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에서 언론은 공기에 비유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언론이 제 기능을 하면 민주주의도 꽃을 피우지만 언론이 기능을 못 하면 민주주의는 퇴행을 겪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단 적인 예가 박근혜 정부인 것 같다.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소추안이 가결된 데에 언론의 역할을 누구도 부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애초 박근혜 정부의 탄생 또한 언론의 책임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론은 민주주의에서 중요하다.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다. 이번 대선은 항후 대한민국의 향방을 결정 짓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 올해의 언론을 전망해 보고자 독립언론인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를 지난 17일 만나 지난해 언론에 대한 평가와 함께 올해 전망을 했다. 다음은 김용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했다.

▲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 이영광 기자

- 먼저 <GO발뉴스> 독자들에게 새해 인사 부탁드립니다.

“나라꼴이 말이 아니어서 새해 인사나 덕담을 나누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지난해엔 우리가 모두 ‘이런 나라에 살았고 있었나’ 그리고 ‘이런 사람들에게 나라를 맡겼나’ 하는 자괴감이 많이 들었죠. 그런데 그 자괴감이 분노로 바뀌었고, 그 분노가 ‘그냥 둬선 도저히 안 되겠다. 뭔가 바꿔보자’라는 변혁의 에너지로 승화된 것 같아요. 그 에너지가 지금까지 10여 차례 촛불집회로 응축됐고 결국 탄핵심판과 특검수사를 이끌어 냈죠.

뉴스타파가 새해 첫 주에 신년특집 다큐멘터리 주제로 방송하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진짜 ‘죽 쒀서 개 주는’ 전철을 밟지 말고 진정한 민주정부, 국민 주권의 시대를 열어갔으면 합니다. <GO발뉴스> 독자 여러분과 함께 올해엔 꼭 우리 손으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 보자는 것으로 새해 인사를 대신하고 싶어요.”

“재벌‧족벌언론, 박근혜‧최순실 부역자면서 슬그머니 면죄부 챙겨”

- 지난해는 총선으로 시작해서 최순실 게이트로 끝난 것 같은데 여기서 언론의 역할을 중요했잖아요. 지난해 언론을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요?

“최순실 일가의 국정 농단 사태를 폭로하는 데 언론이 큰 역할을 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죠. 그런데 여기엔 양면성이 있는 걸 우리가 잘 봐야 할 것 같아요. 무슨 얘기냐면 태어나서는 안 되는 정권인 박근혜 정권이 탄생한 데엔 사실 지난해부터 최순실 게이트를 적극 폭로해 온 족벌, 재벌언론의 기여가 지대했죠. 단적인 예로 형광등 100개 아우라 등을 상기해보세요. 그래서 어쩌면 모순돼 보이는 되는 상황이라 사람들이 헷갈릴 수도 있는 부분이라고 봐요.

하지만 과연 이들이 어느 날 갑자기 정신을 차리고 이제는 제대로 저널리즘의 사명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작심한 결과가 최순실 국정농단 폭로 보도로 나타난 걸까요? 아닐 겁니다. 오히려 박근혜 정권, 집권당, 재벌·족벌 미디어 집단, 재벌 등이 연합한 지배집단 내에서 뭔가 분열이 생긴 게 이번 사태를 촉발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겠죠.

▲ <사진출처=TV조선 화면캡처>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 전 이미 전경련과 경제지가 청와대의 출연금 강요에 불편한 시각을 드러내고 우병우와 조선일보 사이에 벌어진 이전투구 등이 지배집단 내 분열을 예고한 전조였죠. 지배집단 내 이익동맹에 균열이 갔고, 신문에다 종편방송까지 거느린 재벌·족벌 미디어 집단과 집권당 내 상당수 세력은 취약하기 짝이 없는 박근혜 정권으로서는 더 이상 자신들의 이익을 계속 유지 확대하기 힘들다고 판단을 하고 거리 두기에 나선 것을 넘어, 보다 적극적으로 박근혜 정권을 공격했다고 봅니다.

