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 중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는 27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에 대해 ‘인신매매’ 라는 표현을 쓰며 “형용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겪을 분들을 생각할 때 마다 내 마음이 아프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나 사죄는 없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열린 강연에서 위안부 피해자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이 같이 답했다.

그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는 과거 총리들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른 게 없다”며 “과거 여러 차례 고노 담화를 유지하겠다는 말을 했고, 이런 입장에서 일본은 위안부 문제를 현실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해왔다”라고 주장했다.

1993년 발표된 고노 담화는 ‘위안부 모집과 이송, 관리를 본인들의 의사에 반해 강압에 의해 이뤄졌다’는 점을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나 사죄의 뜻은 밝히지 않았다.

또 “지난해 유엔총회에서 분쟁 상황에서의 성폭력 등을 없애기 위한 노력에 일본이 앞장서 국제사회를 이끌겠다고 약속을 한 적이 있다”며 “2014년에는 1200만 달러, 올해는 2200만 달러는 성폭력 감소를 위한 기금으로 출연했다. 21세기에는 여성의 인권이 침해되지 않는 세기가 돼야 한다는 결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일본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의 갈등을 줄이려면 어떤 조치를 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과거 태평양 전쟁 문제에 대해서는 깊은 반성을 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 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평화를 옹호하기 위해, 평화를 사랑하는 국가로서의 길을 걸어왔다”며 “일본은 한국, 중국의 관계개선을 원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하버드대에서는 학생 100여 명이 “아베는 사과하라”, “역사는 다시 쓰여 질 수 없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티켓 시위를 벌였다. 시위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이용수 할머니도 참석했다. 이 할머니는 아베 총리를 만나기 위해 케네디 스쿨 정문 앞을 지켰지만 만나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다른 문으로 들어갔다.

이들은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전단지를 학생들과 관광객들에게 배포했다. 또 아베 총리에게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성노예제 운용에 일본 정부가 개입했음을 인정하라는 내용의 공개서한을 낭독했다.

서한에는 하버드 한인연합, 하버드 대만문화협회, 하버드 흑인학생연합 등 18개 학생단체와 160여 명의 학생이 서명했다. 하버드 내 학생단체들이 연대 서명을 통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사과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