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겸 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명분으로 시작된 자유한국당의 ‘정기국회 보이콧’이 3일째를 맞이한 가운데 ‘명분없는’ 보이콧을 해제하고 국회에 복귀하라는 목소리가 정치권에서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전날 교섭단체 시정연설 마저 거부한 자유한국당은 ‘마이웨이’를 걷는 듯한 모습이다.

▲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열린 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어있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자리.<사진제공=뉴시스>

양순필 국민의당 부대변인은 6일 논평을 내고 “어제 김장겸 사장이 자진출석함에 따라 자유한국당이 정기국회를 보이콧하며 끌어다 붙인 구차한 핑계거리조차 완전히 사라졌다”며 “자유한국당이 진정 안보를 걱정한다면 해병대 방문 쇼 말고 즉각 국회에 복귀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이른바 ‘안보 의원총회’에 이어 오후에는 ‘북핵위기 극복을 위한 안보현장 방문’이라는 이름으로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해병대 제 2사단을 찾았다. 그러나 이날 오전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된 국회 본회의장에는 출석하지 않았다. 전날에는 아예 자당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거부하는 헌정사상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와 관련,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6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자유한국당이 끝내 어제 예정된 교섭단체 연설마저 걷어찼다”며 “헌정사상 처음 있는 초유의 사태로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사보타주이자, 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우 원내대표는 “북핵 문제 대응으로 일분일초가 급한 국무위원들을 헛걸음하게 만드는 것이 입만 열면 안보 노래를 부르던 정당이 보일 모습은 아닐 것”이라며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정당이 자신들의 정책과 노선을 국민들께 설명 드리고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더없이 중요한 자리이다. 하고 싶으면 하고, 하기 싫으면 안하는 아이들의 장난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이미 김장겸 사장이 고용노동부에 자진출석해 조사까지 받은 마당에 자유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은 아무런 명분이 없다. 이것은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일”이라며 “국민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조속히 국회로 돌아와서 제1야당으로서 국가 안보와 민생 위기 해소에 앞장서 줄 것을 당부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우 원내대표는 ‘국회 가출’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은 ‘귀가’ 보다는 대정부‧여당 공세에 초점을 맞추는 듯한 모습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과의 면담이 불발된 것과 관련, 이날 최고위원-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 연석회의에서 “대북정책의 안보관에 대한 분명한 말씀, 공영방송 장악에 의지가 전혀 없다는 해명이 있었으면 정국을 풀어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을텐데 역시 보여주기 식 쇼통과 연출된 쇼통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지 못해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의원총회에서는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 나와 2번이나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언급을 했는데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 것인가”라며 “국방부장관의 소신이 청와대 주사파 참모진에게 소위 억압받거나 무시당하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 6일 오후 경기도 김포 해병대 2사단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정우택 원내대표.<사진제공=뉴시스>

김태흠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방송장악저지투쟁위원 연석회의에서 “우리가 국회일정을 보이콧하고 이러한 행동을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기울어진 언론보도 현실에서 문재인 정부의 뻔뻔한 방송장악 음모, 또 정권과 결탁한 좌파노조의 이중성과 경영권 장악음모를 조금이라도 국민들에게 알려야했기 때문”이라며 보이콧의 정당성을 강조했다. 

홍준표 대표는 정계개편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홍 대표는 “98년 DJP정권이 탄생했을 때 그 한해만 한나라당 국회의원 36명이 탈당해서 2명이 자민련으로 가고 34명이 (집권여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로 간 일이 있다”며 “청와대 사정비서관실과 검찰, 경찰, 당시 안기부 총동원해서 국회의원 신상털기를 했다. 문제가 되는 사람은 협박을 해서 다 탈당을 시켰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에 우리 당 일부의원들에 대해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야성을 키우기 위해서다. 앞으로 4년 반 동안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해서 이제 단련을 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같은 답답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주호영 바른정당 원내대표는 국회정상화의 열쇠로 ‘방송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를 여당 측에 제시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민주당) 본인들이 야당 시절에 전 의원 공동발의로 내놓은 방송법 개정안(에는) 공영방송 이사회 구조를 ‘여(與)7: 야(野)6’으로 하겠다, 방송사 사장은 대통령의 맘에 드는 사람 지명하는 것 방지하기 위해 이사회에서 2/3의 특별다수로 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 법안에 대한 조기 통과를 약속하면 정부여당이 방송장악 의도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가 된다”며 “그렇게 할때만이 자유한국당이 보이콧을 풀고 정기국회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하고 그렇지 않다면 이 사태는 상당기간 지연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