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 단원고 2학년 이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씨.

“어느 때가 될지 모르지만, 손석희 교수님이 양 손에 팥빙수를 들고 불시에 오셔서 순례단에게 힘을 주고 가시지 않을까하는 그런 상상을 하게 됩니다. 물론 제 꿈이지만요.”

순례 8일째인 15일, 충남 논산시 상월면 오월리 23번 국도를 오르던 이호진씨는 자신의 희망사항이라며 취재진에게 이 같이 말했다.

이씨는 “내일(16일)이 무슨 날인지 아냐. 내일이 바로 손석희 앵커의 생일”이라며 “나에겐 상당히 의미가 있는 날”이라고 소개했다.

JTBC의 손석희 앵커는 평소 이씨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는 언론인이다. “세월호 순례단을 도와주는 신부님과 수녀님, 진도 팽목항에서 인연이 된 국어 선생님과 손석희 앵커를 빼면 내 인생은 없다”라고 말할 정도로 손 앵커에 대한 이씨의 신뢰는 절대적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세월호 사고 수습이 한창이던 지난 4월 28일 이씨가 JTBC의 인터뷰에 출연하면서 부터 시작됐다. 당시 이씨는 인터뷰 도중 세월호 참사로 실종된 아들 승현 군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쏟아냈었다.

▲ 이호진씨가 선물한 넥타이를 착용한 손석희 앵커.(사진출처=JTBC 뉴스 화면 캡쳐)

당시 인터뷰에 대해 이씨는 “인터뷰 이후 만난 손 교수님의 진심어린 위로가 정말 큰 힘이 됐다”며 “순례 2일째 되는 날, 선물한 넥타이를 메고 60분간 뉴스를 진행하는 손 앵커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대한민국 모든 사람에게 내가 선물한 넥타이를 보여준 것 같아 기뻤다”고 말했다.

손석희 앵커는 지난 9일 이씨가 생일선물로 보낸 짙은 남색의 넥타이를 착용하고 뉴스를 진행했다.

연이은 무더운 날씨에 이씨의 얼굴엔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손 앵커의 이야기가 나올 때에는 두 눈을 반짝이며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앞으로 30여일의 긴 여정을 보내야 할 이씨의 소원은 손석희 앵커와의 재회다. 이씨는 선물한 넥타이를 뉴스에 ‘깜짝 등장’ 시킨 손 앵커가 순례단에게 힘을 불어 넣어주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는 “팽목항에 도착하기 전에 어느 때가 될지 모르지만, 혹시 손 교수님이 양손에 팥빙수를 들고 불시에 찾아오셔서 힘을 주고 가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며 “평일은 뉴스가 있어 어려울 거고, 혹여나 주말에 오시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저 내 꿈일 뿐”이라며 웃으며 말했다.

그러면서 “그저 해보는 생각이지만, (손 앵커라면) 충분히 (순례단 방문을) 할 수 있는 분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는 분(이라고 믿고 있다)”이라며 손 앵커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

한편, 세월호 십자가 순례단은 16일 오전 5시 23번 국도에 있는 창공기사식당(충남 논산시 광석면 사월리 15-73)에서 출발해 전북 익산시에 있는 나바위성당( 망성면 화산리 1158)로 이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