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전국교직원노동조합에 대한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을 정지했던 항소심 결정을 파기해 전교조는 또 다시 법외노조가 되었다.

3일 대법원 주심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낸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재항고심에서 전교조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대법 “‘법외노조’통보 효력정지 인정한 원심 판단 위법 있다”

지난 달 26일 헌법재판소가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 조항인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것과 관련, 대법원은 “해당 조항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어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을 정지했던 2심 판단은 잘못됐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하면서 이를 전제로 법외노조 처분의 효력을 정지할 만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본 원심 판단은, 행정소송법상 집행정지에 관한 법률을 오해한 위법이 있다”면서 2심 결정을 파기, 환송했다.

파기환송된 이 사건의 심리는 앞서 효력정지 결정을 내린 서울고법 행정7부가 아닌 서울고법 내 다른 재판부가 맡게 된다.

이와 관련 고용노동부는 전교조가 해직교원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것에 대해 2013년 10월 교원노조법상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법외노조 통보’를 했다. 이에 전교조는 법원에 해당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과 함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1심을 담당한 서울행정법원 행정 13부(부장판사 반정우)는 지난해 6월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는 정당하다”며 고용노동부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전교조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를 제기했다.

이에 항소심을 맡은 서울고법 행정7부(부장판사 민중기)는 “법외노조 통보 처분으로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한 “법외노조 통보 처분은 2심 판결 선고시까지 그 효력을 정지한다”면서 전교조의 손을 들어 ‘법외노조 통보 처분’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그러면서 서울고법은 교원노조법 제2조가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있고 교원의 단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조항이라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받아들였다.

동시에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0월 8일 서울고등법원의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결정에 불복해 재항고를 했고, 그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날 내려진 것이다.

‘현직교사’만 노조 지위 인정한 헌재 판결난 지 일주일만에…

이후 서울고법은 ‘법외노조화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판단이 헌재 결정까지 보류하였으나, 헌재는 지난달 26일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해 ‘합헌’결정을 내렸다. 또한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된 시행령에 대해서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교원 자격이 없는 사람이 조합원으로 활동할 경우 교원노조의 자주성을 침해할 수 있다”며 “자격이 없는 사람을 배제한다고 해서 단결권이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외노조 통보의 적법성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숫자, 교원노조 활동에 해직교사가 미치는 영향, 행정당국의 적절한 조치 여부 등을 조합해 법원이 판단해야 한다며 법원에 공을 넘겼다.

이날 대법원의 결정에 따라 전교조는 또 다시 ‘법외노조’가 되었고, 서울고법에 계류 중인 ‘법외노조’ 조치의 부당성에 대한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법외노조’…현대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일”

이에 대해 전교조 송재혁 대변인은 이날 ‘go발뉴스’와 통화에서 “고등법원 판결을 남겨둔 이 시점에 하필 대법원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을 상당히 의도적이라고 본다”며 “사법부와 행정부가 어떤 시나리오를 가지고 교감하지 않았는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강한 의혹을 제기했다.

송 대변인에 따르면 대법원의 이러한 결정은 2일 있었고, 공개를 이날 한 것이다. 때마침 고용노동부도 3일 12시 엠바고를 달고 보도자료를 이미 언론사에 배포한 상태였다.

그러면서 송 대변인은 이날 대법원의 결정에 “생각지도 못한 법외노조가 갑자기 돼 버렸다”며 “분노가 치민다. 2011년 국정원의 기획이후로 국가기관이 총동원 돼서 전교조 죽이기에 나서는데, 현대 문명국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이라고 정부와 사법부를 맹비난했다.

이어 송 대변인은 “전교조는 오늘 총력투쟁을 결의했다”며 “시민사회, 국제사회에 연대해서 이 난국을 돌파하겠다. 남은 고등법원 판결에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사회적 여론을 환기시키려고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전교조는 4일 대법원 앞에서 “대법원 판결에 대해 강력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