또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박근혜 정권이 더 이상 보호할 가치가 없어졌을 뿐 아니라 후환이 크게 우려되지 않을 만큼 무기력해지면서 상업 매체로선 엄청난 장사대상이 생겼다는 겁니다. 이른바 판이 벌어져서 경쟁이 붙었고, 시청률이 올라가는 상황이 전개된 거죠. 덤으로 이 재벌·족벌언론은 수구 언론이라는 족쇄나 종편이라는 낙인 등을 자연스레 벗어던지고 권력을 감시하고 비판하고 심지어 같은 편이라도 할 말을 하는 진짜 언론 같은 외양을 이 과정에서 획득하게 된 거죠. 사실 박근혜-최순실 체제의 부역자들인데 슬그머니 면죄부를 스스로 챙기는 모양새입니다.”

“공영방송, 朴대통령 순장조…주인 못알아보는 미친 개 같다”

- 아직도 공영방송은 그대로잖아요.

“네. 한국 언론을 평가할 때 가장 안타까운 점이 그 부분입니다. 공영방송이 당초 제 역할을 다 했다면 박근혜 대통령와 비선 실세 최순실은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일은 없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런 공영방송이 지금 우스갯소리로 박근혜 대통령 순장조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상업 매체는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어찌 보면 나름대로 합리적으로 행동하는데 공영방송은 왜 이럴까요? 기본적으로 이들 경영진들이 박근혜 정권에서 임명돼 스스로를 운명공동체라고 생각하는 듯해요. 자신들의 진짜 주인은 국민인데 주인을 알아보지 못하는 미친 개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이들은 공영 시스템을 망가뜨리고, 내부 양심적인 공영방송인들에게까지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주고 처참한 지경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더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언론, 저널리즘의 역할을 재벌·족벌 미디어 집단에 넘기고 이들에게 정당성과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게 한번 넘어가면 회복하기 힘들게 될 겁니다. 공영시스템이 멸종하는 거죠. 이들은 한국 언론에 치명적인 죄를 짓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이들은 인식도 하지 못하겠지만요.”

▲ MBC 20일 <“죄명 삭제”…탄핵소추안 수정 논란> 리포트 <사진출처=MBC 화면캡처>

- 이제 공영방송도 one of them이라서 굳이 살릴 필요 있냐는 주장도 있는데.

“너무 당연히 그런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공영방송이 스스로 초래한, 자업자득인 거죠. 그런데 그 의견은 매우 위험한 의견이기도 합니다.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있는 나라에서는 대부분 공영언론 시스템이 정착돼 있습니다. 그래서 상업 매체의 부작용을 견제하고 여론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지금 공영방송이 매우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공영방송의 존재 자체에 회의를 갖는 건 위험합니다. 지금 국립경찰 제도가 아무리 마음에 안 들어도 재벌, 족벌이 경찰을 운영하도록 맡길 수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지금 우리는 일종의 착시현상을 겪고 있어요. 상업 매체, 족벌·재벌 미디어 집단이 운영하는 매체가 권력 감시를 제대로 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본질적으로 그건 그들의 이익에 부합되기 때문에 하는 거라고 봅니다. 공공의 이익이나 국민의 알 권리가 그들의 제1차 사명은 아니라는 겁니다. 공영방송 시스템은 반드시 존재해야 하고, 그 대신 제역할을 하도록 혁명적 조치가 이뤄져야 합니다. 다시는 이런 꼴을 반복하지 않도록 해야겠죠. 공영방송의 부침을 보면서 국민들은 너무 지쳤습니다. 물론 제도 개혁과 함께 공영방송을 현재의 이 지경으로 만든 안팎의 부역자들을 철저히 청산해야 공영방송을 살리자는 데에 대해 최소한의 국민적 동의를 받을 수 있겠죠.”

