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이 됐다. 유가족은 물론 대다수 국민이 2014년 4월 16일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있다. 304명이 죽어가는 것을 생중계로 지켜봐야 했던 것을 못 잊는 것이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다.

지난해 10월 JTBC의 최순실씨 태블릿PC 보도로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시민들은 토요일마다 광장에서 촛불을 들었다. 촛불을 드는 계기는 최순실 게이트였으나 그것만은 아니다. 세월호가 큰 비중을 차지했다. 304명이나 사망했음에도 책임지지 않은 것은 물론 정부는 진실규명을 방해하고 유가족을 조롱했다. 그런 과정을 본 국민이 촛불을 들고 있다.

우리나라는 백일, 천일 등을 챙기는 습관이 있다. 때문에 세월호 유가족은 1000일을 어떻게 보냈는지 궁금해 1000일 다음 날인 10일 안산 분향소에서 세월호 희생자 고 문지성 양의 아버지로 ‘416TV’에서 활동하시는 문종택 씨를 만났다.

문 씨는 세월호 1000일에 대해 “별 의미가 없고 그냥 하루다. 처음부터 4월 16일에 머물러 있는 과정”이라면서 “전주 풍남문 광장에 많은 시민이 지역에서 1000일을 기억해 주시고 잊지 않아서 생방송 하고 왔다”고 말했다.
문 씨는 ‘416TV’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하게 되었을까? 이에 문 씨는 “2014년 8월 8일 첫 방송을 했다. 아무도 저희 이야기를 안 들어주지만, 정치권이 카메라 앞에서는 쳐다봐 주는 시늉이라도 한다. 녹화도 누르지 않은 채로 캠코더를 들었는데 ‘세월호 유가족이 여기 있으니 신경 좀 써라’라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정부나 언론이 세월호를 대하는 것에 대해 문 씨는 “무슨 날을 기념하는 거 같다. 하지만 세월호엔 ‘기념’과 ‘성공’이란 단어 붙일 수 없다”고 비판하면서 든 예는 선수들기였다. 그는 “여러 번 해 배 다 작살 내면서 구멍 뚫어서 선수 들기를 했는데 ‘선수 들기 성공’이라고 난리 친다. 그러나 그건 ‘선수 들기 성공’이 아니라 ‘선수 들기 완료’가 맞다”고 지적 한 뒤 “세월호가 인양된다면 보나 마나 국가는 ‘세월호 안양 성공’이라고 할 거다. 하지만 이미 한 명도 못 구했고 배는 썩었다. 자국 바다에 있는 자국의 배를 자국의 힘으로 건져 내지도 못하는 자국의 힘 앞에 누가 인양을 했다고 감히 ‘성공‘이란 단어를 붙일까?”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인터뷰를 마치며 문 씨는 “세월호 유가족들도 희망이라는 이야기와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던 사람인데 유가족들은 그런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주위 많은 국민이 함께 손잡아 주셔서 이제 겨우 사랑이라는 말을 한다”면서 “저희 유일한 희망은 국민이 들고 계신 촛불이다. 촛불을 놓지 마시고 어떤 비바람, 눈보라가 쳐도 지켜주시고 보호하셔서 다음 세대에 살아갈 미래들이 우리보다는 좀 더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꼭 부탁드린다”고 촛불을 이어 가주길 당부했다.

▲ 세월호 희생자 고 문지성 양의 아버지 문종택 씨 ⓒ 이영광 기자

다음은 문종택 씨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절망인 줄 알았는데 촛불이 대통령 탄핵까지 시켰다”

- 어제(9일)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00일을 맞이하셨잖아요. 어떻게 보내셨어요?

“어제는 안산에서 음악 추도회가 있었어요. 그런데 기획하고 추진하는 팀에서 촬영이 불허가되어 갑자기 전주를 다녀왔습니다. 전주 풍남문 광장에 많은 시민이 지역에서 1000일을 기억해 주시고 잊지 않아서 생방송 하고 왔어요.”

- 그런 걸 보면 기분은 어떠세요?

