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정부 당시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시 상황보고 일지를 사후에 조작한 정황이 담긴 파일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임 실장은 이날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발생 당일 대통령 보고 시점이 담긴 세월호 상황보고 일지가 사후 조작됐다”고 발혔다. 

그동안 박근혜 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참사 첫 보고가 참사 당일 오전 10시이고 박 전 대통령이 첫 지시를 내린 시간은 10시 15분이라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알려진 것과 달리 첫 보고는 10시가 아니라 30분 앞인 9시30분이라는 것이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세월호 유가족을 포함한 국민들은 분노했다.

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와 대통령의 지시 사이 시간 간격을 줄이려고 조작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과연 보고시기만 조작일까? 사실 10시 15분 첫 지시라는 것도 청와대 주장만 있을 뿐 증거는 없다. 이에 대해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어떻게 보는지 궁금해 지난 2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박주민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go발뉴스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이영광 기자

“국정원, 사고 인지 시간보다 훨씬 전에 청해진 직원들과 통화”

- 지난 12일 세월호 참사가 청와대에 보고된 게 30분 앞선 9시 반에 한 게 드러났어요, 20대 국회에 들어오시기 전까지 ‘세월호 변호사’라는 별명까지 얻을 정도로 세월호 유가족 법률 대리인으로서 활동하셨잖아요. 그 소식 들었을 때 어떠셨어요?

“충분히 그럴 수 있었을 거라 거나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무슨 얘기냐면 그 당시 청와대가 언제, 어떻게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는지 청와대 주장만 있었지 증명된 것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나왔을 때 역시나 그렇구나 했죠.” 

- 혹시 이전에 들은 건 없나요?

“특별히 이전에 들었던 내용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 당시 NSC 실무자 회의가 있었는데, 세월호 참사 발생을 알고도 실무자로 모여 있었던 사람들이 논의를 안 하고 흩어졌다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세월호에 관심이 없었구나 싶었어요.” 

- 30분은 얼마 안 된다는 사람도 있는데 어떤 문제가 있나요?

“이때 30분은 보통 30분이 아니라 골든타임이거든요. 이준석 선장이 탈출했을 시간이 대략 9시 45~47분인데 이 무렵에 탈출방송 등으로 탈출을 유도했다면 6분이면 전원이 다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배가 기울어져 있어서 탈출하기 더 유리했죠. 이런 골든타임에 청와대와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것도 안 했던 것입니다. 이때 뭔가 했었어야 했죠. 시간 짧은 게 문제는 아닙니다.” 

▲ 12일 브리핑을 통해 “지난 2014년 청와대가 세월호 사고 당일 상황보고 시점을 수정해서 보고서를 다시 작성했다”고 밝힌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사진제공=뉴시스>

- 사고 시각을 아무리 늦춰도 9시일 거예요. 보고 시간까지 30분이 걸렸다는 건데 이유는 뭐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사고가 났을 때 119 같은데 전화하면, 거기서 시간을 헛되이 보낸 게 있었다 하잖아요? 그런 식으로 시간을 잊어버린 게 또 있겠죠. 그건 이미 지적된 문제예요. 예를 들어 국정원 같은 경우에도 9시 44분에 YTN 보도를 보고 알았다고 주장해요.

하지만 저는 거짓말이라고 보는 것이, 청해진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직원들의 컴퓨터를 복원해보니 국정원 직원 전화번호가 남아 있었다고 해요. 이 얘기는 제가 여러 번 얘기 한 바 있습니다. 그 전화번호를 갖고 대조해 보면, 세월호 참사 당일 국정원이 자신들이 사고를 인지했다고 말한 시간보다 훨씬 전에 이미 청해진 직원들과 통화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전에 알았을 것이죠. 전반적으로 국가기관이 사고를 인지했다고 주장하는 시간보다 훨씬 더 일찍 인지했을 가능성이 있어요.”

“김기춘, 법적 책임 없다는 ‘국회 발언’ 맞춰 수정한 듯”

- 시간을 조작한 게 2014년 10월 23일 즈음으로 추정하셨더라고요, 근데 세월호 국정조사 때도 10시에 보고한 거로 답변한 것으로 기억하거든요. 7월 국정조사 이전이지 않을까 하는데..