“이명박근혜 정권, 부당징계‧홍보방송 부역자들 반드시 책임 물어야”

- 지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 이른바 언론장악 방지법이 발의되었어요. 사장 선임 구조가 중요합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건 보도 라인의 책임자 임명인 것 같아요, 왜냐면 사장이 외압을 넣어도 보도 책임자가 외압을 막으면 될 것 같은데 현재는 사장이 임명하는 구조라서 여기에 대한 개선이 필요할 것 같은데.

“KBS와 MBC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입맛에 맞게 춤을 춰 온 암울한 역사를 가졌기 때문에 내부의 구성원이라든지 시민언론단체, 언론학계 등에서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우선적인 과제로 꼽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공영방송은 권력을 잡은 정치집단이 자기들의 전리품으로 생각해왔어요, 그래서 자기 사람을 사장으로 내려보내고 그 사장을 통해 공영방송 자체를 권력의 입맛에 맞는 내용으로 채워나가려는 것을 유혹이 기본적으로 있고 그걸 당연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 그런 유혹을 사전에 차단하는 장치가 있어야 해요. 정권이 사장을 마음대로 바꿀 수 없도록 만들어야죠. 그런 부분이 언론장악 방지법의 핵심이라고 봅니다. 그리고 질문하신 대로 보도본부 간부 인사권을 사장이 가지고 있잖아요, 사장이 바뀌면 보도, 시사 부분 간부 라인업도 권력의 코드에 맞게 싹 바뀌는 게 현실입니다. 내부적으론 이런 것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공영방송의 독립을 얘기할 때면 종종 BBC를 예로 드는데 거기도 여러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사장이 바뀐다 하더라도 보도 기조라든지 프로그램 방향이 한순간에 바뀌지 않거든요. 그건 무슨 말이냐면 외풍과는 상관없이 공영 방송으로서 흔들림 없는 역할을 하겠다는 기풍이 내부에 굳건하게 세워져 있다는 겁니다. 사장이나 보도 책임자가 어떤 인물이 오든 흔들리지 않는다는 거죠. 제도 개혁 못지않게, 아니 더 중요한 것은 그런 기풍을 세워야 한다는 겁니다.

▲ 2016년 1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회의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석에 언론장악방지법 법안심사를 촉구하는 피켓이 붙어있다. <사진제공=뉴시스>

그래서 이번에는 제도 개혁과 함께 이명박, 박근혜 정권 때 공영방송을 탄압한 청와대나 정치인, 관료 그리고 이들과 내통해 공영방송 내부에서 부당 징계와 권력 홍보 방송을 자행한 부역자들을 철저하게 조사해서 밝혀내고 응분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내부 부역자들에게 별 생각이나 저항 없이 따라간 영혼 없는 내부 종사자들도 정도는 다르겠지만 적어도 기록으로는 남겨 경계로 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그래야 앞으로 부당한 지시 등 비슷한 경우가 생기더라도 저항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다고 봅니다.”

- 지난해의 또 다른 이슈는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의 이정현 녹취록과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통해 정권의 언론 장악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드러났는데.

“공영방송 종사자들은 그런 게 있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어서 사실 크게 놀랍지는 않았어요. 하지만 청와대 홍보수석과 공영방송 보도국장의 내부자 거래를 직접 전화 육성으로 듣는 느낌은 상당히 참담했죠. 김영환 전 수석의 비망록도 청와대의 언론통제가 깨알 같이 적혀 있어서 권력이 어떻게 국민 여론을 통제하고 조작하고, 언론을 입맛에 맞게 순치시키려 했는가를 살필 수 있는 1차 자료가 됐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정현 녹취록이나 김영한 비망록의 경우는 박근혜 정권의 언론탄압과 통제의 빙산의 일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이명박근혜 정부의 언론탄압에 대해 국회 국정조사 필요하다면 검찰 조사 등을 통해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이뤄져야겠죠.”

- 종편이 개국한 지 5년이 지났잖아요. 종편은 어떻게 보고 계세요?