“늘 감사하죠. 시민이 1000일 동안 꾸려온 자리였거든요. 눈물 나고 앞으로 1000일은 새로 맞이하는 1000일이 아니고 인양되어 진실규명 되는 날까지 손잡겠다고 하니까 감동이었어요.”

- 지난 토요일(7일) 광화문에서 11차 촛불 집회가 있었잖아요.

“그때도 전 광화문이 아니라 정읍에 있었어요. 매주 토요일은 광화문에서 촛불을 들잖아요. 그러나 그날은 세월호 촛불로 들었죠. ‘416TV’는 조금 더 힘든 곳이나 외로운 곳을 찾아가는 방송이거든요. 정읍은 작은 도시인데 갔죠. 그분들은 작은 곳에 찾아왔다고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저는 그런 곳에 가면 힐링을 많이 받아요. 유모차를 탄 아이들 집에서 빨래하시는 어머님들, 직장 다니며 저녁에 촛불 드시는 직장인 등 인간의 근본적으로 정성이 가득 담긴 촛불을 찾아갔어요.”

- 촛불집회에서 느끼는 게 있을 것 같은데.

“촛불집회를 가면 여러 가지 감정이 많이 쌓이는데 다양한 계층의 한국 사회 모순이나 문제점이 전부 쏟아지잖아요. 세월호만 있는 게 아니라 가까이는 백남기 어르신, 지난 토요일(7일)엔 스님이 분신하시고 최저임금, 또 일본 대사관의 소녀상 지키미 등 너무나 많죠. 그런 목소리는 나라 전체가 망가져 있지만 국민은 의식이 있어서 초등학생까지도 나와 좋은 나라 만들자고 하는 국민의 외침이죠.

저희는 절망인 줄 알았거든요. 세월호 유가족들은 그런 현실을 3년 전에 다 봤기 때문에 진실규명이 힘들 것 같았어요. 하지만 손에 든 촛불이 결국 대통령 탄핵까지 시켰죠. 희망이 있다는 걸 보는 게 유가족으로서 힘이 되고 어떻게 보면 최순실이 고맙죠(웃음).”

“우리 목소리 외면하던 정치권, 카메라 들면 인사라도 하더라”

- 어떤 일이든 1000일에 의미 부여를 하잖아요. 아버님께 세월호 참사 1000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그냥 하루죠. 처음부터 4월 16일에 머물러 있는 과정이에요, 저는 날짜를 기념하는 세대가 아니었기 때문에 1000일은 행사가 아닌 가족들끼리 위안의 자리나 전국의 지역에서 촛불 드시는 분들에게 감사 인사 드리는 자리가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죠.”

▲ 세월호 참사 1000일인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세워진 세월호 조형물 뒷편으로 세월호 미수습자의 사진이 보이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416TV’를 하시는데 어떻게 하게 되었어요?

“2014년 8월 8일 첫 방송을 했죠. 사전 준비는 그전에 있었지만, 첫 방송은 국회 단식할 때예요. 아무도 저희 이야기를 안 들어주지만 정치권이 카메라 앞에서는 쳐다봐 주는 시늉이라도 하거든요. 일단 카메라를 들면 저희 목소리를 안 들어줘도 인사라도 하더라고요. 국회의사당 본청에서 단식할 당시엔 캠코더 하나가 있었어요. 본청에 차가 들어오면 야당 의원들은 인사도 하고 손도 잡는데 여당 의원들은 곧장 들어가요, 제가 녹화도 누르지 않은 채로 캠코더를 들었는데 ‘세월호 유가족이 여기 있으니 신경 좀 써라’라는 의미였죠.”

-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고 언론이 비판받았는데.

“비판만 받으면 되는 일이 아니에요. 더 큰 문제는 대안이 없다는 거죠. 세월호의 모든 문제는 ‘왜’라는 한 글자예요. 감추는 과정 그리고 제대로 보도하지 않는 언론이죠. 즉 정부와 언론, 국정원 삼박자가 서로 약점을 가지고 본인들의 입맛에 맞는 상황을 꾸려나가는 거죠. 정부나 국가나 국정원이나 맥락은 같은데 거기서 서로 자기들 조직이 살기 위한 윈윈을 꾸려요. 한 가족 세지붕이라고 보는 거예요.