“사고 시간을 조작한 게 아니라, 사고 시간이 담긴 문서를 수정한 날짜가 10월 23일 즈음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국정조사나 그 이전에 답변한 바도 10시쯤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문서를 수정한 것이 10월 23일입니다.” 

- 처음부터 입을 맞춘 거예요?

“그렇게 봐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이유는, 10월 23일쯤이라는 시기가 언제냐 하면, 곧 있으면 국정감사가 시작되고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여야합의를 앞둔 시기입니다. 그러니 정밀한 조사가 시작될 가능성이 있었고, 그때가 되면 서류나 문건을 고쳐야 하잖아요. 그래서 이전에는 구두로만 맞췄던 것들을 보고 시점이 담긴 문건 자체를 손을 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지금 알려진 거로는 박 전 대통령의 첫 지시가 10시 15분이에요. 이것도 조작일 가능성은 없을까요?

“대통령 지시가 10시 15분에 처음 있었다고 하는데, 이것도 사실은 입증된 것이 아니라 청와대 주장이죠. 탄핵 심판 때 지시를 했다는 증거를 대라고 했는데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현재도 이 부분은 주장만 있고 증거가 없는 상태로 남아 있는 것입니다.

저희가 조작되었을 것이라고 보는 또 하나의 이유는, 수석비서관과 통화한 것은 증거가 남아있어요. 12시 이후에. 그런데 국가안보실과 통화한 증거는 없고 주장만 있죠. 이것이 통화가 안 이뤄진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증거를 내라고 할 걸 알았을 텐데 증거도 없이 주장할까요?

“탄핵될 것을 미리 알았겠어요? 탄핵 될 것을 모르고 입장을 정리한 것일 것입니다. 10시 15분으로 정리를 다 했는데 나중에 탄핵 재판할 때 증거를 제출하라고 하니 증거가 없었던 것 아닌가 합니다.”

- 당시 국정조사에서는 이 문제가 안 나왔어요?

“감사원도 청와대도 직접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감사원이 갔는데 조사를 못 했습니다. 국정감사 때도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조사된 게 없습니다. 세월호특조위가 BH를 조사한다고 했을 때도 못 하게 막았습니다. 제가 봤을 때는 증거를 만들어 낼 생각까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또 하나가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을 불법적으로 바꾼 거예요. 즉 세월호 참사 당시 최종 컨트롤 타워가 청와대의 국가 안보실이었던 걸 안보는 국가 안보실이지만 재난 시 컨트롤타워를 안정행정부로 한 거잖아요. 이게 단지 책임회피목적일까요? 컨트롤타워가 정부인지 청와대인지도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

“재난 컨트롤타워를 안행부로 해서 지침을 바꾼 것인데, 당연히 큰 의미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박근혜 대통령 청와대 주장의 핵심은 세월호 참사에 박근혜 대통령에게 법적인 책임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왜냐면 어느 법이든, 지침이든, 매뉴얼이든 청와대가 책임진다는 내용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당시 지침에는 청와대가 책임을 지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7월에 김기춘 비서실장이 국회에 출석해서 법적 책임이 없다고 발언을 했고, 해당 발언에 맞춰서 법적 책임을 안 지도록 지침을 수정한 것으로 보입니다.”

▲ <사진출처=YTN 화면캡처>

- 그것도 과정을 통한 게 아니라 볼펜으로 그었다면서요?

“정식 수정절차를 밟지 않았죠. 정식 수정 절차를 밟으려면 법제처에 심의를 구하고, 법제처가 심의해서 ‘문제없다’고 하면 대통령이 재가하고, 그 다음에 다시 법제처를 거쳐서 각 부처에 배포해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고 국가안보실 차원에서 그냥 고친 것입니다.” 

- 정권교체 될 수 있다는 생각이었는지 아니면 바빠서였을까요?