“종편은 기본적으로 출범 자체가 기형적이었습니다. 여론 다양성, 미디어 일자리 확충 등등 당초 출범의 명분 중 지켜진 게 하나라도 있나요? 허가 당시 언론계나 학계, 언론시민단체에서 우려했던 것이 결국 현실화됐다고 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종편이 언론의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종편의 모기업은 재벌·족벌신문입니다. 이들의 기본적인 속성과 본질을 놓쳐선 안 됩니다. 역설적으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이들에게 이렇게 좋을 수가 있나 할 정도로 큰 기회가 됐다고 봅니다. 출범부터 정당성이 결여됐던 종편 입장에서 면죄부를 타고, 영향력을 극적으로 키울 수 있게 됐거든요. 거대신문과 방송이 한 몸으로 결합된 거대 미디어 집단이 한두 개도 아니고 서너 개나 출현해 거의 유사한 목소리와 시각으로 독과점 구조를 형성하는 것은 건강한 언론 생태계를 위해서도 매우 위험하고, 우리 사회를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죠.”

“JTBC 호평 별개, 족벌‧재벌언론이 구세주 되는 상황 고민해야”

- 그러나 JTBC는 잘한다는 평가를 받잖아요.

“재벌이든 뭐든 모기업의 성격을 떠나 해당 매체만 언론의 역할을 잘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있죠. 일견 맞는 말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그게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가 관건입니다. 모기업의 이익, 오너의 이해가 훼손될 수 있는 경우가 올 때도 계속 그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까요? 이론적으로도 그렇고 역사적으로도 자본권력과 양질의 저널리즘이 같은 뿌리로 한 지붕에서 잘 자란 경우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JTBC가 지금 저널리즘의 기능을 일정 부분 잘 수행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지 못해요. 그것은 받아들여야죠, 하지만 그것과는 무관하게 족벌, 재벌 소유 매체가 대한민국 언론의 구세주로, 희망으로 떠오른 상황은 우리 사회 전체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 지난 1월 직무 정지된 박 대통령이 기자 간담회를 했는데.

“왜 했는지 그분 속에 들어가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그 전에 몇 차례 담화문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오히려 국민들의 가슴에 상처를 안기고 분노의 불길에 기름은 끼얹은 꼴이었죠. 여전히 여전히 유체이탈 화법이었고, 자기가 잘해보려고 한 것이라는 변명으로 일관한 거죠. 직무정지가 된 상황인데 기자들을 불러서 신년 간담회를 하는 것이 맞냐는 생각도 들었어요.” 

- 뉴스타파가 어느덧 5년이 되었어요. 후원회원이 4만 명을 넘어섰던데.

“1월 27일이면 뉴스타파가 첫 방송을 한 지 5년이 되죠. 한 6개월 동안 해직, 정직 기자들이 무보수로 일하면서 버티다가 2012년 8월경 본격적으로 시민의 후원을 받아서 운영하는 후원회원 모델을 시작했어요. 하지만 당시 주변에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어요. 회원이 만 명만 돼도 기적이라고 그러더라고요. 후원을 시작한 지 이제 4년 반 정도가 지났는데 지금 4만 2천 명을 넘어섰습니다. 저는 이게 저희가 특별히 잘해서라기보다는 기성 주류매체 중심의 한국 언론 생태계에 많이 실망한 국민들이 독립 언론, 그리고 기득권의 시각이 아닌 99% 시민들의 시각으로 사안을 전달하는 새로운 언론의 출현에 대한 기대와 열망이 컸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저희는 2년 전쯤 회원이 3만 명을 넘어설 때 뉴스타파는 더 이상 해직 언론인 몇몇이 만드는 인터넷 방송이 아니라 이제 일종의 사회적 자산이 됐다고 스스로 규정했습니다. 그래서 공공의 가치, 공익 추구를 위해 좀 더 노력해야겠다는 각오를 수시로 다지고 실천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같은 이런 모델은 세계에서도 유일해요. 세계 많은 비영리 독립언론들이 주목하고 있어요. 그만큼 책임감도 점점 무거워지고, 사회적 자산으로서 공적 매체의 역할들을 잘 해나가야겠죠.