그중에서 전 대통령보다 위가 언론이라고 봅니다. 언론이 비판받는 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가 없죠. 그 안에서 방송사 노조원들이 소규모로 움직임이 있잖아요. 국민이 그런 쪽에도 힘을 실어서 변화될 수 있게 해야죠.”

- 아직도 안 달라졌다고 보세요?

“그보다 지금은 아주 명확해 진 거죠. 언론으로서 기능하는 언론과 국가에 봉사하는 언론으로 나눴잖아요. 국민의 알 권리를 가져가야 하는데 국가의 알 권리만 방송하는 언론이 구분되더라고요.”

- ‘416TV’하시면서 힘드신 것도 있을 거 같아요.

“오늘 밤 새야 해요(웃음). ‘416TV’는 유가족의 목소리와 눈인데 제가 당사자다 보니 감정을 못 추스르죠. 어떻게 보면 사람이 자식을 잃고 감정을 추스를 수 있다는 자체도 아이러니하죠. 해마다 마지막 날이 되면 해넘이, 해돋이 하는 동거차도 현장에 가면 굉장히 추워요. 지금도 미수습자 가족에게 가면 춥다거나 아프다, 힘들다는 이야기를 못 하죠. 국민은 저희에게 그런 얘기 못 하죠. 함께해가는 마음이죠, 도보, 삭발, 정부와 싸움들 국민이 아시잖아요. 해수부 앞에서도 힘겨루기를 많이 했거든요.

가장 힘든 것이 있다고 한다면 세월호 가족들 안에 화합이 안 될 때가 꽤 있어요. 국민은 잘 모르시죠. 왜냐면 단원고 아이들 부모님만 하더라도 500명이에요. 거기서 각자 한마디만 하더라도 500마디예요. 이걸 정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요. 300명인 국회도 맨날 싸우잖아요. 그런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건 방송이 아니라 기록물로 남겨 놓아야겠는데 어려우니 그런 과정이 힘들어요.”

- 유가족이면서 언론인(?)이시잖아요. 이게 어려울 것 같아요.

“머리로는 공정해야 하는 걸 알고 있어요. 방송이라는 건 있는 걸 그대로 비추고 나오는 소리가 그대로 들리게 해서 여기에 해석을 하면 안 됩니다. 해석은 보시는 분의 몫이에요. 하지만 제가 이야기하고 싶은 건 지상파 방송들은 본인들이 취재하고 본인들 스튜디오에 앉아서 제대로 된 전문가도 아닌데 전문가랍시고 앉아서 해석과 풀이, 판단해요. 종편은 더 그렇죠. 자기들이 취재한 걸 스스로 결론 내요. 재가 볼 때 방송 스튜디오를 청와대로 만들죠.

▲ 세월호 유가족 문종택(고 문지성양 아버지, 416TV 총괄) 씨가 2015년 6월19일 오후 압수수색 중인 서울 중구 저동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4·16연대)' 사무실 앞에서 열린 416연대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수색영장도 필요 없다. 물어보면 모두 말해줄 수 있다. 수사가 필요한 곳은 진실을 감추는 정부"라고 말했다. <사진제공=뉴시스>

저 역시도 그래요. 유가족이면서 언론인은 맞죠. 힘든 것이 ‘416TV를 보면 가족들을 인터뷰 한 게 별로 없어요. 물론 있긴 있지만, 그것은 진상 분과장의 진상규명 얘기, 그리고 인양 분과장의 인양 상황 얘기 같은 거지 기존 언론처럼 우는 장면을 내려고 의도적인 질문들 하진 않아요. 물론 때로 그런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 건 할 수가 없어요. 왜냐면 제가 제 얼굴에 카메라 대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사고 현장을 갔을 때 저희 부모님의 심정, 특히 미수습자들 가족에게 카메라를 들이대기는 어려워요. 그래서 카메라를 잘 안 들이댑니다. 되 먹지 않은 언론은 서로 찍으려고 해요. 1000일이 지나서 힘들고 외로운 분 있잖아요. 이럴 때 찾아가야죠. 언론이 해야 할 역할이 뭐냐면 사실을 알려야 하는 것도 있지만 사실 후에는 국민적인 위안의 부분을 가지고 있거든요.

