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장 성일종 의원과 10인의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저임금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16일 한 목소리로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을 폐기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두 당의 후보들은 지난 대선에서 ‘임기내 최저임금 1만원’을 약속했었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1만원 공약을 지키려면 내년에는 19.8%를 인상해야 한다. 이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윤 대변인은 “실현불가능한 공약은 나라 경제를 위해 과감히 폐기해야 한다”며 “대통령의 용단이 필요하다”고 폐기를 요구했다. 

홍지만 대변인은 “대선 때 내 건 최저임금 1만원 공약이 멍에가 돼, 능력이 안 되는 데도 억지로 추진하다보니 나라가 골병이 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 소상공인특별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1만원 대선 공약을 공식적으로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문 대통령이 소상공인, 자영업자와 함께 망가져가는 경제상황을 외면하지 말고 최저임금 1만원 대선공약을 공식적으로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자회견에는 성일종 소상공인특위 위원장과 이현재, 김규환, 곽대훈, 추경호, 신보라, 이양수, 이은권, 정종섭, 최연혜 의원 등이 참여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이상적인 폭은 고용주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 국민혈세가 투입되지 않는 수준에서 결정돼야 한다”며 문 대통령의 결단을 촉구했다. 

김관영 원내대표는 “청와대가 재심의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이런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영향은 후속입법으로도, 정부재정으로도 상쇄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지난 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 관련 위클리 정책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유의동 원내수석부대표, 김관영 원내대표, 김삼화 원내부대표. <사진제공=뉴시스>

그러나 지난 대선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 대선 후보들은 임기내(2022년) 1만원을 공약했고 영세업체 지원과 미준수시 징벌적 배상 등도 약속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최저임금 1만원 임기 내 실현’을 공약집에 담았다. 홍 후보는 최저임금 준수율 제고를 위해 최저임금 위반 제재를 강화하는 동시에 중소기업과 자영업 등을 위한 세제 등 지원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도 매년 10%씩 인상해 임기 내에 1만원 이상을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는 연평균 15%씩 인상해 2020년까지 1만원에 도달하겠다고 공약했다. 또 유 후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고용감소나 영세업체 사업주의 부담 문제는 2020년까지 영세업체 근로자의 4대 사회보험료를 국가가 지원하는 보완책을 강구하겠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최저임금을 지키지 않는 사업장에 대해 징벌적 배상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 <이미지 출처=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공약집 캡처>     ▲ <이미지 출처=바른미래당 유승민 당시 바른정당 후보 공약집 캡처>

참여연대는 이같이 5당 대선 후보들이 ‘1만원 공약’을 내걸었던 것을 상기시키며 그 배경에 “우리 사회의 저임금·장시간 노동 구조가 변화돼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참여연대는 “최저임금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며 노동자와 영세사업자 간의 반목을 조장하기만 할 것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는 “저임금·장시간 노동구조를 바꾸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을 하는 한편 원하청 간, 프랜차이즈 업체와 가맹점주 간의 불공정한 거래구조나 영세상인이 겪고 있는 임대료와 카드수수료 문제 등 구조적인 어려움을 함께 고민해 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저임금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목표는 사실상 어려워졌다”며 “결과적으로 대선 공약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을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한편으로 최저임금위원회는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최저임금 정책에 대한 의지를 이어줬다”며 “정부는 가능한 조기에 최저임금 1만원을 실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올해와 내년에 이어 이뤄지는 최저임금의 인상 폭을 우리 경제가 감당해내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노사정 모든 경제 주체가 함께 노력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