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종양에 두통약을 처방받았던 한 사병이 강제전역 위기에 놓였다 보류됐다. 부실한 진료시스템,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환경 등에 대한 지적과 함께 우리 군의 의료체계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 뇌종양에 두통약을 처방받았던 신 사병 ⓒSBS 화면 캡처

지난해 1월 입대한 신아무개 상병은 올해 1월 25일 뇌종양 수술을 받았다. 수술 한 두 달 전부터 머리를 잘라버릴 정도로 아프다며 수차례 두통을 호소했던 신 상병에게 군은 두통약을 처방했다.

신 상병의 누나는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1월 25일날 수술했으니까 그 시점으로부터 한 1, 2개월 전부터 많이 아팠던 것 같아요”라며 “머리를 잘라 버리고 싶을 만큼 아프다고 했는데 부대에서는 그걸 꾀병으로 알더라. 늘 아프다고 하면 주는 약은 똑같대요, 하얀 약. 타이레놀인 것 같아요, 진통제”라고 말했다.

신 상병의 누나는 “(민간병원에서 수술을 한 후 입원은 국군병원에서 하셨나요?) 네. 수도병원에서 해야 본인들이 지원이 된다 이러면서 계속 똑같은 얘기를 하니까 가게 됐다”며 “방사선 치료 끝나고 돌아왔는데 지난주 23일 화요일인가 오자마자 (전역심사) 얘기를 하더라. 보류시켰다고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실한 진료시스템에 대한 지적과 함께 우리 군의 의료체계를 전면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군인권센터 임태훈 소장은 “우리 군이 갖고 있는 진료시스템이 문제가 있다. 야전병원인 사단병원이 동네의원보다도 못한 시스템”이라며 “전방병원을 통합병원급, 그러니까 대학병원급으로 격상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소장은 “군은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육군훈련소의 노우빈 훈련병 사건 이후 응급시스템을 다 개선했다라고 얘기를 한다”며 “7년이 지난 시점에서 군대 내 진료권이 후퇴했다라고 볼 수밖에 없다. 전면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군의 의료체계 시스템을 전면 개정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단기 임상경험이 있는 군의관들이 수련을 마치고 군의관으로 간다. 수련의 과정에서 모든 것을 기계에 의존한다. 기계가 없으면 진료를 잘 못한다”며 “초진을 할 경우에 장비들이 많이 없다. 사단병원에 MRI가 없다. CT가 없는 사단병원도 있다. MRI를 찍어보지 않은 이상은, CT를 찍어보지 않는 이상 잘 안 나온다. 그럴 경우에 병증을 잡아내지 못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군인권센터의 설문조사 ⓒSBS 화면 캡처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환경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휴가병사 35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아플 때 아프다고 말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27.2%로 조사됐다. 2005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태조사를 했을 때보다 5.7% 상승한 수치다.

임 소장은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는 환경이 가장 고질적인 문제. 우리 군의 구조적인 문제”라며 “미군의 경우 감기 증세만 발생해도 열 가지 이상 검사를 한다. 왜냐하면 뇌수막염 초기 증상이나 감기 초기 증상과 장염 초기 증상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감기라고 확진하지 않고 여러 가지 검사를 통해서 병증을 확인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꾀병•민간병원 외진 등으로 인한 인원 부족에 대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군의 정상적인 임무 실행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꾀병 판단에 대해 임 소장은 “우리가 모르는 수만 가지의 원인 모를 질병들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의사는 병을 두고 장담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