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굳은 표정으로 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법원의 ‘이재용 구속, 박상진 기각’에 대해 17일 “법원이 아직 정신 못차렸구나,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파악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 전 판사는 이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박상진 사장 구속영장 청구 기각사유를 보면 그렇게 느껴진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 전 판사는 “이재용 부회장도 사실은 구속영장을 발부하기 싫은데 어쩔 수 없이 한다는 뉘앙스가 상당히 많이 감지됐다”고 이번 판결을 짚었다.

서울지방법원 한정석 영장전담 판사는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부문 사장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사유에 대해 “피의자의 지위와 권한 범위, 실질적 역할 등에 비추어 볼 때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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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이 전 판사는 “지금 박상진 사장의 역할이 이재용 부회장과 공모관계 내지 최소한 방조”라며 기각 사유를 보면 “액수나 삼성의 구조, 이 사건의 중대함을 보면 권한 범위나 실질적 역할이 적다는 취지”라고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그러면 이재용 부회장이 거의 다 했다는 얘기가 된다”며 “이 부회장은 엄벌을 면할 수가 없다는 식으로 해석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삼성의 구조나 그간 일련의 과정을 보면 박상진 사장이 단지 하수인, 어떤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시키는 대로 하는 사람은 아닐 것”이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또 이 전 판사는 “국민들이 가장 분노하는 것은 노후보장이 담보돼 있는 국민연금에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라며 “그런데 오늘 발부된 영장 관련 이 사건에서는 국민연금이 크게 연관성이 없다는, 특히 박상진 사장은 관련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 판사는 “때문에 이 기각 사유 문건을 그대로 대입해보면 나머지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장충기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황성수 삼성전자 대외협력스포츠기획팀장(전무)에 대한 구속영장도 어렵겠구나라고 해석된다”고 했다.

이 전 판사는 “법원이 총수 구속했으면 됐지 이런 아주 단순한 생각인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또 “지난 1차 이재용 부회장 기각 건에서 나온 자존심을 엎을 명분을 어디서 찾을 것인가 했을 때 박상진 사장 기각 사유에서 나온 게 아닌가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전 판사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발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이같은 결정은 국민의 힘이 아니라면 설명이 안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 구속영장이 기각된 박상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이 17일 오전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같은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전격 구속되었다. <사진제공=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