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민의당을 겨냥해 ‘자연소멸’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비판에 나서자 국민의당이 발끈하고 나섰다. 이른바 ‘머리자르기’ 발언 이후 첨예한 대립관계를 빚었던 추 대표와 국민의당 간의 2차전이 펼쳐지는 모양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추 대표는 최보식 <조선일보> 선임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추 대표가 ‘야당을 쪼갠다’고 하더라. 국민의당을 해체‧흡수하려는 정치적 계산에서 나온 발언은 아니냐”는 질문에 “국민 세금이 들어가는 공당이 야바위나 깡패집단처럼 불의를 감싸는 집단이 돼서는 안되지 않느냐”며 “저 당은 자정능력을 상실했다. 제가 쪼개고 할게 없다”고 답했다.

이어 추 대표는 “정당은 민심의 바다에 떠 있는 배인데, 민심과 배치되는 정당은 자연 소멸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제보 조작사건’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되는 발언이다.

자신의 ‘머리자르기’ 발언에 대해서는 “박지원 전 대표가 '제보 조작 사건에 관련 있다면 내 목을 내놓겠다. 추 대표는 뭘 내놓을래'라며 먼저 자극했다. 날 끌어들이려는 수법임을 알고 그땐 대꾸를 안 했다”며 “일주일쯤 지나 한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가 목을 내놓겠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기에, '끔찍한 말이다. 목이 아니라 진실을 내놓아야 한다. 머리 자르기를 하고 있다'고 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지원 전 대표가 제보 조작사건의 머리라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대선 나흘 전에 당원 혼자서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상임선대위원장을 맡았던 그 분이 직접 개입했거나 보고를 받았다고 본다”며 “관련성을 부인하다가 검찰조사에서 ‘36초간 통화’ 사실이 드러나자 내 인터뷰 발언을 증폭시킨 것이다. 이분은 뉴스를 뉴스로 덮는데 익숙하니까요”라고 답했다.

‘언행이 거칠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저는 정중하게 말한 것”이라며 “헌정 질서를 바로 세우는 이번 대선에서 제보 조작은 용서할 수 없는 죄질이다. 협치를 내세워 이를 덮어둘 순 없다”고 반박했다. 추 대표의 인터뷰 내용은 31일자 <조선일보> 지면에 실렸다.

▲ <사진=박지원 전 국민의당 대표 페이스북 캡쳐>

국민의당에서는 추 대표를 비판하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역시 추미애 대표는 집권여당 대표로 어울리지 않다”며 “오늘 아침 조선일보 인터뷰를 통해 국민의 기억에 사라진 ‘추미애 패싱’을 또 상기시킨다”고 맞불을 놓았다.

박 전 대표는 “본인이야 억울하고 분하겠지만 자꾸 상기시기는 것은 대북문제 증세 원전 사드 등 산적한 국정을 염려하고 타결해야 할 집권여당의 대표로서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오늘 추미애 대표가 또 우리당과 관련된 발언을 했다”며 “여당 대표로서 품위를 잃고 자질을 의심케 하는 망발에 대해 무시하겠다”고 밝혔다.

▲ 31일 국민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박주선 비대위원장.<사진제공=뉴시스>

한편, 박지원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서 추 대표를 향해 “대통령 비서실장, 우원식 원내대표에 대한 서운함을 잊으시고 현안과 미래를 위해 능력과 철학을 보여주길 바란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앞서 <조선일보>에 따르면 추 대표는 인터뷰에서 “청와대에서 대리 사과를 하겠다면 사전에 제게 양해를 구했어야 한다. 더욱이 사과하러 오는 장소가 국회였다”며 “임종석 (비서)실장이 마땅히 여당 대표실부터 들렀어야지요”라고 언급했다.

또한, 추 대표는 “이번 추경예산 표결 때 우리당에서 24명이 외유했고 2명은 불참했다. 우리 지지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민주주의 의식이 그만큼 높아진 것”이라며 “의원들이 외유한 것은 원내대표가 도장을 찍어줬기 때문이다. 이런 보고를 당 대표인 제게는 하지도 않았다. 어느쪽이 문제인지 판단해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내에서는 우원식 원내대표와 갈등을 빚더라. 두 분 중 누가 더 문제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