특히 올해는 대선이 있잖아요. 유권자들이 올바르게 주권을 행사하실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선거 관련 정보를 잘 보도하려고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선 이후에도 우리 사회의 특권과 반칙, 차별을 감시하고 폭로해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겠다는 저희의 사명에 맞게 더욱 분발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대선, 주류 언론 변신에 현혹돼선 안돼…뉴스 잘 가려 소비해야”

- 지난해는 영화 <자백>을 제작했고 사무실도 이전했잖아요.

“네 지난해에 저희에겐 나름대로 의미 있는 변화가 있었죠. 사무실을 이전한 것은 회원들과의 상시적인 오프라인 접촉 공간을 확보하고, 제대로 녹화가 가능한 스튜디오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어요. 저희가 지난해 3월 현재 여기 정동사무실로 옮기고 바로 4월부터 매달 회원을 초청해서 시사회를 열고 있거든요. 여전히 장소가 협소하긴 하지만 1층 회의실에 회원 30~40명 정도를 모실 수 있는 공간을 확보했어요, 이전 사무실에서는 간이 스튜디오로 방음도 전혀 안 돼 녹화가 힘들었어요. 여기선 규모는 작지만 독립된 스튜디오를 확보해서 메인뉴스와 함께 <뉴스포차>라는 토크 프로그램도 신설했어요.

▲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다큐영화 <자백>의 포스터

영화 <자백> 경우는 저희가 오랜 시간 취재해서 축적해 둔 중요한 이슈와 관련된 내용을 보다 다양한 루트를 통해 사람들에게 알려보자는 고민 끝에 나온 겁니다. 최승호 앵커의 감독 데뷔작이 됐는데 <자백>은 다큐멘터리영화로서는 가장 많은 관객이 본 영화가 됐죠. 최승호 감독은 이제 후속작을 고민하고 있어요.

출판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저희가 지난해 8월에 출판한 <친일과 망각> 책은 4부작 다큐멘터리로 다루기는 했지만, 방송의 한계나 시간 제약 때문에 담아내지 못한 내용을 책의 형태로 엮어낸 것입니다. 저희가 장기간 수행하는 취재 프로젝트는 앞으로도 영화나 책, 아니면 온라인상의 디지털 스토리 텔링을 통해서 다양한 형태로 공개할 예정입니다.”

- 올 한해 언론에 대한 전망 부탁드립니다.

“헌법재판소에서 대통령 탄핵이 빨리 결정된다면 조기 대선이 치러질 것이라서 박근혜 이후 빈 공간을 서로 차지하기 위해 여러 집단 간에 피 터지는 싸움이 전개될 것입니다. 박근혜 정권 탄생의 주역이었던 주류 매체들은 박근혜 이후 공백을 자기들 입맛에 맞게 채우려고 온 힘을 기울이겠죠. 재벌, 족벌 소유 매체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최대한 보장해 줄 수 있는 대안을 찾아 이명박이나 박근혜 같은 역할을 할 새로운 대리인을 내세우려 할 겁니다.

공영방송은 박근혜 순장조를 자처하고 있으나 상층부는 박근혜 이후 자신들의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정치세력에 추파를 던지고, 그 집단을 새로운 권력으로 만들기 위해 발악을 할 겁니다. 이들이 진정한 민주주의, 국민주권 등에 신경을 쓰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순진한 생각입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죽 쒀서 개 주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주류 언론의 변신에 쉽게 현혹되지 말아야 합니다. 한국 정치와 언론 지형에서 매우 보기 드문 상황이 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후 일어나고 있습니다. 피아 구분이 힘들어진 거죠. 그만큼 언론 수용자들이 뉴스를 잘 가려서 소비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공정하게 대선을 잘 치르고 민주정부를 수립할 때까지 압도적인 규모와 에너지로 광장을 계속 지키는 것도 기득권 매체를 견제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이겠죠. 뉴스타파 등 독립 매체의 역할도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