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대영 KBS 사장이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한국방송공사·한국교육방송공사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하며 파업중인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국정원으로부터 보도 협조 명목으로 200만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고대영 KBS사장이 2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KBS 국정감사에 출석했다. 

이 과정에서 KBS 노조원들과 기자들이 고 사장을 에워싸고 관련 질문을 쏟아냈지만 고 사장은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또 고 사장은 자유한국당 소속 신상진 위원장이 불참해 개회조차 되지 못하고 국정감사가 파행되는 모습을 보며 웃기도 했다. 이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웃지 말라”고 지적했다. 

고 사장은 이날 오전 9시40분경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 출석을 위해 회의장으로 향했다. 이 과정에서 KBS 새노조 소속 기자들과 조합원들이 고 사장에게 국정원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 물었다. 

이들은 “국정원으로부터 돈 받았는가, 안 받았는가”, “국정원 정보관과 몇번이나 만났나”, “사퇴 의사 없는가”, “직원들과 국민들에게 한마디만 해달라”, “200만원 받아서 어디에 썼는가”라고 질문했다. 

그러나 고 사장은 입을 굳게 다문 채 국정감사장으로 들어갔다. 고 사장은 국감 개시를 기다리며 눈을 감거나 간혹 미소를 짓는 모습으로 앉아 있었다. 

촬영 기자들은 고 사장을 향해 플래시를 터뜨렸고 KBS 기자들은 “주무시는가, 눈 뜨라, 눈감고 자는 척 하는 것이 부끄럽다”, “사장 이전에 기자다, 왜 국민들과 KBS 직원에게 한마디도 하지 못하는가”라고 거듭 입장 표명을 요구했다. 

한 노조원은 국회 경위에게 입이 틀어 막히기도 했다. 그는 “회의가 시작되지 않았다. 방해하지 않고 있는데 왜 질문을 막는가”라고 항의했고 경위는 “저희들 입장을 좀 이해해달라”며 제지했다. 

▲ <사진=팩트TV 화면캡처>

이날 신상진 위원장과 과방위 소속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정감사에 불참하고 정우택 원내대표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를 항의 방문했다. 

국감이 개시도 못하고 파행으로 치닫자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의도적으로 위원장이 사회권을 스스로 놓는데 그대로 받아주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 고대영 사장에게 “사장님 지금 행복한 미소 지을 때가 아니다, 웃지 말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사진=팩트TV 화면캡처>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법 제50조 5항에 ‘위원장이 위원회의 개회 또는 의사진행을 거부·기피하거나 직무대리자를 지정하지 않아 위원회 활동이 어려운 경우 위원장이 속하지 않는 교섭단체 소속의 간사 중에서 다수당의 간사 순으로 위원장을 대행한다’고 명백하게 규정돼 있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위원장을 비롯해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공부하기 싫다고 교실 밖으로 무단 이탈한 상황이다, 국감을 기피하고 해태했다”며 “신경민 간사가 국감을 진행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의무사항”이라고 회의 진행을 요구했다. 

이에 민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국회법 50조5항에 해당하는지 김경진 국민의당 간사와 협의해 결정하겠다”며 “위원들은 일단 소회의실에서 대기해달라”고 말했다. 

KBS 국정감사 파행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자유한국당은 방통위에서 ‘행패 부리기’를 중단하라”고 성토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가 방문진 보궐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방통위법 제12조에 따른 방통위의 정당한 업무”라며 “지난 9년의 세월 동안 국민의 눈과 귀를 멀게 해 온 자유한국당이 이제 와 ‘언론 장악’ 운운하며 이사 선임 업무에 개입해, 자기 몫을 주장하는 모습은 ‘몰염치’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언론노조는 “자유한국당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애먼 방통위에서 행패를 부릴 것이 아니라, 국민의 대표로서 국정감사에 집중하는 것”이라며 “속히 국회로 복귀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