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대기업 미쓰비시 중공업이 지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강제노동에 징용된 미군 포로들에게 공식 사과했다. (이미지출처=CBS 뉴스 화면 캡처)

24일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미쓰비시 중공업은 강제노역에 동원된 중국인 노동자 3765명에 각각 10만 위안 (한화 1870만원)을 지급기로 했다.

일본 대기업이 중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사과와 보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피해보상 대상자도 역대 최다 인원이다. 이 회사 대표단과 중국 측 협상팀은 다음달 2차 대전 종전 70주년을 전후로 베이징에서 만나 최종 화해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다.

일부 외신들은 미쓰비시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미쓰비시의 진심 어린 사과는 전쟁 포로 문제를 직면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며 “전쟁 포로 피해자와 유족들에게 평안을 안겨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는 “미쓰비시의 사과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오카모토 유키오 미쓰비시 중공업 사외이사는 22일 “영국과 네덜란드, 호주의 전쟁 포로들에게도 똑같은 사과를 하기 희망한다”고 밝힌바 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미국 로스엔젤레스를 방문해 제임스 머피를 비롯한 미국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을 만나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하지만 한국인 징용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법적인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이는 미쓰비시 중공업이 현재 한국인 강제동원 피해자와 손해배상 책임을 두고 소송 중이라는 점을 의식한 대응으로 해석된다.

한국인 피해자 “분통하고 억울하다”

미쓰비시의 이중적 태도에 한국인 피해자들은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근로정신대 강제동원 피해자인 양금덕 할머니는 <SBS 라디오>에 출연, “말할 수 없이 분통하고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15살 에 미쓰비시 중공업 나고야 항공기제작소로 끌려간 할머니는 임금 한 푼도 받지 못한 채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 지난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주최로 열린 '미쯔비시 중공업 법원 상고 규탄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양 할머니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 하는 시민 모임’ 등의 도움을 받아 1999년부터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를 상대로 소송을 벌여왔다. 치열한 싸움은 16년 동안 이어졌다. 양 할머니는 “일본으로 끌려가 일한 것도 억울한데 70년이 되도록 괄시하고 사죄 한 마디도 하지 않는게 분하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도 일본 정부의 사과를 거듭 촉구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는 22일 “일부 나라 피해자들한테만 차별해 대응하고 있는 미쓰비시의 이중적 태도는 우리 정부가 미쓰비시의 이런 오만무례한 태도를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가 나서 일본정부로 부터 사과를 받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