“세월호에 ‘기념’ ‘성공’ 단어 안돼…1명도 못 구했고 배는 썩었다”

- 정부와 언론의 문제점을 제기하면 어떤 게 있나요?

“언론과 국가는 무슨 날을 기념하는 거 같아요. 전 이게 기념일로 가는 게 화나고 짜증 나요. 세월호는 ‘기념’이란 말이 붙을 수가 없어요. 그리고 세월호는 ‘성공’이란 말이 절대 붙으면 안 돼요. 여러 번 해 배 다 작살 내면서 구멍 뚫어서 선수들기를 했는데 ‘선수들기 성공’이라고 난리를 쳐요. 그래서 제가 바로 ‘성공이 아니라 선수들기 완료’라고 얘기를 했어요. 앞으로 세월호가 정부 발표대로 3월 말 빠르면 4월 초 이야기해요. 당연히 인양되어야 하지만, 인양된다면 보나 마나 국가는 ‘세월호 인양 성공’이라고 할 겁니다. 큰일 납니다. 제가 그때는 있는 욕 없는 욕 다 쏟아낼 겁니다. 세월호는 성공이란 게 붙을 수가 없어요. 이미 한 명도 못 구했고 배는 썩었잖아요. 자국 바다에 있는 자국의 배를 자국의 힘으로 건져 내지도 못하는 자국의 힘 앞에 누가 인양을 했다고 감히 ‘성공‘이란 단어를 붙일까요? 그런 사람은 해경보다 더 나빠요. 그래서 언론을 하는 거예요. 먼저 다 봤거든요.

하지만 성공은 거기에 붙이는 게 아니에요. 시골에서 자수성가로 큰 기업을 이루신 분들 계시죠. 우리가 아는 대기업 1세대는 어려운 환경에서 하셨죠, 물론 그 과정에서 정부와 같이 움직여야 할 상황이 그 시대에는 있었지만 그들의 성공신화는 개인을 넘어서 국민의 생존권까지 포함된 부분에 있어서 성공이란 말을 붙일 수 있죠. 결국, 국민이 만들어 낸 것이 성공인 겁니다. 물론 기업이 성공했어도 거기 종사하는 회사원들 손으로 이뤄진 게 회사거든요 88올림픽을 치른 대한민국은 국가가 잘해서 성공적으로 치른 게 아닙니다. 선수들, 정부기관, 그리고 국민이 자원봉사를 했기 때문에 대한민국이란 이름이 올림픽을 통해서 알려진 거죠. 그런 과정이 성공이지 국민이 없고 정부만의 일은 성공이 아니라 쿠데타로 밖에는 안됩니다.”

-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죠. 2014년 4월 16일은 아직도 어제 일처럼 기억이 생생할 것 같아요. 지성이 이름이 생존자 명단에 있었다면서요?

“그랬죠. 이게 생존자 명단에만 있었던 게 아니라 방송에서 하루 자고 나면 있었다가 하루 자고 나면 사라지는 반복이 네 차례 됐어요. 오늘 제가 이렇게 사는 것도 기적이에요. 매일 눈 뜨면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니까 가족들도 죽었다 살았다를 반복하는 거예요.

언론 보도도 그렇지만 확인되지 않은 걸 받아쓰기를 해요. 그게 가장 문제예요. 그리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책임질 사람들이 정확히 명시를 해야 하는데 방송사가 생존자 명단을 정리하고 스위치 조작을 하면 올라가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생존자엔 있지만, 아이를 못 찾잖아요. 그래서 각 방송사에 생존자 명단에서 빼달라고 했어요. 전화해서 말하면 빠져요. 하지만 당직이 바뀌잖아요. 그럼 전에 입력한 생존자 명단이 자막으로 올라가는 게 반복됐어요. 본인들 일이 아니라서 그런 거죠. 하다못해 사돈의 8촌이 연결된 아이가 없으면 신경 써서 제대로 했겠죠. 아주 무책임한 거죠.” 

