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배치 철회를 요구하는 경북 성주군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한국농업경영인회 성주군연합회 소속 농업인 200여 명이 7월30일 오전 성주읍 성산리의 한 농가 참외 비닐하우스를 트랙터로 갈아 엎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농업인들은 이날 트랙터 20여대를 동원, 참외 비닐하우스 2개동(990㎡)과 그 안의 참외 넝쿨을 갈아엎었다. <사진제공=뉴시스>

사드 정국의 대한민국, 어디로 가나?(1) - 성주에서 피어난 민주주의와 평화(1)

오늘부터 사드와 대한민국이라는 주제로 연재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작게는 국내에서 벌어지는 현상들, 크게는 동아시아 지정학에 이르기까지 사드라는 키워드로 두루두루 훑어보고자 합니다. 이를 통해 우리가 속한 세계와 시민공동체의 미래를 가늠해보고자 합니다.

지난달에 이어 어제(8월 2일) 방문한 성주는 보름 전에 비해 두 가지가 확연히 달라져 있었다. 첫째, 이전에는 “성주에 사드 배치는 안 된다”고 외쳤는데, 지금은 “대한민국 어디에도 사드는 안 된다”로 구호가 달라졌다. 둘째, 이전에는 군민들이 “전문 시위군인 외부세력은 가라”고 외쳤는데, 지금은 “외부세력은 없다”며 적극적으로 정당·사회단체와 협력하고 있다. 이렇게 분위기가 바뀐 과정이 몹시 궁금하다.

만일 정부가 시골 사람들이라고 얕보고 절차도 무시하며 사드 배치 결정을 밀어붙인 것이라면 큰 실수를 한 셈이다. 이 분들은 나름대로 한국사회 여론과 언론 동향까지 관찰하면서 지역사회의 가치와 이익의 논리를 초월하여 국민 다수에게 호소하는 성숙함을 보여주고 있다. 보편적인 언어로 무장되고 더욱 강해진 성주 군민에게 박근혜 정부가 밀리는 중이다. 고립된 당사자는 성주가 아니라 이 정부다. 영남권에서 현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폭락하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변화된 자신의 모습에 성주 군민 스스로가 놀란다.

성주 군청에서 바로 본 성산은 별이 쏟아지는 동화 속의 산이다. 초저녁에 읍내에서 정산을 보니 구름을 배경으로 우뚝 서서 무언가를 우리에게 말하는 것 같다. 성주의 주산인 그 정상에 민간인은 들어갈 수 없는 한국군 대공 포대가 배치되어 신비감을 더해 준다. 바로 그 아래 직선거리로 200미터 지점에 성산2리가 있고 끝도 없이 참외 비닐하우스가 이어진다. 여기서 사는 마을의 최고령자인 김순영(가명) 할머니는 올해 95세. 지난 번 내려갔을 때 내 손을 잡고 놓아주지 않던 그 분. 내가 “사드 배치 막아드리면 백세도 넘게 사시겠네요”라고 하자 무척 좋아하셨다.

무엇이 이 분들을 군청 앞 넓은 뜰로 불러낸 것일까? 2일은 촛불집회 20일째. 오후 8시부터 진행된 2시간 동안 1500명 정도가 상시 참여하는 집회에서는 사뭇 진지한 토론과 문화공연, 최신 정보 공지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방학을 맞은 대학생들이 자원봉사를 하고 율동도 배우다보면 이곳이 거대한 시민학교라는 생각이 든다. 광장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시민운동가 레베카 솔닛이 말한 ‘재난 속에서 피어난 혁명적 시민 공동체’다. 그 의미는 낯익은 일상이 순식간에 사라진 재난 앞에서 서로에게 친절하고 존중함으로써 역경을 극복하는 자율적인 시민 공동체다. 동 단위마다 성금이 답지하고 서로의 배를 채울 물과 음식물이 쏟아져 나오다보면 역경마저 즐거워지는 시민적 카다르시스라고 할 것이다. 항상 독재자들은 이렇게 스스로 행복해 질 줄 아는 시민을 두려워한다.

위로를 하러 갔다가 위로를 받고 왔다. 심지어 성주 읍내에는 재향군인회마저 “사드 반대” 플랭카드를 내걸었다. 그리고 무슨 무슨 협회, 모임뿐만 아니라 주점, 노래방, 회사까지도 홍보전에 가세했다. 그렇게 끝없이 이어진 홍보물 너머에서 우리의 민주주의가 새근새근 숨을 쉬고 있다.

* 이 글은 정의당 김종대 의원 페이스북에 게재된 글입니다. 김종대 의원의 동의를 얻어 ‘go발뉴스’에 전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