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청운동이다. 세월호 특별법에 대한 정부 시행령안 폐기와 선체 인양을 촉구하며 416 시간 농성을 선포한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울 종로구 청운동 주민센터 앞으로 모여들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30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면담을 하기 위해 청와대로 행진하다가 경찰에 가로막혔다. 경찰은 유가족들의 행진을 불법미신고 집회로 규정, 강제 해산을 명령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유가족들이 뒤엉키며 거친 몸싸움이 일어났다.

경찰의 제지가 계속되자 유가족들은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경복궁역 등으로 흩어져 연좌농성을 벌였다. 경찰 벽에 가로막힌 유가족들은 진상규명을 지키지 않는 정부를 규탄했다. 세월호 농성장에 남은 일부 유가족과 시민들은 오후 7시 광화문 광장에서 촛불 문화제를 열고 정부 시행령안을 비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정부가 27일 입법예고한 특별법 시행령안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go발뉴스(강주희)

416시간 농성 첫 날인 이날 오후 7시.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에서 촛불문화제가 열렸다. 시민 5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정부 시행령안 철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졌다.

이희철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상황실장은 “정부가 4월 16일을 국민안전의 날로 선포한다며 세월호 유가족들을 초대했다. 청와대로 행진하는 유가족들을 막더니, 이제는 대통령 들러리로 세우는 게 정부가 할 짓이냐”고 지적했다.

자유 발언대에 오른 한 대학생은 “국민들의 분노에 못 이겨 반쪽짜리 특별법을 만든 정부가 이제는 국민들을 무시하는 시행령안을 만들었다”며 “4월 16일 이전과 이후 달라지지 않는 것은 오로지 박근혜 정부 뿐이다”라고 비난 목소리를 높였다.

‘유민아빠’ 김영오씨는 “하루하루가 사활을 거는 날들이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특별법 시행령안을 철회하지 않으면 유가족들은 추모를 하지 않을 것이다. 이룬 것도 없는데 추모가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 유가족들이 원하는 방안이 재발표될때까지 무기한 농성에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오후 8시 청운동에 있는 유가족들을 만나기 위해 청운동 주민센터로 향했다. 그러나 경찰은 또 이들을 가로 막혔다.

▲ 청와대로 이어지는 서울 청운동주민센터 앞. 경찰의 원천봉쇄에 세월호 유가족과 시민들이 고립됐다. 사진제공=조 소피아 수녀님.

세월호 유가족 ‘성호아빠’ 최경덕씨가 공무집행 방해죄로 경찰에 체포됐다. 경찰인 유가족을 현행범으로 체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씨는 이날 오후 5시 30분 경복궁 앞에서 청와대 행진을 시도하다가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이 그를 세월호 유가족이라는 이유로 도보 이동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경찰과 실랑이가 벌어졌고, 최씨는 공무집행 방해혐의로 서울 종로서로 연행됐다.

최씨는 이날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팔과 다리를 다쳤다. 특히 다리가 많이 아프다. 언제 조사를 받는다는 말도 없어 막연하게 기다리는 중”이라고 전했다. 석방여부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지켜봐야할 것 같다”라고 답했다.

▲청운동주민센터 맞은편도 경찰이 가로막아 통행이 불가능하다. ©go발뉴스(강주희)

3호선 경복궁 역 앞.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는 경찰들로 가득 메워졌다. 경찰은 늦은 시간까지  유가족과 시민들이 청운동주민센터 쪽으로 진입하지 못하도록 저지했다. 먼저 도착한 유가족과 시민 50여 명은 주민센터 맞은 편 새마을금고 인근에 고립됐다. 경찰은 이중삼중으로 벽을 쌓으며 원천봉쇄에 나섰다. 유가족들은 “특별법 시행령안 원천 무효”, “세월호를 인양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맞섰다.  유가족을 만나기 위해 물품을 가져온 시민들도 경찰에 제지당했다.

오후 8시 30분. 유가족과 행진에 동참하기 위해 30여명의 대학생들이 주민센터를 찾았다. 세월호 토크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는 대학생 커뮤니티 ‘사람들’ 소속 학생들이었다. 그러나 경찰은 “대학생들은 위험해 진입을 할 수 없다”며 이들의 출입을 막아섰다. 유가족들이 반발하자, 서울 종로경철사 보안과 담당자는 “대학생이라 위험하다”는 말만 번복했다.

‘사람들’ 소속 대학생 차민구씨는 “원래 신촌과 홍대에서 세월호 토크콘서트를 홍보하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유가족들의 416시간 선포 기자회견 소식을 듣고 광화문으로 달려왔다. 유가족들이 경찰에 제지를 막고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니 화를 참을 수 없다”고 말했다.

▲시민들과 대학생이 서로 팔짱을 끼고 경찰 병력에 맞대응을 하고 있다. ©go발뉴스(강주희)

오후 9시가 되자 청운동 주민센터 맞은 편 푸르메 재활센터에서는 긴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경찰이 유가족의 물품을 빼앗으면서 물리적 마찰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 한 명이 화단에 머리를 부딪쳐 쓰려졌다. 현장에는 119 구급차가 도착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경찰을 폭행하지 말라”는 경찰에 경고에 유가족들은 참았던 분노를 토했다. 유가족들은 “경찰이 유가족을 폭행했다”, “유가족 물품을 경찰이 뺏아갔다”며 거세게 맞대응했다.

오후 10시 청운동 주민센터 앞

세월호 유가족 한 명이 더 연행됐다. 경찰 병력을 뚫고 합류하려던 유가족 정성욱씨(단원고 고 정동수군의 아버지)다. 신원미상의 시민 1명도 연행됐다. 경찰 진압 과정에서 대학생 등 시민 2명이 다쳐서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 ©go발뉴스(강주희)

유가족들은 이날 청운동 주민센터 앞과 푸르메 재활센터 앞에서 노숙을 했다. 종이 박스를 깔고 담요를 덮고 추운 밤바람을 견뎌가며 설잠을 청했다. 한 유가족은 “작년처럼 또 길거리 노숙을 하게 됐다. 특별법 통과되고 한동안 싸울 동력도 없었는데 오히려 정부가 특별법시행령안이라는 싸울거리를 주지 않았냐. 정부에 고마운 일이다”라고 말했다.

▲ 사진 출처=김영오씨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