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우원 부산대 철학과 교수

10일 부산대에 따르면 이 학교 철학과 최우원 교수는 이달 초 과학철학 과목 수강생들에게 과제를 냈다. 최 교수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된 대통령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는 증거를 찾아 첨부하고, 대법관 입장에서 이 같은 사기극을 어떻게 판결할 것인지 생각해 평가하라”고 했다. 최 교수는 이 과제를 1학기 기말고사 시험지와 함께 제출하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교수는 과제를 낸 뒤, 지난 6일 극우보수 커뮤니티 사이트인 일간베스트 저장소에 ‘부산대학교 학생들이 해결한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그는 “전자개표기 사기극 가짜 대통령 노무현 사건이 부산대학교 학생들에 의해 밝혀질 것”이라며 “종북좌익을 진보라고 끈질기게 불러온 언론사기를 통쾌하게 분쇄해버린 부산대 학생들의 진짜 사나이 기개가 나라를 구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의 글은 부산대 커뮤니티를 통해 외부로 알려졌다. 커뮤니티 글에 따르면 최 교수가 수업 중에 ‘노무현 대통령은 가짜 대통령’이라고 주장하자 어떤 학생이 “교수님이 그렇게 말로만 말하는 건 실질적인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반문했다.

이에 최 교수가 “인터넷에 찾으면 근거자료들이 다 나온다. 내가 굳이 지금 찾아서 보여줄 필요는 없다. 인터넷에 다 나오니까. 그런 자료는 너희들이 알아서 찾아야 한다”며 문제의 과제를 냈다.

▲ 최우원 교수가 지난 6일 극우보수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에 올린 글 화면 캡처.

정치적 신념으로 학생에게 강요

최 교수의 수업이 논란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12년 학생들에게 ‘종북 반역주의자들을 진보라고 부르는 언론을 비판하라’는 내용의 과제를 낸 적이 있다. 또 과제를 보수성향 언론사 홈페이지에 게재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부산대는 최 교수에게 정직 3개월 처분을 내렸다가 최 교수의 소청에 따라 1개월로 바뀌었다. 

▲ 최우원 교수가 특정 정치 성향을 요구하는 과제를 낸 것에 대해 부산대 총학생회와 학생들이 최 교수의 수업을 거부하고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다. (사진출처=부산대 총학생회)

지난해에는 대북 전단 살포를 주도해 지역 주민들과 충돌을 빚었다. 최 교수는 대북전단보내기국민연합의 공동대표다. 부산대 총학생회와 민주동문회는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최 교수의 파면을 촉구했다.

논란이 커지자 부산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부산대 관계자는 ‘go발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해 교무처에서 공문을 보내 현재 해당학과 관계자와 이야기 중”이라며 “최 교수의 강의도 중요하지만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도 중요하기 때문에 사실 관계를 살펴보는 일이 먼저”라고 말했다.

징계위 회부 가능성에 대해서는 “학생들이 수업을 거부할 경우 최 교수를 징계위에 회부하는 일은 가능하지만, 현재로써는 진상파악을 한 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go발뉴스’는 최 교수의 입장을 듣기 위해 전화인터뷰를 시도 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