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1차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고 쓰러져 사경을 헤매던 백남기 씨가 지난달 25일 사망했다. 24일 백남기 씨가 위독하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경찰은 병력을 서울대병원에 배치했고 백 씨를 지키려는 시민이 서울대병원으로 몰려들었다.

백 씨가 사망하자 검찰은 부검 영창을 청구했다. 사망진단서에 백씨의 사인이 병사로 적혀 있기 때문에 정확한 사망원인을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가족과 시민은 부검이 경찰이 국가 폭력을 은폐하려는 시도로 판단하고 부검에 반대했다. 또한 법원도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검찰은 부검 영장을 재청구했고 이번에도 기각해주길 바랐던 기대와 달리 법원은 28일 저녁 몇 가지 조건을 달아 영장을 발부했다. 유족과 시민은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29일 부검 영장 발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자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손영준 백남기 투쟁본부 집행위원장을 만났다.

법원의 영장 발부에 손 집행위원장은 “이 영장 발부는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발부된 건데 더 이상 밝혀질 진상규명이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이 진상을 왜곡하거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등 이 둘 중 하나라서 다분히 정치적이고 의도적인 것이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현재 상황에 대해서 손 집행위원장은 “이 사건이 발생하고 317일 만에 돌아가셨고 부검을 하겠다는 상황이 쉽지는 않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 하에서 정문회가 열린 것처럼 많은 국민이 참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부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못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사실 이 문제를 단순히 생각하면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 했다면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정부는 끝까지 사과는커녕 잘못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손 집행위원장은 “원래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진실하게 사과했으면 공무 중 사고로 기록될 사건이었다. 공무를 집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끝까지 사과는커녕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국가폭력 사건이 된 것이다”면서 “이젠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경찰의 무도한 행위에 대해서 국정의 책임자로 사과한다는 정도의 사과가 아니면 다른 어떤 사과라도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손영준 집행위원장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손영준 백남기 투쟁본부 집행위원장 ⓒ 이영광 기자

“유족이 부검 원치 않는데 조건 붙은 영장, 의미없다”

- 어제(27일) 법원이 영장을 발부했는데 어떻게 평가하세요?

“그동안 유족, 투쟁본부. 대리인단 변호사, 의료인 등은 ‘영장 발부가 필요 없고 유족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이 영장 발부는 진상규명을 위해 필요하다고 해서 발부된 건데 더 이상 밝혀질 진상규명이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면 진상규명의 핵심 중 하나는 현장 상황이고 다른 하나는 백남기 농민의 사인입니다. 현장 상황은 당일을 수많은 영상이 있었고 목격자들이 있었고 그것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백남기 농민의 사인은 당일 쓰러지신 이후에 서울대 응급실로 옮겨져서 317일 동안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아서 400페이지에 달하는 진료 기록이 있어요. 그 안에 백남기 농민의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몸 상태가 아주 세세하게 기록되어 있어요. 때문에 이것 외에 백남기 농민이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걸 뒤집을만한 진상이 어디 있냐고요. 그래서 유족과 투쟁 본부도 부검의 영장 발부는 필요 없고 원하지도 않는다고 밝힌 거예요.”

- 의도는 뭐라고 보세요?

“경찰은 진상규명을 위해 부검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이미 진상이 다 드러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 진상을 왜곡하거나 진실이 밝혀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등 이 둘 중 하나라서 다분히 정치적이고 의도적인 것이라고 봅니다.”

-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부검한다고 달라지지 않잖아요?

“맞아요. 부검해서 달라질 게 뭔지 저희가 오히려 되묻고 싶어요. 밝힐 진상이 뭐며 부검을 해서 물대포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걸 뒤집을 만한 게 뭔지 저희에게 밝혀야 유족들도 해보자고 할 수 있죠. 원래 부검이라는 것은 사인이 불분명할 때 피해자가 ‘사인이 불분명하니 이거 밝혀주세요.’라고 요청할 때 하는 거예요, 그러니 답답하고 안타깝다고 생각하는 겁니다,”

- 부검은 가족이 원하지 않으면 못하는 것 아닌가요?

“네. 이 지점이 저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너무나 분명히 경찰이라는 공권력의 폭력에 의해서 백남기 농민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유족은 처음부터 부검이란 걸 상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유족이 그렇게 반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법 제도는 검사가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영장을 청구하고 법원이 결정하면 영장이 집행되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이런 법 집행은 문제 있다고 생각됩니다.”

- 이번 영상 발부에서 특이한 점은 조건이 붙은 건데 이건 어떻게 보세요?

“제가 영장을 정확히 보지 못했지만 5가지 조건이 붙은 거로 알아요. 그러나 이것은 부검을 전제로 한 여러 가지 조건인 거예요. 유족과 투쟁본부는 부검이 필요하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다고 하는데 부검을 전제로 이것, 저것을 해야 하는 것은 의미도 없고 아무 소용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합니다.”

- 부검에 대해 가족은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인가요?

“그것은 영장인 발부된 당일 가족이 바로 밝혔습니다. 백남기 농민은 경찰의 살인 물대포에 의해 돌아가시게 된 겁니다. 백남기 농민을 돌아가시게 한 경찰에 또다시 부검을 맡긴다는 것은 도저히 용납할 수도 없기 때문에 부검은 안 된다고 가족들은 분명하게 밝혔고 가족들의 입장을 받아서 투쟁본부도 같은 입장을 낸 것이고 만약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검을 강행한다면 지금까지처럼 수많은 국민과 함께 저희가 몸으로 막을 겁니다.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막아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누구나 당할 수 있는 일…물러서면 제2, 제3의 백남기 나온다”

- 현재 전체적인 상황은 어떤가요?

