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유럽이 2차 세계대전 후 확립한 종류의 지역 경제 통합을 향한 첫 걸음으로서 북한과 도로 및 철도를 연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워싱턴 포스트)
“문재인 대통령은 국책기관의 연구를 인용해 향후 30년 간 남북 경협에 따른 경제적 효과가 최소한 170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USA투데이)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월에 세 번째로 만날 예정이다(중략). 올해 초였다면 남북정상회담은 터무니없는 소리로 들렸겠지만, 2018년 주목할 만한 외교적 모멘텀은 남북정상회담을 향하고 있다.” (국제 외교안보 전문지 더 디플로맷)

16일 청와대는 전날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보도한 해외언론 기사를 소개했다. 외신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경축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남북 공동번영을 위해 내놓은 구체적인 플랜에 대해 주목하는 모양새였다. 특히 청와대는 외신들이 “남북정상회담을 위한 9월 평양 방문 계획과 올해 안에 착공식을 목표로 하고 있는 철도, 도로 연결 등 한반도 공동번영을 위한 계획”에 주목했다고 전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지상파 3사와 JTBC의 메인뉴스 역시 “평화와 번영이 진정한 광복”이라는 문 대통령의 경축사에 2~3 꼭지를 할애하며 분석에 나섰다. 각 뉴스의 헤드라인을 보면, 문 대통령의 경축사가 어떤 기조였는지를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文 “다음 달 평양서 비핵화·종전선언 논의 할 것”>, <‘남북 경제공동체’ 청사진…“접경지에 통일경제특구”> (MBC <뉴스데스크>)
<‘남북 경제공동체’ 청사진…“접경지에 통일경제특구”>, <文, 북·미에 ‘비핵화-상응 조치’ 촉구…신뢰·진정성 강조> (SBS <8뉴스>)
<文 대통령 “비핵화 시 170조 효과 남북경협 본격화”>, <경축사 코드는? ‘평화=경제’ 그리고 ‘여성’> (KBS <뉴스9>)
<문 대통령 “남북관계 발전이 비핵화 동력”…경협 로드맵>, <비핵화 협상 안갯속 ‘남북 경협’ 강조한 문 대통령…왜?>, <대북제재 속 ‘미국 포함’ 철도공동체 제안…의미와 행로> (JTBC <뉴스룸>)

그 중 눈이 가는 헤드라인은 KBS <뉴스9>의 <경축사 코드는? ‘평화=경제’ 그리고 ‘여성’>이었다. 평화란 단어가 제일 많이 언급된 문 대통령의 이날 경축사에는 평화체제와 남북문제와 더불어 여성독립운동가들의 활약과 노고를 치하하는 내용이 길게 담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해낼 것입니다. 묻혀진 독립운동사와 독립운동가의 완전한 발굴이야말로 또 하나의 광복의 완성이라고 믿습니다.”

문 대통령은 작년 광복절 이후 1년간 202명의 여성 독립운동가가 새로 발굴됐다고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통틀어 300여 명이 조금 넘는 여성 독립운동가 중 문 정부가 다수를 발굴해낸 셈이다. 이렇게 문 대통령의 73주기 광복절 경축사는 논란보다는 해석이 앞서며 성공적인 결과를 빚어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에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은 늘 있기 마련이다. 자유한국당이 대표적이다.   

▲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가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열린마당에서 열린 제73주년 광복절 및 정부수립 70주년 경축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문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 비판한 김병준, 김성태 

16일 오전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는 입을 모아 경축사를 비판하고 나섰다. 두 사람은 모두 “어제 광복 73주년 기념식에 참석했었다”고 말 문을 연 뒤 “마음이 착잡하다”거나 “딱히 새로울 것이 없었다”며 그 의미를 축소하기에 바빴다. 

“첫 번째 비핵화 협상이 이렇게 더딘 마당에 남북경제공동체와 170조원에 대한 경제적 이익을 먼저 이야기하는 것이 맞는가. 일에도 완급이 있고, 선후가 있고, 경중이 있는데, 순서가 잘못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두 번째 경제적인 이익이 있다고 하는데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그것이 누구의 이익이 되겠는가. 북한의 싼 노동력을 찾아서 우리 기업들이 생산기지를 북쪽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굉장히 크다. 그렇게 되면 기업에게는 좋은 일이 되겠지만, 우리 노동자는 어떻게 되고 소상공인들의 영업환경은 어떻게 되겠는가.”

김 비대위원장은 “170조원”의 경제적 이익이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희망고문”이라 일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역시 남북 평화체제 구축이란 상징적 의미 외에 자국의 경제 이익을 위해 북미 정상회담에 나서고 있다는 사실은 이미 정설로 굳혀가는 분위기다. 

북한의 노동력의 경우 중국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북한과 중국 전문가들의 해석 역시 나온 지 오래다. 국내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통일은 대박”이라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에 환호했던 이들을 떠올려 볼 필요가 있지 않겠는가. 

더불어 김 위원장은 경축사 외에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의성장과 관련 “우선 자신부터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며 쓴 소리를 얹었다.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민생경제’ 운운하며 “문 대통령이 분권형 대통령이냐”고 따지고 물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내치와 외치가 분리된 분권형 대통령도 아니고, 아직 개헌도 이뤄지지 않은 마당에 민생경제는 여전히 나 몰라라 하면서 주야장창 남북평화만 이야기하실 것이라면 이참에 그냥 분권형 개헌 받아주고 외치만 전담하는 분권형 대통령으로 남는 것은 어떤지 여쭤보지 않을 수 없다. 평화와 경제도 좋지만 지금 필요한 것은 민생경제론이라는 것을 한시도 잊지 말아 주길 바란다.”

▲ 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가 지난 5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드루킹 특검 도입을 요구하며 무기한 노숙·단식 투쟁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뉴시스>

자유한국당, 자신들부터 돌아보라

“우선 자신부터 돌아볼 때라고 생각한다.”

이게 과연 자유한국당이 할 수 있는 비판인지 고개를 갸우뚱 거리게 된다. 올 한 해 전 세계인이 주목하고, 성공이후 남북경협을 통한 막대한 경제효과가 예상되는 남북 평화체제 정국 속에서 자유한국당이 무엇을 했는가. “퍼주기”부터 “김정은 편”이라는 막말까지 연일 재뿌리기를 시도, 지난 6.14 지방선거에서 역풍을 맞은 것이 바로 자유한국당 아니었던가. 

민생경제는 또 어떤가. 민생을 외면하고 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갔던 주범으로 자유한국당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국회 등원을 거부하며 단식을 하다 무려 ‘테러’까지 당했던 김성태 원내대표라면 그 사실을 더 잘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이날 김 위원장은 “사무총장께서 저에게 아주 좋은 사자성어를 하나 주셨는데 ‘反求諸己’(반구저기)”라며 “화살이 빗나가면 자신을 돌아보라”는 뜻이라고 소개했다. 문 대통령이 자신을 돌아보고 경제의 새 프레임을 짜야 한다는 부연과 함께. 경제 위기를 위해 동분서주하는 정부와 대통령에게 쓴 소리는 할 수 있다. 제1야당이지 않은가. 그럼에도 자유한국당의 급선무 역시 “자신을 돌아보는 일”일 것이다. 추락하는 지지율을 포함해서 말이다. 

하성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