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씨가 2022년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의 의뢰로 서울시장 및 구청장 선거 관련 비공표(비공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6.1 지방선거를 17일 앞둔 지난 2022년 5월14일 오전 11시 22분, 명태균 씨는 당시 미래한국연구소 직원이던 강혜경 씨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지상욱 원장이 온다”며 “(오후) 7시, 8시 사이에 (서울로) 올라갈 비행기 표를 끊으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인 5월15일 오후 4시 31분, 명 씨가 다시 강 씨에게 전화해 “지상욱 위원장님, 비행기표 줘야지”라고 하자, 강 씨는 “원장님 휴대폰으로 가게끔 했는데, 다시 한 번 확인하겠습니다. (비행기 티켓) 캡처해서 보내드릴게요”라고 답했다.

뉴스타파는 “강 씨는 전날 명 씨의 지시대로 오후 8시 서울행 비행기를 예약해서 지상욱 원장에게 E-티켓을 보냈다”며 “이들의 통화로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남 창원에 방문한 사실이 확인된다”고 전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인 2022년 5월21일 오전 8시 25분. 명 씨는 강혜경 씨에게 전화해 “오늘 좀 하나 부탁할게. 서울 중구. 그 다음에 성북구인가 있잖아. 지상욱이. 유선전화 좀 돌려달라는데”라고 말했고, 강 씨는 “네, 알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명 씨는 서울시장, 성북구청장, 중구청장 후보 지지와 정당 지지를 각각 500개의 표본을 만들되, 일반 유선전화 번호로 100% ARS 조사를 하라고 지시했다.

▲ <이미지 출처=뉴스타파 기사 캡처>

뉴스타파는 “통상 유무선을 혼합하거나, 무선 100% 조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다소 이례적인 지시를 한 것”이라며 “선거기간에 무선 조사를 하려면 가상번호를 선관위에 요청해야 하는데, 그럴 경우 결과를 외부에 공개해야 하는 ‘공표용’ 조사가 된다. 반면 유선 100% 조사는 가상번호가 필요 없고, 결괏값을 빠르게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타파는 “어쨌든 중요한 것은 지상욱 국민의힘 여의도연구원장이 지방선거를 10일 앞둔 시점에 특정 후보들을 콕 집어서 명 씨에게 비공표 여론조사를 요청했다는 사실 그 자체”라고 강조했다.

관련해 강혜경 씨는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통화에 나온 서울시 구청장 조사는 여의도연구원 차원의 조사가 아니었고 지상욱 원장이 개인적으로 요청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외부에 공표되지 않은 비공표 조사였고, 지 원장에게 따로 조사 비용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의 서울시장 후보는 오세훈, 서울 중구청장 후보는 김길성, 서울 성북구청장 후보는 정태근 이었다.

뉴스타파는 “김길성 씨는 지상욱 원장이 국회의원이었을 때 보좌관을 했고, 여의도연구원 센터장 출신”이라며, 또 “정태근 전 의원은 지상욱 원장과 대학 동문으로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 지난 2021년 7월9일 당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선 경선준비위원회 첫 회의에 앞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에서 지상욱 여의도연구원장에게 임명장을 전달하고 있는 모습. 경준위는 이날 예비경선(컷오프) 일정 및 회수와 압축 배수 등을 논의했다. <사진제공=뉴시스>

당시 국민의힘 당 대표였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그때 지방선거 여론조사와 관련하여 지상욱 원장과 단 한 번도 상의하거나 논의한 바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뉴스타파는 “지상욱 전 원장의 개인적 일탈에 무게를 둔 것”이라며 “만약 당 차원에서 의뢰한 조사였다면 더욱 큰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앞서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위원장 조정훈)에 의해 여의도연구소의 여론조사 데이터 파기 문제가 지적되기도 했었다.

지난 6일 뉴스토마토는 <명태균, 당원 지지성향 분석…“경선 조작 의심”>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총선백서특위가 지난달 28일 당 최고위원회의에 보고한 ‘제22대 총선 백서’에 따르면, “지상욱 (당시 여의도연구원) 원장 임기에 근무했던 빅데이터 팀이 근무기간 아카이빙한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고 퇴직했다”며 “현 빅데이터팀이 다시 새로 구축해 운영 중”이라고 적시했다고 전했다.

지상욱 전 원장은 20대 대선 당시에도 여의도연구원장이었다. 그는 여론조사 데이터 파기 문제 등과 관련해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지금) 정치를 안 하는 사람”이라며 “답하지 않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