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청와대 민정수석 출석여부 등 논의를 위해 회의가 정회된 후 김기춘(오른쪽) 대통령비서실장이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와 대화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7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서 “최순실을 모른다”고 일관되게 답변해온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이 내민 증거에 12시간 만에 “최순실 이름 못 들었다 말하기 어렵다”고 결국 실토했다.

이날 박 영선은 “정윤회 관련 공식 문건에서 ‘최태민 목사의 5녀 최순실’이라고 분명히 나온다”고 추궁하자, 김 전 실장은 당황해하며 “본 지 오래 돼서 착각했다”고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특히 박 의원은 “또 있다. 시민들이 제보를 해왔는데 2007년 7월19일에 있었던 후보 검증 청문회, 이 당시 박근혜 후보 바로 앞에 있었던 이 분이 김기춘 실장 본인 맞나. 이 때 박근혜 캠프의 법률자문위원이었죠?”라고 물은 뒤 준비된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청문회 사회자가 “최순실”이란 이름을 분명히 거론하며 당시 박근혜 후보의 답변을 요구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박 의원은 “김기춘 법률자문위원 앞에서 있었던 한나라당 후보 검증 청문회다. 그런데 최순실을 몰랐다? 앞뒤가 안 맞다”고 지적하자, 김 전 실장은 “죄송하다. 저도 나이가 들어서.. 최순실이란 이름을 이제 보니까 못 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최순실을 알지는 못한다”고 강변했다. 그러면서 “착오로 잘못 말씀드렸다.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김 전 실장의 기억을 되살린 결정적인 증거가 된 해당 영상 제보자는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이용자로 알려졌다. 해당 네티즌은 관련 영상을 박영선 의원 외에도 손혜원, 안민석 의원에게도 함께 제보했다.

▲ Ⓒ 디시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청문회를 마친 후 박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김기춘 증인 ‘영상 보니 최순실 생각나... 나이가 들어서 착각’ 발언 보면서 이명박 후보시절 자신의 강연 동영상에 대해 ‘주어가 없어서 BBK에 내가 투자했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하던 장면이 떠올랐다”고 소회하며, 결정적 증거 영상을 제보한 네티즌들에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한편, 김기춘 전 실장의 답변 태도에 대해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는 “‘최순실의 이름을 못들어봤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증거가 나오니 이름은 들어본 것 같으나 그 사람을 안다고 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그의 답변에서 추악한 법률기술자의 냄새가 난다”며 “김기춘이 국립묘지에 안장된다면 미래에도 이 나라는 여전히 헬조선이란 반증”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