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4차 핵실험에 대한 대응조치로 정부가 4개월만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한 것에 대해 김연철 인제대학교(통일학부) 교수는 8일 “안보리 재개 논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대책이 아니라고 반대했다.

김 교수는 이날 페이스북에서 “군사 대응과 외교 대응이 충돌하는 것”으로 “스스로 발등을 찍는 대책이 아닐 수 없다”면서 이같이 비판했다.

▲ 2014년 12월 22일 유엔 안보리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정식 안건으로 채택되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앞서 정부는 7일 청와대에서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어 북한의 4차 핵실험을 8.25 남북합의에 대한 중대위반으로 규정, 이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관련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6일(현지시각) 오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이 참가한 가운데 비공개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핵실험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한 뒤 언론성명을 통해 “중대한 추가 제재”를 담은 새로운 결의안 마련에 즉각 착수하겠다고 발표했다.

국제정치적 역학 관계와 관련 김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의 핵능력 강화를 비판하지만, 동시에 이 위기 국면이 한미일 3각군사 협력의 강화로 이어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유엔 안보리에서 좀더 강한 결의안을 채택하기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확성기 방송을 하고 DMZ에서 위기가 고조되면 대량살상무기 위협과 더불어 남북한의 재래식 긴장 국면이 조성된다”며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빌미로 긴장을 의도적으로 과장해 자신들의 핵보유의 정당성을 주장할 것”이라고 수순을 짚었다.

김 교수는 “당연히 중국과 러시아는 남과 북 모두의 자제를 촉구하고 한반도의 안정을 바라는 입장으로 돌아설 것”이라며 “당연히 한반도 정세를 관리하기 위해 결의안의 제재 수준을 낮추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대북 확성기 방송 효과 측면에서도 김 교수는 “한국전쟁 때부터 2004년 6월까지 50년 이상 하던 것”인데 그때 “전방에서 군대생활을 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별로 효과 없다”고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 정부는 8일 낮 12시부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재개키로 결정했다. 청와대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은 7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날 열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에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뉴시스>

김 교수는 “김영삼 정부 때, 김일성 사후 확성기 방송을 떠올려 봐라, 별로 효과 없었다”며 “지금의 대립국면이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만약에 한 달 후 아니면 서너 달 후 중국이 움직여서 본격적인 외교 국면이 조성되면, 확성기 방송을 계속하는 것이 매우 어색한 상황이 조성될 수 있다”고 충고했다.

한겨레신문은 8일자 사설에서 “확성기 방송 재개는 핵 문제 해결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정부는 방송 재개를 유력한 대북 압박 수단으로 생각하는 듯하지만, 이는 상호주의 원칙이 적용되는 남북 사이 사안에 해당할 뿐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 대북 대응에서 중요한 것은 어느 한 나라의 돌출된 행동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잘 조율된 공조”라면서 “유엔 안보리는 6일(현지시각) 핵실험을 강력하게 규탄하면서 ‘중대한 추가 제재’를 부과하는 새 결의안 마련에 바로 들어가기로 했다”고 짚었다.

신문은 “무작정 대북 응징에 나서기보다는 깊이 있는 논의를 통해 북한의 핵 포기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며 “확성기 방송 재개는 이에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또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인 의도로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역사학자 전우용 박사는 트위터에서 “전례로 보면 다음 순서는 긴장 고조 → 극적 타결 → 원칙의 승리겠군요”라며 “그런데 그게 ‘북한에 대한 승리’ 같진 않네요”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