요?

“지금 상황에서 9.19 공동성명은 의미가 없을 거예요. 왜냐면 그건 2005년 6자회담에서 채택된 것인데 10년이 넘어서 그때와 지금 상황이 너무 많이 달라졌죠. 9.19 공동성명이 담은 메시지를 다시 하려고 해도 조건이 달라졌어요. 그리고 9.19 공동성명에 나왔던 6자 국가의 동북아 평화를 위한 대화라든지 한반도 평화 포럼이라든지 하는 것이 전혀 논의가 안 됐기 때문에 9.19 공동성명의 내용 자체가 지금 적용하기는 어려울 거예요. 다만, 2005년 9.19 공동성명을 한 정신은 계승해야죠. 다시 말해 북핵 문제와 관련된 국가들이 모여서 머리를 맞대고 지루하고 힘들지만 계속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신뢰를 쌓아나가고 그것을 통해서 서로가 요구하는 것을 교환하면서 합의를 할 수 있는 대화와 타협이라고 하는 측면에서 9.19 공동성명의 정신을 계승해야죠.”

- 사실상 북한은 핵보유국이잖아요. 그럼 핵보유국을 인정해야 하는지 아니면 북한이 핵을 지금이라도 포기하도록 해야 할까요?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원칙을 우리가 아직 포기해선 안 된다고 봅니다. 그 입장에 따라 북한이 핵을 포기하도록 요구하도록 하는 것도 정부가 포기하면 안 돼요.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북한도 핵을 포기하고 한반도 전체가 비핵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죠.

다만, 한반도 비핵화나 북핵 포기라는 우리의, 최종적인 목표가 지금 남북관계의 전제조건이 되면 안 되죠.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조건으로 하면 더 먼 길로 가게 되는 거죠. 한반도 비핵화나 북핵 포기라는 우리의 목표를 포기하지 않고 가되 그것을 이루기 위한 전 단계로서 북한의 핵 보유나 현실적인 사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종국적으로 북한이 마지막에 가서 북한이 핵 포기를 할 수 있는 새로운 접근을 해야죠. 그게 평화체제 논의든 아니면 북한과 획기적인 남북관계 진전이든 이걸 통해서 북한의 비핵화를 가져올 수 있는 특단의 조치를 다시 해야지 않냐는 거죠.”

- 지금 북한에 수해가 나서 인도적 차원의 지원으로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큰 수해가 났고 북한도 국제 사회에 요청했기 때문에 제가 볼 때는 남북 간의 관계가 아무리 지금처럼 안 좋아도 인도주의라는 차원에서는 조건 없이 북한에 수해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것은 국제사회도 마찬가지거든요. UN이나 국제사회나 핵실험은 핵실험이고 인권은 인권이지만 그것과 별개로 북한이라는 나라의 주민들이 수해로 고통을 받는다면 거기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돕게 돼 있는 겁니다. 물론 그것으로 남북관계가 트이거나 전환될 정도는 아닐 거예요. 그러나 우리가 할 것은 해야죠.”

“‘안보프레임’ 동전의 양면…안보무능정권 국민 심판할 것”

-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에서 비핵화를 하기 위해 노력했잖아요. 하지만 새누리당 등 보수는 그때 도와줘서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식의 프레임을 만들고 우리가 핵무장을 해야 한다고 얘기하잖아요. 때문에 국민의 정부나 참여정부가 비핵화를 위해 무엇을 했는지 설명이 필요할 것 같아요

“두 정부에서 갖다 준 돈으로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인식이 있는데 팩트에도 안 맞는 것이지만 가장 크게 보면 1차 핵실험이 2006년이잖아요. 참여정부죠. 그리고 2~5차까지 북한이 핵무기를 가지는 기술적 진화를 한 게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라는 건 명확한 사실이죠. 그리고 참여정부 말기인 2006년의 핵실험도 우리 정부와의 악화된 관계에서 나온 게 아니라 부시 행정부와 북한과의 힘겨루기 속에서 부시 행정부가 끝까지 이른바 북한에 레즘 체인지라든지 하는 관계에서 결국 김정일 위원장이 그것을 압박하기 위해 핵실험을 했기 때문에 두 정부 때문에 핵실험을 했다는 건 시차적으로 말이 안 되죠.

두 번째는 돈 문제인데 국민의 정부에서 식량이나 비료 주고 대북 송금이 4억 5천 달러인데 그게 벌써 16년 전이에요. 지금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쏜 미사일 값만 해도 수조 원이라고 하잖아요. 그때 준 걸 모아서 한다는 건 말이 안 되고 오히려 대북 제재를 했지만, 어디에선가 돈을 가져와서 최근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하잖아요. 16년 전 준 쌈짓돈을 모아서 한다는 것 자체가 지금 최악으로 악화된 북핵 상황을 남에게 책임을 전가하려는 파렴치한 계산이라고 봐야죠.”

- 내선 대선이 있어서 대북 정책이 대선 이슈와 맞물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대선 때 안보 프레임으로 나가면 진보 쪽에 불리한 상황이죠. 지금도 사드 여론을 보면 북핵 상황이 안 좋으니 찬성론이 우세하단 말이에요. 그래서 새누리당은 내년 대선까지 북핵 문제가 더 악화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건 동전의 양면입니다. 북핵 문제가 악화되는 것이 야당이나 진보 쪽에 불리할 수도 있지만, 너무 악화되어 통제 불능으로 가면 여당은 안보 무능 정권이 되는 거예요. 이 정도까지 뭐했느냐고 하는 안보 실패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제가 볼 땐 안보 프레임을 너무 걱정하거나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