- 그걸 보는 아버지의 심정은 어땠나요? 없는 걸 알지만, 자막에 뜨면 혹시나 했을 것 같은데.

“그게 2번 반복되었을 때 시쳇말로 뚜껑 열렸는데 계속 반복되니까 알아볼 것 다 알아봐서 아이가 없다는 확신이 섰는데도 나올 때마다 순간적으로 살아있단 생각이 들죠. 그러니 제가 잠시나마 생각해 볼 틈이 없는 거예요. 계속 찾을 수밖에 없죠. 아이를 찾아다닌 기억만 있지 나머지 기억은 거의 없어요.”

“유가족에겐 ‘행복’ ‘희망’ 금기어…촛불 덕에 겨우 ‘사랑’ 말해”

- 아버지에게 지성이는 어떤 딸이었어요?

“자기 새끼 미운 부모가 어딨나요(웃음). 이뻤어요. 학교 공부를 썩 잘하지는 못했는데 공부를 잘해 보려고 본인 스스로 마음 먹은 지 한 달 조금 더 된 시점이었어요. 본인 스스로 공부를 해야겠다는 이야기를 처음 했어요.

집에서는 넷째 딸에요. 엄마 아빠의 좋은 점만 골라서 태어났는데 이쁘고 날씬하고 키도 커가는 게 보이는 타이밍이었어요. 163cm는 되었을 거예요. 집에서는 언니들 때문에 약한 줄 알았는데 이 일이 있고 나서 지성이의 생존자 친구를 만나보니까 학교에서는 은근히 깡이 있는 아이였다고 하더라고요.”

▲ 세월호 희생자 고 문지성 양의 아버지 문종택 씨 ⓒ 이영광 기자

- 보통 부녀지간은 가까우면서도 멀잖아요. 긴장 관계라고 할까요. 그런 게 있는데 관계는 어땠어요?

“저는 물론 아니지만, 지성이는 아빠에게 제일 불만이 많았죠. 이제까지 지내오며 제일 힘듭니다. 왜냐면 형제가 많다 보니 지성이가 ‘아빠는 나만 미워해’라는 생각을 가진 것 같았어요. 지성이 바로 위의 언니가 청소도 깨끗하게 하고 설거지도 하고 부모님 걱정을 많이 해요. 맏이 같은 역할을 하니 상대적으로 지성이는 놀고 먹었죠(웃음). 그러다보니 은연중에 ‘언니 좀 도와라’ 거나 ‘잘해라’라고 하니까 지성이는 그렇게 생각한 거죠.”

- 언제 가장 그리우세요?

“매일 보고 싶죠. 한 해에 여러 번 동거차도에 가지만 연말이면 추운데도 동거차도를 가는 이유가 해넘이 해돋이도 있지만, 지성이 보고 싶어서 가요. 지성이는 동거차도 코앞에서 어부 손에 의해 건져졌거든요. 세월호가 있는 지점보다 더 가깝죠. 가족 감시단이 있는 데에서 가까워요. 지성이는 유실되어 1.3km 떠 내려왔는데 유실 방향이 동거차도였어요.”

- 마지막으로 <고발뉴스> 독자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백일 이백일 등 국민이 알고 계십니다. 기념일은 절대 아니고요. 그걸 통해 우리가 기존의 언론들이 세월호에 무관심해서 결국 국민도 세월호가 어떻게 됐는지 모르는 시점에 와 있었죠. 아직 세월호 유가족들은 살맛 나는 세상, 행복, 희망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안 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몸도 그렇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주위 많은 국민이 함께 손잡아 주셔서 이제 겨우 사랑이라는 말을 합니다. 저희 유가족들도 희망과 행복이라는 이야기를 할 줄 알았던 사람이거든요.

저희는 국가와 정부를 포기했습니다. 유일한 희망은 국민이 들고 계신 촛불입니다. 그것은 여러분의 목숨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저와 여러분의 목숨이 달린 촛불을 놓지 마시고 어떤 비바람, 눈보라가 쳐도 지켜주시고 보호하셔서 다음 세대에 살아갈 미래들이 우리보다는 좀 더 좋은 나라에서 살 수 있도록 함께해 주시길 꼭 부탁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