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이하 새노조)는 사측이 방송의날 기념식 행사를 취소했다며 고대영 사장이 ‘퇴진요구’를 마주하기 두려운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 고대영 KBS 사장(자료사진).<사진제공=뉴시스>

새노조는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30일 어제 사측은 느닷없이 고 사장이 참석하기로 돼 있던 기념식 행사를 아예 취소했다”며 “KBS 창사 이래 방송의 날 기념식을 아예 불발시키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새노조 측이 언급한 방송의 날 기념식은 KBS 내부 자체 행사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어 “이유는 뻔하다. 기념식에 참석하기 위해 (사장실이 있는) 6층을 떠나는 순간 성난 KBS 구성원들로부터 쏟아져 나올 퇴진 요구를 마주하기 두려워서 아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새노조는 지난해 고 사장이 국정감사장에서 보도본부장을 향해 “답변하지 마!”라고 말했던 장면을 언급하며 “이토록 안하무인격으로 기고만장하던 고 사장이 몇 달 전부터는 갑자기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본관 6층 사장실에 틀어박혀있다는 풍문만 떠돌 뿐, 실제로 회사에 나오는지 본 사람이 거의 없을 지경이다. 그래도 9월 1일 진행되기로 한 ‘방송의 날 기념식 겸 9월 월례조회’ 자리에는 모처럼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우리는 기대했다”고 밝혔다.

고 사장을 ‘만나고 싶어하는’ 새노조의 목소리는 이 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6월 19일 직원들이 퇴진을 요구하는 출근길 피케팅을 시작한 이래 고 사장은 제 시간에 출근한 적이 없다”며 “퇴근길에라도 만나러 모인 직원들도 철저히 피했다. 쓰레기 등을 실어나르는 화물엘리베이터를 타고 요리조리 개구멍으로 첩보전 하듯 도둑 퇴근하기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러는 와중에도 고 사장의 KBS에서는 기막힌 일들이 줄줄이 벌어졌다. KBS 시청자위원 자리에 박근혜 탄핵심판 변호인을 앉히는가 하면 이인호 이사장에게 규정에도 없는 관용차를 제 차처럼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며 “SBS 메인뉴스에 톱으로 보도된 ‘軍 댓글공작 특종’은 KBS가 단독 취재해놓고도 보도를 틀어막았다. 박근혜가 앉힌 이사들을 거수기처럼 이용해 자리보전용 부사장을 또다시 앉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노조는 고 사장을 향해 “대체 언제까지 성난 KBS 구성원들을 피해 도망만 다닐 셈인가? 아무리 겁이나도 최소한의 사내 행사에는 참석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따져물으며 “직원들이 그렇게 두렵다면 사장직을 수행할 자격은 더더욱 없다.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 KBS를 정상화하려는 구성원들의 열망에 화답하라”고 요구했다.

전국언론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내일(1일) 방송의 날 기념식에 참석 예정인 정부부처 및 정치권 인사들에게 요청한다”며 “국무총리, 방송통신위원장 및 관련부처 장차관의 기념식 참석은 언론개혁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외치는 언론 노동자와 국민들에게 오래도록 기억될 수치가 될 것이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해당부처 장간들은 적폐 인사들만의 잔치가 될 시상식이 아닌 언론노동자와 국민들 곁에서 방송 독립과 주권을 기념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주장했다.

언론노조는 “(이번 방송의 날 기념식에서는) 절대 다수의 내부 종사자들의 퇴진 요구에 처해있고 시청자들마저 등을 돌린 공영방송 사장은 자신에게 충성한 이들에게 표창으로 격려할 것”이라며 “청산해야할 언론 적폐의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여 자화자찬을 하고 국정농단의 공동 책임자인 보수 여당 정치인들의 축하를 받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 지난 28일 서울 KBS 신관에서 열린 KBS 기자협회의 ‘고대영 사장 퇴진과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한 제작거부 출정식’.<사진제공=뉴시스>

이어 “이런 자리에 언론 개혁을 국정 과제로 약속한 국무총리, 방통위원장 및 관련 부처 장차관이 함께해 시상까지 한다는 것은 적폐 세력의 잔치에 들러리를 서는 꼴 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번 시상식에는 당연히 훈포장을 받을 자격이 있는 방송인들도 있다. 그러나 이들과 적폐 인사들이 같은 자리에서 동일한 치하를 받는다는 것은 부당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언론노조는 “방송의 날은 방송에 대한 독립적인 주권을 갖게된 것을 기념하는 날”이라며 “국정농단이 자행될 때 감시와 비한의 책임을 내려놓아 국민의 권리를 침해한 공영방송의 적폐인사들에게 방송 주권의 독립을 기념할 자격이 있는가. 도리어 이들은 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위한 수단인 사장의 임기 보장을 위해 자신과 일부 정치권의 사익을 위한 버티기를 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미디어오늘>은 “2012년 MBC 파업 참여 아나운서들에 대한 인사 차별과 배제·격리를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신동호 MBC 아나운서국장이 내달 1일 방송의 날을 맞아 ‘방송 진흥 유공자’로 선정돼 적격성 논란이 일고 있다”며 “신 국장은 이날 ‘한국방송협회 회장 표창’을 받을 예정”이라고 31일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