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9일 MBC 스트레이트에서 보도한 윤석렬 총장과 그와 관련된 주변인들의 의혹이 매우 중대한 비위로 보도되었습니다. 공정하고 청렴해야 할 직위에 있는 자가 이런 비위 의혹에 있다는건 검찰조직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국민에게 정의 실현은 허울이라는 자괴감을 심어 줍니다. 따라서 보도된 모든 의혹이 해소 될 수 있도록 법무부의 감찰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10일 게시된 <윤석렬 총장에 대한 법무부 감찰을 요청합니다>란 청와대 청원 내용이다. 이어 11일엔 <윤석열 장모 사기죄의혹에 대한 수사촉구 및 윤석열 자진 사퇴 촉구합니다>란 청원이 올라왔다. 두 게시물 모두 하루 만에 각각 청원자 수 1만 명, 6천 명을 넘어섰다. 11일 청원 게시자는 청원 말미 이런 주장을 폈다.   

“대한민국 국민 중 상식을 가진 국민이라면 윤석열 장모는 구속감이라고 말합니다. 전 조국장관과 관련하여 사실이 아닐 수 있는 표창장 의혹제기만으로도 약 70회 이상 압수수색을 했던 검찰이었습니다. 윤석열검찰총장이 자주 말한 것처럼 법과 원칙대로 수사를 해야 합니다. 

윤석열 장모의 건은 조국장관의 표창장 의혹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하늘과 땅 차이겠지요. 이런 사안을 묵과할 수는 없습니다. 반드시 윤석열 총장의 장모에 대한 수사를 해야 합니다. 강력히 수사를 촉구합니다.”

▲ <이미지 출처=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이렇듯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한 9일 MBC와 <스트레이트> ‘검찰총장 장모님의 수상한 소송’편 방송 이후 윤 총장 장모 최모씨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반면, 방송 다음날 대검찰청이 내놓은 해명은 부실하기 짝이 없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대신(?) 해명에 나서게 만들었을 만큼. 

윤 총장의 국회 위증죄 가능성 

“대검찰청은 당초 MBC <스트레이트>에 보낸 서면 답변에서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한 만큼, ‘사건의 구체적 내용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어제 방송의 의혹 제기 이후에도 검찰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오늘 MBC와의 통화에서 ‘당시 사건 처리에 문제가 있다면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으로 해결하면 될 일’이라는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또, 최씨의 의료법 위반 의혹 등에 대해선 ‘단순 투자자’들은 처벌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나 공동이사장으로 재직하던 최씨가 돌연 '책임면제 각서'를 받고 재단을 떠난 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시작되는 등 석연치 않은 정황은 여전합니다.”

▲ <이미지 출처=MBC 화면 캡처>

10일 MBC <뉴스데스크>가 보도한 <檢 “총장 장모 특혜 없었다”…윤석열 ‘침묵’> 리포트 중 일부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던 윤 총장의 평소 소신이 묻어나는 대검의 답변이 눈에 띈다. 또 “형사고소나 민사소송”을 언급한 검찰 관계자의 해명도 익숙하다. 

2018년 10월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국정감사에 출석해 “수십억의 피해를 입은 사람이 있다면 당연히 그 사람이 민사소송을 걸든지 형사고소를 할 텐데, 저는 그 사건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내용을 모릅니다”라며 역정을 낸 바 있다. 또 이듬해인 2019년 7월 인사청문회에서도 김진태 의원이 최씨 관련 의혹을 질의하자 “내용을 알지 못하고 수사‧재판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재차 못 박기도 했다.

이와 관련, ‘조국 백서’의 필자인 박지훈씨는 국정감사 위증죄 가능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박씨는 12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국회에서의 위증이 처벌 대상이 되느냐는 몇가지 경우에 따라 다른데, 일단 인사청문회에서의 위증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라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국회 증언감정법 제14조에서는, 선서한 증인이 허위 진술을 할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선서 내용에서도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맹서’한다고 선서하도록 되어 있다. 윤석열이 당시 선서를 거부한 바 없으므로, 부인의 여지 없이 이 조항의 처벌 대상이다.

국회 위증죄는 오랜기간 처벌 사례가 없어 사문화된 것으로 여겨져왔었지만, 박근혜 블랙리스트 관련 국정감사에서 위증한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과 박명진 전 문예위원장 등이 이 국정감사 위증죄로 징역에 집행유예형을 받으면서 실효성이 되살아났다.”

그러면서 박씨는 “국회 국정감사에서의 위증죄 고발은 오직 국회만이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여야 의원들이 직접 나설 리도 쉽지 않거니와 20대 국회 내에 고발이 이뤄져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렇게 윤 총장과 장모 최씨 수사의 현실적 어려움을 토로한 이는 또 있었다. 바로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였다. 

대신(?) 해명한 임은정 검사는 왜? 

임 검사는 10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의 검사가 2,000명이 넘습니다. 검찰총장의 친인척 의혹 조사해야 한다는 검사가 있다면 저희한테 연락 주십시오”라는 <스트레이트> 조승원 기자의 마무리 멘트를 인용한 뒤 “방송을 보며 움찔했다”고 밝혔다. 

이어 임 검사는 “2,000명 모든 검사를 비겁한 자로 오해할” 이들과 “속상해할 적지 않은 후배들을 대신”해 현실적으로 일선 검사들이 현직 검찰총장과 검찰 고위 간부들의 비위를 수사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했다. 본인 역시도 “의정부지검에서 (윤석열) 총장 장모 진정 사건을 누구에게 배당하였고, 어찌 수사되고 있는지 저도 많이 궁금하다”면서. 

“검찰에서 사건 배당은 사실상 배당권자 마음이지요. 배당권자가 민감한 사건을 저 같은 사람에게 배당하지는 않을 테고, 강단 있는 검사가 위법하거나 부당한 지시에 이의제기권을 행사해도 현행 이의제기 절차 규정상 찍어 누르기 하거나 재배당해버리면 되는 현행 검찰시스템이 여전하여 불안불안합니다. 

법무검찰개혁위원회에서 배당제도 고치라고 권고했었고, 이의제기권 절차규정 고치라고 권고했는데, 아직 개선되지 않고 있어요. 검사의 용기도 필요하지만, 검사의 용기를 지켜줄 제도개선도 절실히 필요합니다.” (임은정 검사)

▲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 <사진제공=뉴시스>

제도개선의 절실함을 피력한 임 검사처럼, 일각에선 <스트레이트> 보도가 ‘공수처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했다는 의견이 주를 이룰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최근 검찰의 신천지 수사를 둘러싼 비판도 여전하다. 

대구 신천지교회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영장을 두 번이나 반려한 검찰은 최근 신천지 홈페이지 해킹 사건은 신속히 수사 중이다. 이어 신천지 교인명단 유출 사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법원에 청구해 논란이 자처하고 있다. 

결국 윤 총장 장모 최씨 사건이 여론의 재점화되면서 ‘윤석열의 법과 원칙’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시민단체는 이미 윤 총장을 고발한 상태다. 이제 윤 총장이 ‘선택적 수사’란 검찰의 고질적 병폐는 물론 ‘공수처 설치’의 정당성을 스스로 입증할지 지켜보는 일만 남았다. 

하성태 기자