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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국민주권주의 선언이다. 이 선언의 정신을 훼손하고 가치를 파괴한 정권이 있었다. 박정희의 영구집권 야욕이 만들어낸 유신독재정권이 그것이다.
유신독재는 ‘헌법 제1조 2항’을 이렇게 비틀었다
박정희 독재정권을 지탱해준 유신헌법은 제1조부터 달랐다. 국민주권주의를 명시한 2항을 묘하게 비틀었다 주권은 국민에게 있지만 주권의 행사주체는 국민이 아닌 권력자에게 국한된다고 못박아 놓았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유신독재헌법 제1조 2항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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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권력을 손에 넣은 자의 전유물이라는 게 박정희와 유신 패거리들의 생각이었다. 저들이 말하는 ‘대표자’는 영구집권이 가능한 ‘총통’이었고, ‘국민투표’는 체육관 거수기 선거를 의미했다.
박정희의 국가주의? ‘국가’를 ‘박정희’로 치환해 놓은 것
12.12군사반란으로 집권한 전두환 독재정권도 2항을 그대로 두기가 민망했나 보다. 전두환은 대통령이 되자마자 헌법을 개정해 이 조항을 원상 복귀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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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청와대에 입성한 '유신'. 유신의 남자(김기춘)과 유신의 딸(박근혜)>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국가의 하인’으로 전락시킨 뒤 국가의 자리에 ‘박정희’란 이름을 끼워넣었다. 이렇게 만들어진 게 ‘박정희식 극단적 국가주의’다. ‘애국애족’ ‘멸사봉공’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국가’를 박정희로 도치시킨 국민교육헌장을 매일 외워야 했다.
이때는 모든 행사에서, 심지어는 초등학교 1학년 소풍 때에도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애국’이 곧 ‘박정희 정권에 대한 충성’으로 해석되는 때였다.
권력 1인자는 ‘유신의 딸’, 2인자는 ‘유신의 남자’
그 때 그 시절, 잘 나갔던 두 사람이 지금 청와대에 있다. 한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이고 또 다른 한 사람은 정권의 2인자인 김기춘 비서실장이다.
김기춘 실장은 국민에서 주권을 빼앗아 박정희에게 헌납한 유신헌법 제정에 참여한 인물이다. 박 대통령은 유신독재 권력자의 딸이자 퍼스트레이디였다. 이러니 헌법 제1조 2항이 유신 시절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국민을 섬기려 하지 않고 국민을 다스리려고 한다. 국민을 둘로 나눠 야당 편에 선 국민은 ‘타도의 대상’으로 여긴다. 합리적 의혹제기까지 유언비어로 몰아 선제 대응하겠다고 난리다. 모든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얘기다. 정부정책을 비판하거나 다른 견해를 피력하면 국론분열을 획책한다고 눈을 부라린다.
“비정상의 정상화”? 박정희 전체주의식 발상
위험천만한 얘기도 서슴지 않는다. “비정상의 정상화”라는 말을 국정지표로 삼겠단다. ‘비정상’은 뭐고 ‘정상’은 뭔가. 판단 기준과 판단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편차가 엄청날 텐데 저런 말을 한다.
흰색이 정상이면 다른 색은 모두 비정상이 된다. 여당이 정상이면 야당은 비정상이 될 것이고, KTX 쪼개기가 정상이라면 민영화 반대는 비정상이 된다. 내 의견이 정상이라고 생각하면 다른 의견은 비정상이 되지 않겠나.
무서운 발상이다. 한 가지만 인정하고 나머지는 그 한 가지에 복속시키겠다는 얘기다. 유신 시절 박정희가 선보였던 전체주의적 발상과 똑같다. 그때 그 시절이 그대로 복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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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남종 열사 분향소>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
2014년 새해 시무식에서 공무원들은 애국가를 4절까지 불렀다. 애국하는 마음으로 부른 게 아니다. 총리실 1급 공무원들이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칼바람’이 예고된 상태에서 두려움에 떨며 불러야 했다. 유신 때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두려움에 떨며 애국가를 합창했다.
애국가 4절 부르기와 45초짜리 기자회견
‘유신의 남자’ 김기춘 비서실장은 새해 벽두부터 유신 정권 스타일이 어떤 건지 제대로 보여줬다. 항간에 개각설이 떠돌자 이를 진화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자청했다. 기자들은 새해 첫날 2인자의 입에서 대체 무슨 얘기가 나올까 잔뜩 진장하고 있었다.
김 실장에 입에서 나온 건 단지 세 문장. “개각은 없다”가 전부였다. 이것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45초. 그리고는 질의응답 시간도 갖지 않고 휑하니 자리를 떴다. 새해 덕담조차 없었다.
역시 국민주권을 ‘박정희 주권’으로 변질시켰던 유신잔당답다. 국민을 일방적인 통보를 해도 그만인 ‘아랫사람’처럼 취급한 것이다. 지난해 3월에는 김행 대변인이 허태열 전 비서실장 대신 ‘대독 사과문’을 단 17초 동안 읽고 내려가 논란이 된 바 있다.
민심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유신 코스프레에 푹 빠져있는 동안 국민들은 독재권력의 잔혹함에 온몸으로 맞선 인권변호사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몰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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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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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이남종 열사의 유서와 수첩>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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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유신 코스프레’, 민심은 영화 ‘변호인’에
3일 현재 영화 ‘변호인’의 누적 관객수는 662만명. 예매율이 40%에 육박한다. 최종 관객수는 1000만 명을 넘을 상회할 게 확실해 보인다. 성인 3명 중 1명이 이 영화를 보게 되는 셈이다.
이 영화에 열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유신 코스프레’로 민주주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국민주권주의’라는 헌법의 기본명제를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도 관객 동원에 일조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는 박근혜 정권의 반민주적 행태에 대한 민주시민의 반동이다.
헌법 제1조 2항이 유린되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조항이 유신 때처럼 “국민은 그 대표자나 국민투표에 의하여 주권을 행사한다”로 치환되고 있다. 이 대로 방치해서는 안 될 일이다. (☞ 오주르디 ‘사람과 세상 사이’ 블로그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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