“말은 김기춘 실장이 뱉었으니까 그것을 어떻게든 빨리 커버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을 수도 있습니다. 개정 전 지침은 전 부서에 이미 하달이 되어 있었는데 김기춘이 본인이 법적 책임 없다고 했어요. 이미 하달된 지침은 책임이 있다고 되어 있으니 빨리 바꿔서 새로운 지침을 뿌려야 했어요. 그래야 과거 지침이 폐기되니까요. 시간 조작이야 청와대 내부에만 있으니 나중에 고쳐도 되는 것이고. 그런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 세월호 2기 특조위는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특조위는, 법이 본회의에 올라가 있고 본회의에서 60일 보내면 상정될 수 있습니다. 11월 20일이 60일이 되는 날입니다. 그 이후에 본회의가 열리면 상정되는 것이죠.”

- 이게 세월호 특별법이 아니라 사회적 참사 특별법이라던데 그렇게 한 이유가 있나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도 진상규명을 해야 하니까요. 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안방의 세월호 사건이라고 하지요. 두 가지 다 진상규명할 필요가 있는데 반대가 워낙 강해서 제대로 조사가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법으로 두 사건을 모두 조사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입니다.”

- 이 법이 1기 특조위와 차이는 뭔가요?

“1기 특조위보다 훨씬 강력하고, 조사기구의 독립성을 훨씬 강화시켰습니다. 기간도 1기에 비해 2배로 길고, 특검을 무제한으로 요청할 수 있고, 특검을 요청하면 국회는 무조건 수용해야 하고 특검 후보까지 특조위가 지명할 수 있습니다.”

- 이번에도 수사권 없어요?

“수사권, 기소권을 1기 특조위에서는 특별검사 요청하는 형식으로 풀었는데, 당시에는 특검을 요청할 수 있는 권한만 있었어요. 결정은 국회가 하고요. 그런데 이번에는 특검을 요청하면 국회가 알아서 하는 게 아니라 무조건 표결을 해야 하고, 특검 후보도 특조위가 아예 지정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박영수 특검을 잘 한다고 했었잖아요. 그게 왜 그러냐 하면 야당이 지명한 후보였기 때문이에요. 특조위가 지명하는 특검을 무제한으로 할 수 있어요. 수사권과 기소권을 갖고 가는 것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야당 눈치보는 것 아냐, 협조 필요해 대화 시도할 뿐”

- 촛불 집회 1년이 다가오잖아요. 하지만 세월호 진실규명을 위해 아직도 광화문 광장에서 서명을 받는 등 달라진 건 대통령과 장관들뿐이란 소리가 나오는데.

“대통령과 장관만 바뀐 것은 맞습니다. 2급 이하 공무원들은 법에 따라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에, 전 정권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두 교체할 수는 없어요.”

- 어느덧 촛불 1년입니다. 1년 되돌아보면 어때요?

“말씀하신 것처럼 바뀐 것도 있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기에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서 강한 의지를 갖고 있고 열심히 하려고 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 너무 야당 눈치 보고 몸 사리는 거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

“저희가 야당 눈치 보는 것은 없는 것 같습니다. 야당이 반대하는 적폐청산을 계속하는 것도 그렇고요. 야당의 눈치를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도개선은 입법으로 해야 하는데, 아시다시피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사실상 야당 동의가 없으면 입법이 안 됩니다. 그런 점에서 속도가 느린 것입니다.

과거부터 일을 해왔던 공무원과 관련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 조치하는 것이 어렵기에 좀 늦어지긴 하지만 야당 눈치를 보느라고 못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입법이나 예산에 대한 협조가 필요해서 대화하려고 시도하고는 있습니다.”

▲ 이진성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 27일 이진성 재판관이 헌재소장으로 지명됐는데 어떻게 보세요?

“법원 내에서 합리적인 분이라는 평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때 세월호 부분은 빠졌었는데, ‘국가 최고지도자가 국가 위기 상황에서 직무를 불성실하게 수행해도 무방하다는 그릇된 인식이 우리의 유산으로 남겨져서는 안 된다’고 보충의견을 밝힌 분입니다. 그때도 소신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지 인사청문회를 통해서 철저하게 검증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GO발뉴스> 독자 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려요.

“<GO발뉴스>를 사랑해주시는 모든 독자분께 감사드립니다. 최근에 많이들 답답해하시는 것 같은데, 그 마음을 충분히 새기고 열심히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개혁과제가 굉장히 많은데 좀 더 속도를 내서,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계속해서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