“이 사건이 발생하고 317일 만에 돌아가셨고 부검을 하겠다는 상황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원래 이 사건은 아주 간단한 사건이죠. 사건이 발생하면 그 사건의 시시비비를 가려서 검찰이 기소하고 법원이 판결하면 종료되는 것인데 이런 상식적인 절차가 이행되지 않고 지금까지 왔기 때문에 말씀드린 대로 이것은 상당히 정치적인 의도를 가진 정부와 경찰의 대응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도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청문회가 열릴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특히 국가 폭력을 주제로 한 청문회가 이 정부 하에서 열린 것은 기적 같은 일 중 하나인데요. 그것을 해냈듯 수많은 국민은 이것이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인 상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많은 국민이 참여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부검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제대로 되지 못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 반드시 해낼 겁니다.

우리가 여기서 그냥 물러서면 제2, 제3의 백남기 농민이 나올 수밖에 없어요. 누구라도 11월 14일 당시에 백남기 농민이 아닌 누구라도 그런 상황을 당할 수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오랜 기간 험난한 싸움을 해서 여기까지 왔는데 여기서 물러서면 또다시 이런 일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물러설 수 없고 유족도 그런 생각 때문에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지금까지 버텨온 것입니다.”

- 부검의 원인이 사망 진단서에 사망 원인을 외인사가 아닌 병사로 기록한 것인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세요?

“병사 아니죠. 병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것을 병사라고 주장하는 사람만 모르거나 고의로 병사로 주장하는 것이지 이 사건을 아는 국민 대부분은 백남기 농민이 병사로 돌아가셨다고 생각하는 사람 없어요. 그래서 서울대병원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만 수정할 생각은 없다고 밝힌 것처럼 또한 진료 기록에 보면 아주 세세히 잘 나와 있어요.

그럼에도 마지막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한 것은 상당한 의도가 있죠. 주치의의 말로도 이것은 본인이 병사로 기록한 것이 아니라 병원 부원장과 신경외과장의 지시로 이렇게 쓸 수밖에 없었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사망진단서에 나온 병사라는 것은 그들이 주장하고 싶은 내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즉시 사과했으면 공무중 사고로 기록될 사건, 국가폭력사건으로 커져”

- 단순하게 생각하면 정부가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면 끝날 일이잖아요. 그러면 왜 사과를 거부할까요?

“아주 좋은 지적이에요. 원래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 경찰이 진실하게 사과했으면 공무 중 사고로 기록될 사건이었어요. 공무를 집행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있을 수 있죠. 그런데 끝까지 사과는커녕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니까 국가폭력 사건이 된 겁니다. 그래서 지금은 사과 의미가 없어요.

지난 300여 일 동안 가족이 꾸준히 사과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사과하지 않다가 지금 와서 사과하겠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고 지금 사과를 한다면 대통령이 사과해야 하는 것입니다.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경찰의 무도한 행위에 대해서 국정의 책임자로 사과한다는 정도의 사과가 아니면 다른 어떤 사과라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 <사진출처=더불어민주당 박남춘 의원실이 공개한 영상 화면캡처>

- 지금 장례 일정을 못 잡고 있는데 이유가 있나요?

“지금 가장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사람들이 유족이에요. 그러나 지금 장례 일정 논의를 할 수 없는 입장이잖아요. 지금 부검 영장이 신청되어 있으니 장례 자체를 논의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논의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이죠.”

- 그럼 어떻게 해요?

“우선은 말씀드린 대로 이 사건의 진상은 거의 다 밝혀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가 가장 필요한데 그러려면 책임자 처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것이 어느 정도 가시화되었을 때 장례를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생각되고 현재 부검 영장과 관련 문제가 정확히 해소되지 않으면 장례 관련 절차뿐만 아니라 모든 논의를 강제로 중단당한 상황이나 마찬가지이죠. 물론 부검 상황이 종료된다고 해도 말씀드린 대로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분명한 상황이 가시화되었을 때 그런 일이 검토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 현재 상황입니다. 아직은 유족과 구체적인 장례일정 논의를 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 못하고 있죠.”

“진상규명 위한 특검, 재발방지 위한 백남기법 추진”

- 하지만 장례를 마냥 미룰 수는 없을 것 같은데.

“맞아요. 그래서 가족과 협의할 겁니다, 그런데 가족과 협의를 하고 싶어도 지금 부검을 하겠다는 상황 속에서는 가정을 가지고 협의를 해야 되기 때문에 협의 자체가 불가능해요. 그것이 가족은 너무 안타깝고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장례 관련한 것은 유족 입장이 가장 중요합니다. 유족 입장이 가장 중요한데 유족이 장례 관련한 어떤 생각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논의가 안 되는 것이고 부검과 관련한 상황이 일정하게 종료된 시점에 유족과 투쟁본부가 그런 논의를 해서 장례 관련 절차나 과정에 대해 논의를 할 생각입니다.

- 투쟁본부의 앞으로 계획은 뭔가요?

“가장 좋은 것은 말씀드린 대로 검찰이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해서 책임자를 처벌하는 것이 이 사건의 끝입니다. 그런데 검찰이 지금까지 지지부진하게 수사하고 부검 영장까지 신청한 지금에 와서는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희는 특검을 통해 제대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자도 처벌하자는 주장을 하는 데요. 여기에 집중할 것이고 또 하나는 이건 어차피 수사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하기 때문에 재발 방지 대책으로 그동안 추진했던 백남기 법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생각입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백남기 농민은 평생을 정의와 평화에 헌신하며 살아오신 분입니다. 그래서 그 유지를 저희가 잘 받들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어찌 됐던 이런 안타까운 상황을 국민과 함께 잘 마무리하고 백남기 농민이 걸어오신 길에 많은 국민이 함께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

▲ <사진출처=백남기 농민의 딸 백민주화씨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